권력 향한 통쾌한 조롱…당신은 왜 ‘왕의 남자’에 열광하는가-윤정국 문화전문기자

등록 2006.01.17.
영화 ‘왕의 남자’가 3주 연속 영화 박스오피스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며 질주하고 있습니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벤츠와도 같은 형국입니다. 더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주말인 14, 15일 서울 86개 스크린에서 23만 2082명을 모아 전번 주말 스코어보다 2만여 명 늘어난 성적으로 2위 ‘야수’를 더블 스코어로 앞서고 있습니다. 15일까지 전국 누계는 475만 2000명(388개 스크린)으로 17일 경에 500만 명 관객 돌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 관계자는 “주말에 극장을 찾은 관람층이 정말 넓었다”면서 중장년층이 많이 찾고 있어 당분간 흥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왕의 남자’는 한 편의 영화 차원을 넘어 이 시대의 문화상징으로 부각되면서 다양한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전문가들은 이 영화의 인기비결을 ‘중층적, 입체적 코드의 힘’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르게 공감할 수 있는 결이 풍성하고 중층적인 작품이라는 설명입니다.

‘크로스섹슈얼’을 대표하는 이 영화의 꽃미남 이준기에게는 10대 여성 팬들인 ‘오빠부대’와 30대 여성 팬들인 ‘누나부대’가 동시에 있습니다. 이들 여성 팬들은 대체로 이 영화를 ‘멜로 영화’로 받아들입니다.

반면 30, 40대 남성들은 이 영화를 통쾌한 정치풍자극으로 받아들입니다. 영화를 보고난 남성 팬들은 광대가 절대 권력자 왕 앞에서 당당하게 맞서면서 그의 비리와 만행을 서슴없이 풍자하고 야유하고 조롱하는 모습을 보고 오늘날의 권력자를 향해 통쾌하게 퍼붓는 쓴 소리로 생각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권력자들은 예나 오늘이나 실정을 일삼으며 백성들의 삶을 피곤케 하고 피폐케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오늘날의 권력에 대한 분노와 야유가 감우성의 입을 통해 속 시원하게 터져 나오자 열광하는 것이죠. 이들에게 얼굴 고운 이준기는 차라리 양념과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눈알이 뽑히는 모진 고문을 당했으면서도 외줄타기를 하면서 왕을 바로 앞에 두고 능멸하는 감우성은 목숨을 건 용기로 ‘할말은 하고 사는’, ‘죽어도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하는’ 멋진 인생으로 다가옵니다.

이는 권력자나 저명인사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권력과 금기의 영역을 깨뜨리려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풍조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2년 이후 우리 사회에 형성되어온 반항과 도전과 뒤집기의 사회흐름이 이 같은 작품을 띄우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가능할 듯합니다.

영화 ‘왕의 남자’는 연극 ‘이’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연극보다 한결 진일보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입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독살되는 모습을 은유한 ‘패왕별희’를 본 연산군이 분노해 칼로 직접 궁녀들을 살해하는 장면이라든가, 이준기가 연산군에게 불려가 그림자놀이를 하며 눈물짓는 장면, 또 광대들이 외줄타기 놀이를 할 때 반란군이 궁궐로 쳐들어오는 장면 등은 연극에 없는 인상적인 모습들로 영화의 주제를 한층 더 선명하게 부각시킵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연극을 먼저 본 사람은 연극이 좋다고 하고, 영화를 먼저 본 사람은 영화가 더 낫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그만큼 처음 볼 때의 감동이 크다는 말이겠지요.



연극 ‘이’도 영화 ‘왕의 남자’가 대박이 난 이후 현재 앙코르 공연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는 연출가의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이것저것 보여주려는 통에 이야기 전개 과정에 곁가지기 많아 흐름이 끊기고, 인터미션을 포함해 3시간 정도 소요돼 관객들이 지루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왕의 남자’ 개봉 전인 지난해 상연할 때는 인터미션 없이 2시간 이내에 끝났다고 합니다.

