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계가 좋아야 한국도 좋다-이재호 수석 논설위원
등록 2006.04.24.부시 대통령은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 무역적자 해소에 대한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후진타오 주석은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북한 핵과 이란 핵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도움을 청했지만 확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를 놓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은 “성과 없는 회담‘이었다고 평가절하 했지만, 중국은 ”중미관계가 이제 대등해졌“고 긍정 평가했습니다.
미중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21세기 국제정치 질서가 영향을 받습니다. 한반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로서는 미중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그래야 남북관계도 잘 풀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북한을 향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북한을 보는 양국의 눈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미중관계가 대결구도로 갈 것이라고 미리 단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소련이 붕괴됐을 때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은 세계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연합(EU)의 3극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맞지 않았습니다. 전통적인 세력균형론이 들어맞지 않은 것입니다. 세계는 오히려 미국 지배하의 1극체제가 됐습니다.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미국에 맞설 상황은 아닙니다. ‘미중 1.5극체제’라고 보기도 무리입니다.
따라서 미중은 대결보다는 상호 협력하는 체제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입니다. 언제인가는 과거 미소(美蘇)를 대체하는 미중(美中) 양극시대가 올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시기는 대략 2015년, 또는 2020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보편적 관측입니다.
미중이 상호 협력하는 이 시기에 한반도 문제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미중 양쪽으로부터 배척당하지 않을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최고 통치자의 외교적 상상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아직도 그런 혜안이 있는 지도자를 갖지 못한 듯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균형자론’을 들고 나왔지만, 현실과 유리된 것이어서 주변국들의 반응은 냉소에 가까웠습니다. ‘균형자론’은 미중관계가 생각보다 빨리 대등한 관계로 갈 것이라는 전제하에 나온 것이었지만 ‘現實’보다 ‘理想’이 앞선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미중관계가 현재와 같은 ‘미국 우위 하의 상호협력체제’로 지속된다면 당분간은 한미동맹 속에 안존하면서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 가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의 내실을 다져나가야겠지요. 최근 일본에 의한 ‘동해 도발 사태’가 진정된 것도 미국의 압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하니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느낀 소회였습니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미중 정상회담이 21일 끝났습니다. 예상 했던 대로 특별한 합의는 없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 무역적자 해소에 대한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후진타오 주석은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북한 핵과 이란 핵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도움을 청했지만 확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를 놓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은 “성과 없는 회담‘이었다고 평가절하 했지만, 중국은 ”중미관계가 이제 대등해졌“고 긍정 평가했습니다.
미중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21세기 국제정치 질서가 영향을 받습니다. 한반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로서는 미중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그래야 남북관계도 잘 풀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북한을 향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북한을 보는 양국의 눈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미중관계가 대결구도로 갈 것이라고 미리 단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소련이 붕괴됐을 때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은 세계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연합(EU)의 3극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맞지 않았습니다. 전통적인 세력균형론이 들어맞지 않은 것입니다. 세계는 오히려 미국 지배하의 1극체제가 됐습니다.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미국에 맞설 상황은 아닙니다. ‘미중 1.5극체제’라고 보기도 무리입니다.
따라서 미중은 대결보다는 상호 협력하는 체제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입니다. 언제인가는 과거 미소(美蘇)를 대체하는 미중(美中) 양극시대가 올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시기는 대략 2015년, 또는 2020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보편적 관측입니다.
미중이 상호 협력하는 이 시기에 한반도 문제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미중 양쪽으로부터 배척당하지 않을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최고 통치자의 외교적 상상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아직도 그런 혜안이 있는 지도자를 갖지 못한 듯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균형자론’을 들고 나왔지만, 현실과 유리된 것이어서 주변국들의 반응은 냉소에 가까웠습니다. ‘균형자론’은 미중관계가 생각보다 빨리 대등한 관계로 갈 것이라는 전제하에 나온 것이었지만 ‘現實’보다 ‘理想’이 앞선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미중관계가 현재와 같은 ‘미국 우위 하의 상호협력체제’로 지속된다면 당분간은 한미동맹 속에 안존하면서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 가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의 내실을 다져나가야겠지요. 최근 일본에 의한 ‘동해 도발 사태’가 진정된 것도 미국의 압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하니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느낀 소회였습니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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