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8][동아논평] 대학 기부 활성화하려면
등록 2009.01.08.기부자의 이름을 딴 강의실 개설은 우리에겐 낯설게 여겨지지만 미국에서는 일반적 현상입니다. 미국 대학들은 강의실 뿐 아니라 강당이나 도서관, 실험실에도 수시로 기부자의 이름을 붙입니다.
나아가 미국에선 기부자의 이름이 대학의 이름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피바디대는 조지 피바디, 밴더빌트대는 철도업으로 거부를 쌓아올린 코넬리우스 밴더빌트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대학입니다. 카네기-멜론대는 앤드류 카네기의 헌금으로 설립된 카네기기술대가 멜론대와 합쳐진 곳입니다.
이런 현상을 한국에 한번 대입해 보겠습니다. 가정입니다만 이병철대, 정주영대, 최종현대가 가능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존경받는 부자가 많지 않은 까닭이기도 합니다만 우리 사회 저변을 흐르는 평등의식, 남을 깍아내리는 문화 때문이라고 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교육투자가 최고의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학에 대한 기부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기부를 하려면 여러 가지 장애물이 나타나 기부문화 정착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주식을 100%가 아닌 일부만 기부하면 증여세를 부과하거나 부동산을 기부하려면 양도 자체를 가로막는 조항이 그런 것입니다. 6년 전 아주대에 210억 원을 기부했던 사업가가 최근 140억 원의 세금폭탄을 맞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거액 기부자 몇 명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했을 때 기부자들은 사진촬영을 거부했습니다.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자신들도 도와달라며 괴롭힌다는 이유였습니다. 안타까운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학 기부가 활성화되려면 정부는 세제혜택과 함께 기부를 가로막는 까다로운 규제를 철폐해야 합니다. 또한 기부를 가장 아름답고 명예로운 투자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서울대 강의실도 그런 움직임 중 하나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83학번 강의실’ ‘이진방 강의실’ ‘황복현 강의실’. 서울대 경영대에 이처럼 발전기금을 낸 기부자의 이름을 딴 강의실이 생긴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이름 붙여진 강의실은 모두 13개입니다. 101호, 102호 하는 것보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만큼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자긍심과 함께 자신들도 나중에 이렇게 기부를 하겠다는 각오를 다질 것 같습니다.
기부자의 이름을 딴 강의실 개설은 우리에겐 낯설게 여겨지지만 미국에서는 일반적 현상입니다. 미국 대학들은 강의실 뿐 아니라 강당이나 도서관, 실험실에도 수시로 기부자의 이름을 붙입니다.
나아가 미국에선 기부자의 이름이 대학의 이름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피바디대는 조지 피바디, 밴더빌트대는 철도업으로 거부를 쌓아올린 코넬리우스 밴더빌트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대학입니다. 카네기-멜론대는 앤드류 카네기의 헌금으로 설립된 카네기기술대가 멜론대와 합쳐진 곳입니다.
이런 현상을 한국에 한번 대입해 보겠습니다. 가정입니다만 이병철대, 정주영대, 최종현대가 가능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존경받는 부자가 많지 않은 까닭이기도 합니다만 우리 사회 저변을 흐르는 평등의식, 남을 깍아내리는 문화 때문이라고 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교육투자가 최고의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학에 대한 기부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기부를 하려면 여러 가지 장애물이 나타나 기부문화 정착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주식을 100%가 아닌 일부만 기부하면 증여세를 부과하거나 부동산을 기부하려면 양도 자체를 가로막는 조항이 그런 것입니다. 6년 전 아주대에 210억 원을 기부했던 사업가가 최근 140억 원의 세금폭탄을 맞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거액 기부자 몇 명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했을 때 기부자들은 사진촬영을 거부했습니다.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자신들도 도와달라며 괴롭힌다는 이유였습니다. 안타까운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학 기부가 활성화되려면 정부는 세제혜택과 함께 기부를 가로막는 까다로운 규제를 철폐해야 합니다. 또한 기부를 가장 아름답고 명예로운 투자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서울대 강의실도 그런 움직임 중 하나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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