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그림 읽기]어조의 빛과 그늘

등록 2007.01.13.
자연의 경이는 무궁무진하지만 귀뚜라미나 여치, 베짱이 같은 곤충들이 날개에 발음기관이 있고 그것으로 소리를 낸다는 사실은 나에게 늘 경이로운 일이다. 나무나 새 같은 자연이 다만 상징적인 의미를 보여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물질적’이라고 할 만큼 실제적인 작용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귀뚜라미 소리의 맑음과 여림과 소슬함은, 어느 정도냐 하면,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의 가슴을 세상에서 제일 맑은 샘물의 발원지로 만들어 놓는다.

시골에 사는 이 아이는, 우리가 어렸을 때 한 것과 똑같이, 과일이나 곡식, 예쁜 돌멩이, 새의 깃털 같은 것들을 호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데, 어느 날은 귀뚜라미를 한 마리 잡아서 호주머니에 넣어 집에 가지고 와서 키우면서 친구가 된다. 귀뚜라미는 물론 수시로 ‘귀뚤귀뚤’ 운다.

앞에서 귀뚜라미 소리의 맑음과 여림과 소슬함을 이야기했지만, 그런 느낌은 물론 그 소리의 음색이나 음조에서 오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상의 생물이 내는 소리는 대체로 그 인상이나 본성과 일치하는 것 같고 또 그 욕구나 상태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 터인데, 사람의 말소리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의 어조는 그의 운명에 작용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든 듣기 좋은 어조는 고달픈 인생살이에 빛이 된다고 할 만큼 우리를 기쁘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어조는 우리를 불쾌하고 암담하게 하여 살맛을 감소시킨다. 더군다나 개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민 전체를 상대하고 외국에는 나라의 얼굴이 되는 국가지도자의 어조와 표정은, 실은 말의 내용보다 더 직접적으로 국민적 사기에 영향을 준다. 다른 건 모르더라도 최소한도의(!) 품격이라도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막가는 세상의 전위가 되리’라고 외치는 듯이 악구(惡口)나 험객(險客)이 되어서는 나라에 그늘과 한숨을 드리울 뿐이다.

혹시 귀뚜라미의 무슨 세포를 인간의 난자에 이식해서 사람이 귀뚜라미의 성질을 조금이라도 갖게 하는 걸 생명공학이 연구해 보면 어떨까!

정현종 시인

자연의 경이는 무궁무진하지만 귀뚜라미나 여치, 베짱이 같은 곤충들이 날개에 발음기관이 있고 그것으로 소리를 낸다는 사실은 나에게 늘 경이로운 일이다. 나무나 새 같은 자연이 다만 상징적인 의미를 보여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물질적’이라고 할 만큼 실제적인 작용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귀뚜라미 소리의 맑음과 여림과 소슬함은, 어느 정도냐 하면,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의 가슴을 세상에서 제일 맑은 샘물의 발원지로 만들어 놓는다.

시골에 사는 이 아이는, 우리가 어렸을 때 한 것과 똑같이, 과일이나 곡식, 예쁜 돌멩이, 새의 깃털 같은 것들을 호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데, 어느 날은 귀뚜라미를 한 마리 잡아서 호주머니에 넣어 집에 가지고 와서 키우면서 친구가 된다. 귀뚜라미는 물론 수시로 ‘귀뚤귀뚤’ 운다.

앞에서 귀뚜라미 소리의 맑음과 여림과 소슬함을 이야기했지만, 그런 느낌은 물론 그 소리의 음색이나 음조에서 오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상의 생물이 내는 소리는 대체로 그 인상이나 본성과 일치하는 것 같고 또 그 욕구나 상태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 터인데, 사람의 말소리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의 어조는 그의 운명에 작용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든 듣기 좋은 어조는 고달픈 인생살이에 빛이 된다고 할 만큼 우리를 기쁘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어조는 우리를 불쾌하고 암담하게 하여 살맛을 감소시킨다. 더군다나 개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민 전체를 상대하고 외국에는 나라의 얼굴이 되는 국가지도자의 어조와 표정은, 실은 말의 내용보다 더 직접적으로 국민적 사기에 영향을 준다. 다른 건 모르더라도 최소한도의(!) 품격이라도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막가는 세상의 전위가 되리’라고 외치는 듯이 악구(惡口)나 험객(險客)이 되어서는 나라에 그늘과 한숨을 드리울 뿐이다.

혹시 귀뚜라미의 무슨 세포를 인간의 난자에 이식해서 사람이 귀뚜라미의 성질을 조금이라도 갖게 하는 걸 생명공학이 연구해 보면 어떨까!

정현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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