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박태환 군대’ 발언 강의석 만나보니
등록 2008.09.09.최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선수에게 쓴 ‘태환아, 너도 군대가’라는 글로 논란에 휩싸인 강의석(22·서울대 법대)씨가 입을 열었다.
대광고등학교 학생 시절 학내 종교의 자유를 외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2005년 서울대학교 법대 입학 후 최근 복싱에 몰두하고, 택시 기사, 호스트 바 취직, 군대 발언을 하는 과정에 큰 논란을 일으켰던 강 씨를 9일 만나봤다.
복싱을 하던 강 씨는 최근 훈련 중 머리를 다쳐 뇌출혈로 공익 판정을 받았다. 공익으로 가는 사람이 굳이 병역 거부 운동을 벌이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뇌출혈로 4급 판정을 받아 남들보다 쉽게 군대에 갔다 올 수 있었죠. 그러나 군대를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되는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공익뿐만 아니라 여성도 장애인도 군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강 씨의 주장은 양심적 병역거부도 아니고 대체 복무도 아닌 아예 군대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나라는 누가 지킬까. 더구나 우리처럼 휴전 상태의 분단국가에서.
“모두가 총을 놓으면 세계 평화가 가능해요. 동구권이 몰락하고 세계가 변하는데 북한이 쳐들어올까요?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빨갱이로 몰릴까봐 말 하지 못하고 있어요. 내가 무장해제가 되면 상대방도 총을 내려놓을 겁니다. 우리가 총을 놓았을 때 북한이 쳐들어 온다면 전 세계 양심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주목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의 치기어린 행동이 아닐까 싶어 나중에 다시 물어 봤다. 그는 군대 없는 영세중립국 코스타리카의 번영을 예로 들며 군대에 들어갈 비용을 다른 곳에 돌리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라가 아닌 국제기구가 군대를 보유하는 것도 평화를 위한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강 씨는 ‘태환아, 너도 군대가’를 쓴 뒤 국민적인 반감을 사고 있다. 그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하루 만 명이 다녀가고 연일 검색어 수위에 올랐다. 인터넷에는 ‘강의석의 진실(본 모습)’이라는 장문의 글도 수백 군데 올려져 개인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제 흉을 보면서 재밌어 한다면 그런 즐거움을 깨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오해를 풀고 싶어요. 사람들은 제가 여자친구와의 섹스 경험담을 올렸다는데 왜 그런 걸 하겠어요? 고교 시절 탄 장학금도 교회를 열심히 다녀서 탄 게 아니라 전교 1등 장학금입니다. 군 면제를 받으려 복싱을 시작했다는데 복싱을 한 것은 고등학생 때부터입니다. 제가 실연을 당해 휴학했다는 얘기도 합니다. 대학교 신입생 때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그 사람도 저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였어요. 강의실에서 공개 프러포즈를 했는데 거절당했습니다. 충격을 받았지만 그 사람도 다른 좋은 사람과 행복하게 사랑을 했던 것 같습니다. 휴학을 한 것은 그보다는 정신적인 방황 때문입니다. 제가 살던 지역은 동대문구 사창가 주변입니다. 아침에 그 분들이 퇴근하는 걸 보면서 나는 이렇게 즐겁게 사는데 그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멈춰 서서 내 삶을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에게 군대 문제와 관련된 비판 여론을 극복할 자신이 있는 지 물었다.
“뜬 구름처럼 보이지만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글을 쓴 후 지지한다는 분들의 전화도 많이 받고 있어요. 우리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에 들 떠 있어요. 비판만 하지 말고 함께 힘을 합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 씨와 뜻을 같이 하는 회원 20여명은 국군의 날을 맞아 군대를 반대하는 ‘누드 퍼레이드’와 병역 거부하는 100인을 모아 ‘감옥 가기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또한 군대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고 있다.
이 중 ‘누드 퍼레이드’는 선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연음란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
“누드 시위에 대해 왜 그렇게 부정적일까 생각해 봤는데, 학창 시절 바바리맨에 대한 안 좋은 인식 때문인 것 같아요. 바바리맨은 나쁜 의도로 성적인 수치심을 주지만 비무장인 인간의 몸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평화의 상징합니다. 경찰이 공연음란죄로 잡아 간다면 할 수 없지요.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아름다운 몸으로 평화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는 군대 문제로 부모님과 많은 갈등 끝에 혼자 나와 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생일 두어 달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군대 가지 말고 감옥 가자는 건 사실 슬픈 얘기지요. 저희 어머니도 많이 우시고 갈등도 있었어요. 이상이라고 얘기하지만 이상이 나쁜 건 아니잖아요. 진짜 감옥 갈 생각 하고 있지만 그건 싫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서 뛰어서 (제도를 바꾸도록) 노력할 겁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나본 강씨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순진해 보였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지나친 이상주의자라는 인상도 풍겼다. 강씨는 대학생으로서 세상과 좀 더 소통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어가야하는 과정에 있다. 그의 지나친 이상주의는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발언이 사회에 끼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그가 현실과 이상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그에게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영상=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mission@donga.com
이진아 인턴기자
“박태환 씨가 국민적 영웅이잖아요. 그 사람의 이름을 쓰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군대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실 것 같아서 글을 썼어요.”
