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국정원장, 그럴 줄 알았다
등록 2008.01.16.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대선 바로 전날 평양에 가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록을 언론에 유출한 것 때문에 어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2월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 자연히 교체될 수밖에 없는데 한 달가량 앞서 불명예 퇴진하게 됐습니다.
그냥 사퇴로 끝날지도 미지수입니다. 검찰 수사를 받고, 형사처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 원장은 첫 내부 승진 케이스로 국정원장 직에 오른 사람입니다. 그동안 군이나 검찰, 정치인 출신이 원장을 맡아온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일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국정원 직원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부적절한 처신으로 희망을 주기는커녕 거꾸로 사기를 떨어뜨리고 절망감만 안겨주고 말았습니다.
김 원장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비밀리에 평양에 간 것부터가 잘못입니다. 작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소나무의 표지석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쉽게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국정원장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입니까.
뭔가 석연찮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자 김 원장은 의혹을 푼답시고 김양건 통전부장과 나눈 대화록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뒤 특정 언론사에 고의로 유출했고, 해당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대화록에는 표지석 얘기가 나오고,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이길 것이지만 대북정책을 잘 추진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전적으로 김 원장 자신에게 유리하고 어찌 보면 새 정권에 아부하는 내용뿐이니, 그것마저 꾸며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습니다.
꼼수로 위기를 모면하려다 오히려 스스로 제 발 등을 찍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북의 스파이 총책이 나눈 대화록은 국가기밀일 수 있는데 국정원장이 스스로 국가기밀을 유출한 것이 됐으니 말입니다.
김 원장은 그동안 너무 정치적으로 처신했습니다. 정보기관장이 대북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활동하다시피 했고,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땐 공을 과시하기 위해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대선 때 한나라당 후보 뒷조사를 했고, 오는 4월 총선과 관련해 사전선거운동 의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임 원장인 김승규 씨가 오죽했으면 “김만복 만은 원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했겠습니까. 결국 전임 원장의 우려가 현실로 확인된 셈입니다.
그동안 정보기관장을 맡았던 사람들 대다수가 뒤끝이 좋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정보기관을 특정 정권이나 자신을 위해 사사로이 이용하는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제대로 된 정보기관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다시 한 번 기다려보겠습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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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퇴로 끝날지도 미지수입니다. 검찰 수사를 받고, 형사처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 원장은 첫 내부 승진 케이스로 국정원장 직에 오른 사람입니다. 그동안 군이나 검찰, 정치인 출신이 원장을 맡아온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일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국정원 직원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부적절한 처신으로 희망을 주기는커녕 거꾸로 사기를 떨어뜨리고 절망감만 안겨주고 말았습니다.
김 원장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비밀리에 평양에 간 것부터가 잘못입니다. 작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소나무의 표지석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쉽게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국정원장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입니까.
뭔가 석연찮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자 김 원장은 의혹을 푼답시고 김양건 통전부장과 나눈 대화록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뒤 특정 언론사에 고의로 유출했고, 해당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대화록에는 표지석 얘기가 나오고,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이길 것이지만 대북정책을 잘 추진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전적으로 김 원장 자신에게 유리하고 어찌 보면 새 정권에 아부하는 내용뿐이니, 그것마저 꾸며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습니다.
꼼수로 위기를 모면하려다 오히려 스스로 제 발 등을 찍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북의 스파이 총책이 나눈 대화록은 국가기밀일 수 있는데 국정원장이 스스로 국가기밀을 유출한 것이 됐으니 말입니다.
김 원장은 그동안 너무 정치적으로 처신했습니다. 정보기관장이 대북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활동하다시피 했고,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땐 공을 과시하기 위해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대선 때 한나라당 후보 뒷조사를 했고, 오는 4월 총선과 관련해 사전선거운동 의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임 원장인 김승규 씨가 오죽했으면 “김만복 만은 원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했겠습니까. 결국 전임 원장의 우려가 현실로 확인된 셈입니다.
그동안 정보기관장을 맡았던 사람들 대다수가 뒤끝이 좋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정보기관을 특정 정권이나 자신을 위해 사사로이 이용하는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제대로 된 정보기관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다시 한 번 기다려보겠습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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