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행착오 단계에 있는 주민소환제
등록 2007.09.19.주민소환제는 주민과 선출직 공무원 사이의 권력 배분에 관한 제도입니다. 지방자치제 도입으로 시장, 구청장 등이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뀌면서 권한이 아주 커졌습니다. 이들의 비대해진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생겼으며 그 중 하나가 주민소환 제도입니다. 소환을 어렵게 하면 기관장 등 선출직 공무원의 권력이 커지고, 소환을 쉽게 하면 주민의 권력이 커집니다.
이처럼 주민소환은 주민의 참정권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오남용 소지도 없지 않습니다. 현재 전국 10여 개 자치단체에서 주민소환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주민소환법이 7월부터 시행됐으니 법 시행 2개월 만의 일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진행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혐오시설 기피 등 일부 주민의 사적(私的) 이익 관철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소환청구를 할 수 없는 사항’을 규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거공약을 이행하거나, 법정필수 공익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이유로 시장을 소환하겠다고 하면 안 될 것입니다. 재개발조합 등 이익단체의 발의도 금지할 필요가 있겠지요? 지난번 선거의 경쟁자, 즉 낙선자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발의하는 것도 막아야 할 것입니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단체장을 쫓아내겠다는 것이니까 국가 간에서라면 ‘전쟁’에 해당하는 단계이지죠. 더 낮은 비용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절차와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갈등해소와 관련한 좋은 사례가 하나 있지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입니다. 전북 위도와 부안에서 격렬한 반대에 부딛혔던 방폐장을 경북 경주는 쉽게 수용했습니다. 중앙정부가 경주에 지원키로 한 내역을 곰곰 따져보면 부안보다 더 나을 것이 없는데도 그랬습니다. 방폐장을 일방적으로 떠안기는 것이 아니라, 유치조건을 공개한 후, 유치를 희망하는 각 지역이 주민투표를 하도록 하고,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방폐장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이제 지자체들이 서로 유치하겠다고 달려들었습니다. 시스템을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이렇게 달라집니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훈련과정이기도 합니다. 툭하면 주민소환을 하겠다는 최근 모습은 이 제도가 아직 시행착오 단계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법제도를 보완할 부분도 있겠지만 최소한으로 그쳐야 합니다. 가능하면 ‘지방자치의 이상’이 자정 능력을 통해 스스로 회복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하남 등 일부 지자체들의 사례가 자정의 전통을 세우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소망합니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서울 강북구 김현풍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무산됐습니다. 주민들의 서명을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 20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김황식 경기도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법원 판결로 일단 중단됐습니다.
주민소환제는 주민과 선출직 공무원 사이의 권력 배분에 관한 제도입니다. 지방자치제 도입으로 시장, 구청장 등이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뀌면서 권한이 아주 커졌습니다. 이들의 비대해진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생겼으며 그 중 하나가 주민소환 제도입니다. 소환을 어렵게 하면 기관장 등 선출직 공무원의 권력이 커지고, 소환을 쉽게 하면 주민의 권력이 커집니다.
이처럼 주민소환은 주민의 참정권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오남용 소지도 없지 않습니다. 현재 전국 10여 개 자치단체에서 주민소환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주민소환법이 7월부터 시행됐으니 법 시행 2개월 만의 일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진행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혐오시설 기피 등 일부 주민의 사적(私的) 이익 관철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소환청구를 할 수 없는 사항’을 규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거공약을 이행하거나, 법정필수 공익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이유로 시장을 소환하겠다고 하면 안 될 것입니다. 재개발조합 등 이익단체의 발의도 금지할 필요가 있겠지요? 지난번 선거의 경쟁자, 즉 낙선자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발의하는 것도 막아야 할 것입니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단체장을 쫓아내겠다는 것이니까 국가 간에서라면 ‘전쟁’에 해당하는 단계이지죠. 더 낮은 비용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절차와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갈등해소와 관련한 좋은 사례가 하나 있지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입니다. 전북 위도와 부안에서 격렬한 반대에 부딛혔던 방폐장을 경북 경주는 쉽게 수용했습니다. 중앙정부가 경주에 지원키로 한 내역을 곰곰 따져보면 부안보다 더 나을 것이 없는데도 그랬습니다. 방폐장을 일방적으로 떠안기는 것이 아니라, 유치조건을 공개한 후, 유치를 희망하는 각 지역이 주민투표를 하도록 하고,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방폐장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이제 지자체들이 서로 유치하겠다고 달려들었습니다. 시스템을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이렇게 달라집니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훈련과정이기도 합니다. 툭하면 주민소환을 하겠다는 최근 모습은 이 제도가 아직 시행착오 단계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법제도를 보완할 부분도 있겠지만 최소한으로 그쳐야 합니다. 가능하면 ‘지방자치의 이상’이 자정 능력을 통해 스스로 회복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하남 등 일부 지자체들의 사례가 자정의 전통을 세우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소망합니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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