최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선수에게 쓴 ‘태환아, 너도 군대가’라는 글로 논란에 휩싸인 강의석(22·서울대 법대)씨가 입을 열었다.
대광고등학교 학생 시절 학내 종교의 자유를 외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2005년 서울대학교 법대 입학 후 최근 복싱에 몰두하고, 택시 기사, 호스트 바 취직, 군대 발언을 하는 과정에 큰 논란을 일으켰던 강 씨를 9일 만나봤다.
복싱을 하던 강 씨는 최근 훈련 중 머리를 다쳐 뇌출혈로 공익 판정을 받았다. 공익으로 가는 사람이 굳이 병역 거부 운동을 벌이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뇌출혈로 4급 판정을 받아 남들보다 쉽게 군대에 갔다 올 수 있었죠. 그러나 군대를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되는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공익뿐만 아니라 여성도 장애인도 군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강 씨의 주장은 양심적 병역거부도 아니고 대체 복무도 아닌 아예 군대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나라는 누가 지킬까. 더구나 우리처럼 휴전 상태의 분단국가에서.
“모두가 총을 놓으면 세계 평화가 가능해요. 동구권이 몰락하고 세계가 변하는데 북한이 쳐들어올까요?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빨갱이로 몰릴까봐 말 하지 못하고 있어요. 내가 무장해제가 되면 상대방도 총을 내려놓을 겁니다. 우리가 총을 놓았을 때 북한이 쳐들어 온다면 전 세계 양심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주목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의 치기어린 행동이 아닐까 싶어 나중에 다시 물어 봤다. 그는 군대 없는 영세중립국 코스타리카의 번영을 예로 들며 군대에 들어갈 비용을 다른 곳에 돌리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라가 아닌 국제기구가 군대를 보유하는 것도 평화를 위한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강 씨는 ‘태환아, 너도 군대가’를 쓴 뒤 국민적인 반감을 사고 있다. 그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하루 만 명이 다녀가고 연일 검색어 수위에 올랐다. 인터넷에는 ‘강의석의 진실(본 모습)’이라는 장문의 글도 수백 군데 올려져 개인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제 흉을 보면서 재밌어 한다면 그런 즐거움을 깨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오해를 풀고 싶어요. 사람들은 제가 여자친구와의 섹스 경험담을 올렸다는데 왜 그런 걸 하겠어요? 고교 시절 탄 장학금도 교회를 열심히 다녀서 탄 게 아니라 전교 1등 장학금입니다. 군 면제를 받으려 복싱을 시작했다는데 복싱을 한 것은 고등학생 때부터입니다. 제가 실연을 당해 휴학했다는 얘기도 합니다. 대학교 신입생 때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그 사람도 저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였어요. 강의실에서 공개 프러포즈를 했는데 거절당했습니다. 충격을 받았지만 그 사람도 다른 좋은 사람과 행복하게 사랑을 했던 것 같습니다. 휴학을 한 것은 그보다는 정신적인 방황 때문입니다. 제가 살던 지역은 동대문구 사창가 주변입니다. 아침에 그 분들이 퇴근하는 걸 보면서 나는 이렇게 즐겁게 사는데 그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멈춰 서서 내 삶을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에게 군대 문제와 관련된 비판 여론을 극복할 자신이 있는 지 물었다.
“뜬 구름처럼 보이지만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글을 쓴 후 지지한다는 분들의 전화도 많이 받고 있어요. 우리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에 들 떠 있어요. 비판만 하지 말고 함께 힘을 합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 씨와 뜻을 같이 하는 회원 20여명은 국군의 날을 맞아 군대를 반대하는 ‘누드 퍼레이드’와 병역 거부하는 100인을 모아 ‘감옥 가기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또한 군대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고 있다.
이 중 ‘누드 퍼레이드’는 선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연음란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
“누드 시위에 대해 왜 그렇게 부정적일까 생각해 봤는데, 학창 시절 바바리맨에 대한 안 좋은 인식 때문인 것 같아요. 바바리맨은 나쁜 의도로 성적인 수치심을 주지만 비무장인 인간의 몸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평화의 상징합니다. 경찰이 공연음란죄로 잡아 간다면 할 수 없지요.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아름다운 몸으로 평화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는 군대 문제로 부모님과 많은 갈등 끝에 혼자 나와 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생일 두어 달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군대 가지 말고 감옥 가자는 건 사실 슬픈 얘기지요. 저희 어머니도 많이 우시고 갈등도 있었어요. 이상이라고 얘기하지만 이상이 나쁜 건 아니잖아요. 진짜 감옥 갈 생각 하고 있지만 그건 싫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서 뛰어서 (제도를 바꾸도록) 노력할 겁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나본 강씨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순진해 보였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지나친 이상주의자라는 인상도 풍겼다. 강씨는 대학생으로서 세상과 좀 더 소통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어가야하는 과정에 있다. 그의 지나친 이상주의는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발언이 사회에 끼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그가 현실과 이상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그에게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영상=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mission@donga.com
이진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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