아울러 영화와 연극이 대박이 나자 이 작품을 뮤지컬로 무대에 올리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연극 ‘이’가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장르를 달리하며 히트를 하게 되면 그야말로 ‘원 소스 멀티 유스’ 문화상품의 전형적 사례가 될 것입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영화 ‘왕의 남자’가 3주 연속 영화 박스오피스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며 질주하고 있습니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벤츠와도 같은 형국입니다. 더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주말인 14, 15일 서울 86개 스크린에서 23만 2082명을 모아 전번 주말 스코어보다 2만여 명 늘어난 성적으로 2위 ‘야수’를 더블 스코어로 앞서고 있습니다. 15일까지 전국 누계는 475만 2000명(388개 스크린)으로 17일 경에 500만 명 관객 돌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 관계자는 “주말에 극장을 찾은 관람층이 정말 넓었다”면서 중장년층이 많이 찾고 있어 당분간 흥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왕의 남자’는 한 편의 영화 차원을 넘어 이 시대의 문화상징으로 부각되면서 다양한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전문가들은 이 영화의 인기비결을 ‘중층적, 입체적 코드의 힘’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르게 공감할 수 있는 결이 풍성하고 중층적인 작품이라는 설명입니다.

‘크로스섹슈얼’을 대표하는 이 영화의 꽃미남 이준기에게는 10대 여성 팬들인 ‘오빠부대’와 30대 여성 팬들인 ‘누나부대’가 동시에 있습니다. 이들 여성 팬들은 대체로 이 영화를 ‘멜로 영화’로 받아들입니다.

반면 30, 40대 남성들은 이 영화를 통쾌한 정치풍자극으로 받아들입니다. 영화를 보고난 남성 팬들은 광대가 절대 권력자 왕 앞에서 당당하게 맞서면서 그의 비리와 만행을 서슴없이 풍자하고 야유하고 조롱하는 모습을 보고 오늘날의 권력자를 향해 통쾌하게 퍼붓는 쓴 소리로 생각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권력자들은 예나 오늘이나 실정을 일삼으며 백성들의 삶을 피곤케 하고 피폐케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오늘날의 권력에 대한 분노와 야유가 감우성의 입을 통해 속 시원하게 터져 나오자 열광하는 것이죠. 이들에게 얼굴 고운 이준기는 차라리 양념과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눈알이 뽑히는 모진 고문을 당했으면서도 외줄타기를 하면서 왕을 바로 앞에 두고 능멸하는 감우성은 목숨을 건 용기로 ‘할말은 하고 사는’, ‘죽어도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하는’ 멋진 인생으로 다가옵니다.

이는 권력자나 저명인사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권력과 금기의 영역을 깨뜨리려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풍조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2년 이후 우리 사회에 형성되어온 반항과 도전과 뒤집기의 사회흐름이 이 같은 작품을 띄우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가능할 듯합니다.

영화 ‘왕의 남자’는 연극 ‘이’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연극보다 한결 진일보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입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독살되는 모습을 은유한 ‘패왕별희’를 본 연산군이 분노해 칼로 직접 궁녀들을 살해하는 장면이라든가, 이준기가 연산군에게 불려가 그림자놀이를 하며 눈물짓는 장면, 또 광대들이 외줄타기 놀이를 할 때 반란군이 궁궐로 쳐들어오는 장면 등은 연극에 없는 인상적인 모습들로 영화의 주제를 한층 더 선명하게 부각시킵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연극을 먼저 본 사람은 연극이 좋다고 하고, 영화를 먼저 본 사람은 영화가 더 낫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그만큼 처음 볼 때의 감동이 크다는 말이겠지요.



연극 ‘이’도 영화 ‘왕의 남자’가 대박이 난 이후 현재 앙코르 공연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는 연출가의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이것저것 보여주려는 통에 이야기 전개 과정에 곁가지기 많아 흐름이 끊기고, 인터미션을 포함해 3시간 정도 소요돼 관객들이 지루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왕의 남자’ 개봉 전인 지난해 상연할 때는 인터미션 없이 2시간 이내에 끝났다고 합니다.

아울러 영화와 연극이 대박이 나자 이 작품을 뮤지컬로 무대에 올리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연극 ‘이’가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장르를 달리하며 히트를 하게 되면 그야말로 ‘원 소스 멀티 유스’ 문화상품의 전형적 사례가 될 것입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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