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가득 금강솔 향, 잠든 몸을 깨우다
등록 2007.07.23.물론이다. 경북 울진군의 서면 소광리에 가보라. 필설로 다하지 못한 비경의 소나무 숲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름 하여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이다. 지금으로부터 197년 전(조선 숙종 6년). 대광천 계곡의 숲길 초입에 놓인 반석에 이런 글귀가 새겨졌다. ‘黃腸封界 界地名 生達峴 安一王山 大里 堂城 山直命吉(생달현 안일왕산 대리 당성, 이 네 지역을 황장봉의 경계로 삼아 명길이란 산지기에게 관리하게 하였다)’
황장이란 ‘속이 노란(적황색)’ 소나무, 봉계란 봉산(국가가 일반인의 벌채를 금지하는 산림보호제도)의 경계다. 황장은 소광리에 자라는 우람한 금강소나무를 가리키며 ‘황장봉계’란 이 소나무는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다. 왜? 이유는 명백했다. 황장목이라 이르던 금강소나무는 임금이 돌아가시면 쓸 관곽의 목재였기 때문. 소광리 일대 산을 뒤덮은 금강소나무는 그런 이유로 보호받아 왔다. 이 황장봉계는 1995년 발견됐고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소광리의 금강소나무 숲. 남부지방산림청과 금강소나무복원운동본부가 공동주최한 제2회 금강소나무 사진전 금상수상작‘추억’(촬영 이후선 씨). 사진 제공 ENS커뮤니케이션.
○ 울창한 소나무 숲… 아침 저녁 삼림욕에 그만 ○
한여름 소광리 숲은 별천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바위계곡으로 대광천의 맑은 물이 흐르고 물가에서 시작해 온 산을 덮은 울창한 숲은 온통 금강소나무 천지다. 그 계곡에 발 담그고 놀기에도 좋지만 더 큰 즐거움은 이른 아침 혹은 해질 무렵 낙락장송 금강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솔향기를 맡는 삼림욕이다.
이 숲은 현재 ‘에코투어가 이끄는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숲 속 주차장에 차를 두고 차에서 내려 숲으로 들어가 탐방로(2개)를 따라 걸으며 금강소나무와 숲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주차장에는 숲 해설가도 있어 단체로 갈 경우 미리 신청하면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숲 체험도 할 수 있다.
“황장목, 춘양목, 금강송, 적송. 서로 다른 나무 같지만 사실은 모두 금강소나무를 일컫는 이름입니다. 춘양목은 여기서 벌채한 소나무가 목상이 모이는 춘양(봉화군)에서 거래됐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지요.”
숲 해설가 이정애 씨의 설명이다. 숲이 좋아서 여기로 이사와 해설가가 됐다는 이 씨. 그는 임도에 서있는 특별보호수 금강소나무를 가리키며 “둘레가 3m나 되는 500년생인데 이 숲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면서 “이런 나무는 몽땅 일제에 수탈당해 잘려나갔는데 이 두 그루만 화를 면한 것은 보다시피 수간이 똑바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제의 수탈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금강소나무는 처음 보는 이라도 일단 한번만 보면 어디서든 구별해 낸다. 나무 전체에 감도는 붉은 빛과 잔가지 없이 매끈하게 전봇대처럼 자라는 수간 덕분이다. 금강소나무를 한국인이 본받아야 할 기상, 선비의 절개에 비유하는 이유다. 금강소나무는 부러질지언정 절대로 휘어지지 않는다.
○ 올해는 해발 1000m 14km 숲길 차타고 볼수도 있어 ○
큰 눈에 밑동이 부러진 금강소나무를 보면 그 말뜻을 알 수 있다. 휘지 않고 부러지는 특성은 심재에서 온다. 심재란 나무 속의 단단한 부분. 뒤틀리지 않아 목재로 활용되는 부분이다. 보통 소나무는 심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30∼40%. 금강소나무는 70∼80%나 된다. 황장목이 대궐기둥으로 쓰인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숲에는 임도도 있다. 산허리를 깎아 차 한대가 지날 수 있는 정도의 비포장 길은 평소 일반차량이 출입할 수 없다. 이 임도가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올해는 직접 자신의 차를 몰고 해발 1000m가 넘는 산길을 오르내리며 소광리 일대 산악을 뒤덮은 금강소나무의 숲바다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금강소나무를 국민에게 알리고 그 보존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남부지방산림청이 내린 쉽지 않은 결정이다.
