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잽 너무 많이 맞아 펀치드렁크 상태?-김동철 정치전문기자
등록 2006.02.28.1987년 6월 10일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정의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인기 코미디언이었던 김병조씨는 “민주정의당은 국민에게 ‘정’을 주는 정당이고, 통일민주당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정당”이라고 당명의 한 글자씩을 인용해 민정당을 예찬했습니다. 그는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별다른 생각 없이 이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동아일보에 이 발언이 보도되자 거리에서 6·10 항쟁을 벌이고 있던 국민들은 격분했고 그는 하루아침에 코미디언 생활을 접어야 했습니다. 물론 민정당도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습니다.
한나라당은 지난 22일 대전지역 당원교육대회에서 전여옥 전 대변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치매 노인’으로 지칭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 발언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일부 당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표가 공들여 왔던 호남표 공략이 한 순간 날아갔다”며 한숨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터져 나온 최연희 전 사무총장 성추행 사건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압승을 내심 자신하던 한나라당을 공황 직전으로 몰아버렸습니다. 이 사건이 보도된 27일 한나라당의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비난공세로 마비됐고 당직자들의 얘기나 표정은 어두움 그 자체였습니다.
한나라당은 2004년 박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재·보궐선거 압승 신화를 계속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당 주변에서는 술과 관련해 여론의 지탄을 받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004년 9월 김태환 의원이 술을 마시고 골프장 경비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데 이어 2005년 6월에는 곽성문 의원이 골프를 친 뒤 술을 마시다 상대방에게 맥주병을 던지며 난투극을 벌이는 사건을 일으켰고, 9월에는 주성영 의원이 국정감사 뒤풀이 술자리에서 술집 여주인에게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한동안 시끄러웠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런 일부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유야무야 넘어왔습니다. 이런 한나라당의 태도가 결국 이번 최 전 총장 성추행사건으로 나타났다고 하면 논리상 비약일까요. 그리고 그 바탕에는 한나라당의 득점보다 현 집권세력의 실점으로 얻고 있는 높은 지지도가 깔려 있다고 하면 무리일까요.
박 대표는 성추행사건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요즘 한나라당에서 국민의 지탄을 받을 일들이 여러 번 일어나고 있다. 99번 신뢰를 얻기 위해 정성을 들여 잘 하더라도 한 번의 잘못된 언행으로 그동안 쌓인 모든 신뢰가 무너진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런 지적이 앞서 거론한 추태 때 해당 의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함께 이뤄졌다면 어땠을까요.
권투경기에서 잽을 너무 많이 맞다 보면 기억상실로까지 이어지는 ‘펀치 드렁크’에 빠진다고 합니다. 한나라당이 이번 성추행사건 사건에 대해서는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지만 이미 ‘펀치 드렁크’ 상황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됩니다.
김동철 정치전문기자 eastphil@donga.com
단 한번 언행(言行)의 실수가 엄청난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 게 정치입니다. 그리고 여야 대결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그 결과는 더욱 치명적으로 나타납니다.
1987년 6월 10일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정의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인기 코미디언이었던 김병조씨는 “민주정의당은 국민에게 ‘정’을 주는 정당이고, 통일민주당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정당”이라고 당명의 한 글자씩을 인용해 민정당을 예찬했습니다. 그는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별다른 생각 없이 이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동아일보에 이 발언이 보도되자 거리에서 6·10 항쟁을 벌이고 있던 국민들은 격분했고 그는 하루아침에 코미디언 생활을 접어야 했습니다. 물론 민정당도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습니다.
한나라당은 지난 22일 대전지역 당원교육대회에서 전여옥 전 대변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치매 노인’으로 지칭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 발언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일부 당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표가 공들여 왔던 호남표 공략이 한 순간 날아갔다”며 한숨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터져 나온 최연희 전 사무총장 성추행 사건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압승을 내심 자신하던 한나라당을 공황 직전으로 몰아버렸습니다. 이 사건이 보도된 27일 한나라당의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비난공세로 마비됐고 당직자들의 얘기나 표정은 어두움 그 자체였습니다.
한나라당은 2004년 박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재·보궐선거 압승 신화를 계속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당 주변에서는 술과 관련해 여론의 지탄을 받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004년 9월 김태환 의원이 술을 마시고 골프장 경비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데 이어 2005년 6월에는 곽성문 의원이 골프를 친 뒤 술을 마시다 상대방에게 맥주병을 던지며 난투극을 벌이는 사건을 일으켰고, 9월에는 주성영 의원이 국정감사 뒤풀이 술자리에서 술집 여주인에게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한동안 시끄러웠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런 일부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유야무야 넘어왔습니다. 이런 한나라당의 태도가 결국 이번 최 전 총장 성추행사건으로 나타났다고 하면 논리상 비약일까요. 그리고 그 바탕에는 한나라당의 득점보다 현 집권세력의 실점으로 얻고 있는 높은 지지도가 깔려 있다고 하면 무리일까요.
박 대표는 성추행사건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요즘 한나라당에서 국민의 지탄을 받을 일들이 여러 번 일어나고 있다. 99번 신뢰를 얻기 위해 정성을 들여 잘 하더라도 한 번의 잘못된 언행으로 그동안 쌓인 모든 신뢰가 무너진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런 지적이 앞서 거론한 추태 때 해당 의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함께 이뤄졌다면 어땠을까요.
권투경기에서 잽을 너무 많이 맞다 보면 기억상실로까지 이어지는 ‘펀치 드렁크’에 빠진다고 합니다. 한나라당이 이번 성추행사건 사건에 대해서는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지만 이미 ‘펀치 드렁크’ 상황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됩니다.
김동철 정치전문기자 eastph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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