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규정도 걷어찬 북한을 어떻게 믿나
등록 2008.03.10.국제축구연맹, 즉 FIFA 규정 22조는 ‘월드컵 예선 경기장 안에는 양국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돼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모든 FIFA 회원국이 준수하는 이 조항을 유독 북한이 거부한 것입니다. 북한이 국제적 합의는 물론 남북한의 관례도 무시하는 ‘더티 플레이어’임이 또다시 확인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국을 오가며 경기를 하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도 북한 때문에 깨졌습니다. 북한은 그렇지 않아도 제네바 합의 파기에 이어 2·13 북핵 합의 이행을 미뤄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잃었습니다.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 행사마저 파행으로 몰고 간 북한을 어느 나라가 정상적인 국가로 대우할까요.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원 형태로 이루어졌던 남북간의 스포츠 교류를 재고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철천지원수’처럼 여기던 미국의 성조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허용했습니다. 평양에서 열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반면 북한이 줄기차게 외치던 ‘우리 민족끼리’의 상대인 남한의 국가와 국기는 거부했습니다. ‘원수’는 껴안으면서 ‘민족’은 내친 것입니다. 북한의 대남(對南) 인식에 근본적인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한에선 2005년 동아시아대회 남북 축구경기를 비롯해 여러 차례 북한 국기를 게양하고 북한 국가를 연주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러니 북한도 평양에서 태극기가 나부끼게 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하라고 요구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북 관계의 과거를 살펴보면 북한의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잘 드러납니다.
북한은 2000년과 2007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수용했습니다. 환영행사를 위해 수십만 명의 주민을 동원했습니다. 북한이 진심으로 두 사람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맞았다면 남한을 상징하는 국가와 국기를 이토록 모질게 배척할 리 없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도 짐작할 만합니다. 북한은 남한을 국가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부는 북한의 남한 실체 인정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6월22일 서울에서 열릴 북한과의 경기에 아무 일 없다는 듯 북한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허용해선 안 됩니다. 북한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않으면 제3국 경기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신뢰 회복 책임은 불신을 자초한 북한에 있습니다. 3분 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북한이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끝내 거부해, 남북한 축구팀의 월드컵 예선전이 평양이 아닌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게 됐습니다. 26일 열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전입니다.
국제축구연맹, 즉 FIFA 규정 22조는 ‘월드컵 예선 경기장 안에는 양국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돼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모든 FIFA 회원국이 준수하는 이 조항을 유독 북한이 거부한 것입니다. 북한이 국제적 합의는 물론 남북한의 관례도 무시하는 ‘더티 플레이어’임이 또다시 확인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국을 오가며 경기를 하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도 북한 때문에 깨졌습니다. 북한은 그렇지 않아도 제네바 합의 파기에 이어 2·13 북핵 합의 이행을 미뤄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잃었습니다.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 행사마저 파행으로 몰고 간 북한을 어느 나라가 정상적인 국가로 대우할까요.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원 형태로 이루어졌던 남북간의 스포츠 교류를 재고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철천지원수’처럼 여기던 미국의 성조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허용했습니다. 평양에서 열린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반면 북한이 줄기차게 외치던 ‘우리 민족끼리’의 상대인 남한의 국가와 국기는 거부했습니다. ‘원수’는 껴안으면서 ‘민족’은 내친 것입니다. 북한의 대남(對南) 인식에 근본적인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한에선 2005년 동아시아대회 남북 축구경기를 비롯해 여러 차례 북한 국기를 게양하고 북한 국가를 연주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러니 북한도 평양에서 태극기가 나부끼게 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하라고 요구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북 관계의 과거를 살펴보면 북한의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잘 드러납니다.
북한은 2000년과 2007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수용했습니다. 환영행사를 위해 수십만 명의 주민을 동원했습니다. 북한이 진심으로 두 사람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맞았다면 남한을 상징하는 국가와 국기를 이토록 모질게 배척할 리 없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도 짐작할 만합니다. 북한은 남한을 국가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부는 북한의 남한 실체 인정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6월22일 서울에서 열릴 북한과의 경기에 아무 일 없다는 듯 북한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허용해선 안 됩니다. 북한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않으면 제3국 경기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신뢰 회복 책임은 불신을 자초한 북한에 있습니다. 3분 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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