랜드로버&레인지로버 탐사팀이 금강소나무 숲길을 오르고 있다. 이 길은 9월30일까지 공개될 예정이다. 울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그 길을 따라 직접 차를 몰고 가보았다. 금강소나무 숲 입구의 주차장을 출발, 구절양장의 고갯길을 올라 경북 봉화군 경계의 고갯마루에서 다시 소광리의 대광천으로 내려오는 14km 코스다. 산허리를 깎아 건설한 비포장 산길은 오르막과 내리막뿐. 길 아래로는 천 길의 깊은 계곡이 펼쳐지고 그 계곡과 산등성은 온통 금강소나무 숲으로 덮였다. 천천히 운행하면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길 폭은 차 한대가 지날 수 있는 정도.
이 자동차 여행길은 거대한 금강소나무 숲을 속속 들이 공개한다. 산꼭대기 바위가로부터 저 아래 계곡의 물가까지 뿌리 내린 수많은 금강소나무들. 일제강점하에서 엄청난 수량이 남벌되는 수탈을 당했음에도 소광리 숲은 여전히 금강소나무 일색이다.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은 1959년 국내 최초로 육종림에 선정됐으며 1982년 천연보호림, 2001년 산림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금강소나무의 줄기세포 숲이다. 남부지방산림청은 이곳에서 어린 금강소나무 심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숲을 가꾸는 ‘생태 경영림’(2274ha)을 운영하며 생태관광(이코투어리즘)도 동시에 펼치고 있다. 숲 해설은 그 일환이다.
울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찾아가기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풍기나들목∼국도 5호선∼영주∼국도 36호선∼봉화∼대우치(고개)∼지방도 917호선∼소광리∼13km∼금강소나무 숲 입구(주차장).
▽이코투어가 이끄는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
△현장숙박체험=숲에 설치한 겔(몽골텐트)에서 하룻밤을 자며 숲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 무료이며 예약객에 한해 현장 취사도 가능하다. 문의 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054-783-7074 △임도차량통행체험=소형차(승용차 및 사륜구동차량)만 허용. 도보 탐방객의 편의를 위해 현장에서 통행량을 제한한다. 남부지방산림청(south.foa.go.kr)=054-859-1115
한여름의 솔숲. 녹음 짙은 숲 그늘도 좋지만 솔가지 스쳐 지나며 솔 향 머금은 선들바람은 더더욱 상큼하고 시원하다. 사방 둘러봐도 전봇대 고압선 하나 안 보이는 깊은 산중의 숲. 보이나니 나무요 들리나니 새소리라니 거기가 무릉도원이고 거기가 내 쉴 곳임에 틀림없다. 그런 곳이 과연 우리나라에 있기는 있는지.
물론이다. 경북 울진군의 서면 소광리에 가보라. 필설로 다하지 못한 비경의 소나무 숲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름 하여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이다. 지금으로부터 197년 전(조선 숙종 6년). 대광천 계곡의 숲길 초입에 놓인 반석에 이런 글귀가 새겨졌다. ‘黃腸封界 界地名 生達峴 安一王山 大里 堂城 山直命吉(생달현 안일왕산 대리 당성, 이 네 지역을 황장봉의 경계로 삼아 명길이란 산지기에게 관리하게 하였다)’
황장이란 ‘속이 노란(적황색)’ 소나무, 봉계란 봉산(국가가 일반인의 벌채를 금지하는 산림보호제도)의 경계다. 황장은 소광리에 자라는 우람한 금강소나무를 가리키며 ‘황장봉계’란 이 소나무는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다. 왜? 이유는 명백했다. 황장목이라 이르던 금강소나무는 임금이 돌아가시면 쓸 관곽의 목재였기 때문. 소광리 일대 산을 뒤덮은 금강소나무는 그런 이유로 보호받아 왔다. 이 황장봉계는 1995년 발견됐고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소광리의 금강소나무 숲. 남부지방산림청과 금강소나무복원운동본부가 공동주최한 제2회 금강소나무 사진전 금상수상작‘추억’(촬영 이후선 씨). 사진 제공 ENS커뮤니케이션.
○ 울창한 소나무 숲… 아침 저녁 삼림욕에 그만 ○
한여름 소광리 숲은 별천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바위계곡으로 대광천의 맑은 물이 흐르고 물가에서 시작해 온 산을 덮은 울창한 숲은 온통 금강소나무 천지다. 그 계곡에 발 담그고 놀기에도 좋지만 더 큰 즐거움은 이른 아침 혹은 해질 무렵 낙락장송 금강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솔향기를 맡는 삼림욕이다.
