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처 파문의 진짜 교훈

등록 2008.03.17.
지난 주 한국은 공천자 발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죠. 하지만 외신은 전혀 달랐습니다. 미국언론은 일주일 내내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지사 스캔들에 관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뉴욕주 검찰총장 시절 월스트리트의 부패와의 전쟁을 치르며 ‘미스터 클린’으로 불렸던 스피처 주지사의 깨끗한 이미지가 워낙 컸나 봅니다. 아내까지 동원해 파문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사퇴요구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제 눈길을 끈 것은 잘 나가는 한 주지사의 성매매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섹스스캔들이라고 하면 케네디 대통령부터 클린턴 대통령까지 더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니까요. 뉴스에선 스피처 주지사의 성매매 사실이 연방수사당국의 감청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미국 같은 선진사회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감청을 할 수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그 자신이 두 번이나 고급성매매조직을 적발했던 스피처는 과연 용의주도하게 행동했습니다. 다른 사람 이름으로 호텔방을 예약하고 성매매 대금도 현금으로 지불했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에 꼬리를 잡히고 말았습니다.

미 금융기관은 수상한 자금거래에 대해 국세청(IRS)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국세청은 수시로 올라오는 금융기관의 자금거래 내역 가운데 하나인 스피처의 이상한 현금흐름에 대해서도 조사했습니다. 그 과정에 합법적 감청이 포함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성매매가 드러난 것입니다.

미국인에게 가장 무서운 정부기관은 FBI나 검찰이 아니라 국세청입니다. 전설적 마피아 알 카포네를 감옥에 보낸 것은 조세포탈혐의를 잡은 국세청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73년 스피로 에그뉴 부통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사임시킨 것도 국세청입니다. 최근 들어 인기 오락프로 ‘서바이어’ 게임의 우승자 리처드 해치는 100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가 체포돼 복역 중입니다.

미 국세청은 종교단체에게도 무서운 존재입니다. 교회가 정치인에게 부적절한 정치자금을 제공했는지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기도 합니다. 위법사실이 적발되면 교회의 면세자격은 박탈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탄압이라고 난리가 날 일이지만 미국에선 국세청의 손아귀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습니다.

스피처 사건은 우리나라 국세청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전임 전군표 국세청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4명의 국세청장이 중도 사퇴할 정도로 국세청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무관리에 의한 부정과 비리도 한두 건이 아닙니다. 미 국세청이 얼마나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지가 이번 스피처 사건의 진짜 교훈입니다. 지금까지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지난 주 한국은 공천자 발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죠. 하지만 외신은 전혀 달랐습니다. 미국언론은 일주일 내내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지사 스캔들에 관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뉴욕주 검찰총장 시절 월스트리트의 부패와의 전쟁을 치르며 ‘미스터 클린’으로 불렸던 스피처 주지사의 깨끗한 이미지가 워낙 컸나 봅니다. 아내까지 동원해 파문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사퇴요구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제 눈길을 끈 것은 잘 나가는 한 주지사의 성매매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섹스스캔들이라고 하면 케네디 대통령부터 클린턴 대통령까지 더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니까요. 뉴스에선 스피처 주지사의 성매매 사실이 연방수사당국의 감청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미국 같은 선진사회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감청을 할 수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그 자신이 두 번이나 고급성매매조직을 적발했던 스피처는 과연 용의주도하게 행동했습니다. 다른 사람 이름으로 호텔방을 예약하고 성매매 대금도 현금으로 지불했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에 꼬리를 잡히고 말았습니다.

미 금융기관은 수상한 자금거래에 대해 국세청(IRS)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국세청은 수시로 올라오는 금융기관의 자금거래 내역 가운데 하나인 스피처의 이상한 현금흐름에 대해서도 조사했습니다. 그 과정에 합법적 감청이 포함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성매매가 드러난 것입니다.

미국인에게 가장 무서운 정부기관은 FBI나 검찰이 아니라 국세청입니다. 전설적 마피아 알 카포네를 감옥에 보낸 것은 조세포탈혐의를 잡은 국세청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73년 스피로 에그뉴 부통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사임시킨 것도 국세청입니다. 최근 들어 인기 오락프로 ‘서바이어’ 게임의 우승자 리처드 해치는 100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가 체포돼 복역 중입니다.

미 국세청은 종교단체에게도 무서운 존재입니다. 교회가 정치인에게 부적절한 정치자금을 제공했는지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기도 합니다. 위법사실이 적발되면 교회의 면세자격은 박탈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탄압이라고 난리가 날 일이지만 미국에선 국세청의 손아귀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습니다.

스피처 사건은 우리나라 국세청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전임 전군표 국세청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4명의 국세청장이 중도 사퇴할 정도로 국세청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무관리에 의한 부정과 비리도 한두 건이 아닙니다. 미 국세청이 얼마나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지가 이번 스피처 사건의 진짜 교훈입니다. 지금까지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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