이 숲은 현재 ‘에코투어가 이끄는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숲 속 주차장에 차를 두고 차에서 내려 숲으로 들어가 탐방로(2개)를 따라 걸으며 금강소나무와 숲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주차장에는 숲 해설가도 있어 단체로 갈 경우 미리 신청하면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숲 체험도 할 수 있다.
“황장목, 춘양목, 금강송, 적송. 서로 다른 나무 같지만 사실은 모두 금강소나무를 일컫는 이름입니다. 춘양목은 여기서 벌채한 소나무가 목상이 모이는 춘양(봉화군)에서 거래됐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지요.”
숲 해설가 이정애 씨의 설명이다. 숲이 좋아서 여기로 이사와 해설가가 됐다는 이 씨. 그는 임도에 서있는 특별보호수 금강소나무를 가리키며 “둘레가 3m나 되는 500년생인데 이 숲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면서 “이런 나무는 몽땅 일제에 수탈당해 잘려나갔는데 이 두 그루만 화를 면한 것은 보다시피 수간이 똑바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제의 수탈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금강소나무는 처음 보는 이라도 일단 한번만 보면 어디서든 구별해 낸다. 나무 전체에 감도는 붉은 빛과 잔가지 없이 매끈하게 전봇대처럼 자라는 수간 덕분이다. 금강소나무를 한국인이 본받아야 할 기상, 선비의 절개에 비유하는 이유다. 금강소나무는 부러질지언정 절대로 휘어지지 않는다.
○ 올해는 해발 1000m 14km 숲길 차타고 볼수도 있어 ○
큰 눈에 밑동이 부러진 금강소나무를 보면 그 말뜻을 알 수 있다. 휘지 않고 부러지는 특성은 심재에서 온다. 심재란 나무 속의 단단한 부분. 뒤틀리지 않아 목재로 활용되는 부분이다. 보통 소나무는 심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30∼40%. 금강소나무는 70∼80%나 된다. 황장목이 대궐기둥으로 쓰인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숲에는 임도도 있다. 산허리를 깎아 차 한대가 지날 수 있는 정도의 비포장 길은 평소 일반차량이 출입할 수 없다. 이 임도가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올해는 직접 자신의 차를 몰고 해발 1000m가 넘는 산길을 오르내리며 소광리 일대 산악을 뒤덮은 금강소나무의 숲바다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금강소나무를 국민에게 알리고 그 보존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남부지방산림청이 내린 쉽지 않은 결정이다.
랜드로버&레인지로버 탐사팀이 금강소나무 숲길을 오르고 있다. 이 길은 9월30일까지 공개될 예정이다. 울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그 길을 따라 직접 차를 몰고 가보았다. 금강소나무 숲 입구의 주차장을 출발, 구절양장의 고갯길을 올라 경북 봉화군 경계의 고갯마루에서 다시 소광리의 대광천으로 내려오는 14km 코스다. 산허리를 깎아 건설한 비포장 산길은 오르막과 내리막뿐. 길 아래로는 천 길의 깊은 계곡이 펼쳐지고 그 계곡과 산등성은 온통 금강소나무 숲으로 덮였다. 천천히 운행하면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길 폭은 차 한대가 지날 수 있는 정도.
이 자동차 여행길은 거대한 금강소나무 숲을 속속 들이 공개한다. 산꼭대기 바위가로부터 저 아래 계곡의 물가까지 뿌리 내린 수많은 금강소나무들. 일제강점하에서 엄청난 수량이 남벌되는 수탈을 당했음에도 소광리 숲은 여전히 금강소나무 일색이다.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은 1959년 국내 최초로 육종림에 선정됐으며 1982년 천연보호림, 2001년 산림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금강소나무의 줄기세포 숲이다. 남부지방산림청은 이곳에서 어린 금강소나무 심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숲을 가꾸는 ‘생태 경영림’(2274ha)을 운영하며 생태관광(이코투어리즘)도 동시에 펼치고 있다. 숲 해설은 그 일환이다.
울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찾아가기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풍기나들목∼국도 5호선∼영주∼국도 36호선∼봉화∼대우치(고개)∼지방도 917호선∼소광리∼13km∼금강소나무 숲 입구(주차장).
▽이코투어가 이끄는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
△현장숙박체험=숲에 설치한 겔(몽골텐트)에서 하룻밤을 자며 숲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 무료이며 예약객에 한해 현장 취사도 가능하다. 문의 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054-783-7074 △임도차량통행체험=소형차(승용차 및 사륜구동차량)만 허용. 도보 탐방객의 편의를 위해 현장에서 통행량을 제한한다. 남부지방산림청(south.foa.go.kr)=054-85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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