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3] 동아논평, 입시는 유행이 아닙니다
등록 2009.03.24.제목은 `입시는 유행이 아닙니다`. 홍찬식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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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입학사정관에 의한 신입생 선발제도를 다투어 도입하고 있습니다. KAIST가 얼마 전 `무시험 면접 선발` 방침을 발표하자 이에 뒤질세라 주요 대학들이 가세했습니다.
입학사정관은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입니다. 미국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을 우리도 몇 년 전부터 일부 대학에서 도입했습니다.
미국 대학은 우리처럼 내신이나 수능시험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지 않습니다. 미국에도 SAT라는 수능시험과 비슷한 게 있긴 하지만 SAT 점수 말고도 리더십과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입생을 뽑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잠재력은 수치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입학사정관은 바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나름대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가능성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학업 성적 이외에 잠재력까지 보고 학생을 뽑는다.` 아주 이상적인 입시모델 같습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에 맡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입시의 공정성을 중시하는 한국적 풍토에서는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는 방식입니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수능시험 점수가 1점이라도 낮아 떨어졌다면 입시결과에 승복하지만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평가로 불합격됐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한국 정서에서 입학사정관 제도는 여러 불안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대학들이 경쟁하듯이 도입하겠다는 겁니다. 대학들은 얼마 전까지 논술시험을 크게 칭송했습니다. 21세기 인재를 뽑는데 논술시험 만한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논술시험을 보는 대학은 크게 줄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수능시험 성적이 최고라고 떠받들었습니다.
대학입시는 유행이 아닙니다. 우리 대학들은 입학사정관 제도가 좋다고 하면 우르르 그리로 쏠리고 논술이 최고다 하면 논술시험으로 몰리는 가벼운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학 나름대로 교육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지닌 어른스러운 대학이 아쉽습니다.
교육부는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하는 대학에 거액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당근을 내걸면서 대학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역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입학사정관 제도는 벼락치기로 도입할 일이 아닙니다. 차근차근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점진적으로 시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입시는 유행이 아닙니다`. 홍찬식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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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입학사정관에 의한 신입생 선발제도를 다투어 도입하고 있습니다. KAIST가 얼마 전 `무시험 면접 선발` 방침을 발표하자 이에 뒤질세라 주요 대학들이 가세했습니다.
입학사정관은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입니다. 미국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을 우리도 몇 년 전부터 일부 대학에서 도입했습니다.
미국 대학은 우리처럼 내신이나 수능시험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지 않습니다. 미국에도 SAT라는 수능시험과 비슷한 게 있긴 하지만 SAT 점수 말고도 리더십과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입생을 뽑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잠재력은 수치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입학사정관은 바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나름대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가능성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학업 성적 이외에 잠재력까지 보고 학생을 뽑는다.` 아주 이상적인 입시모델 같습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에 맡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입시의 공정성을 중시하는 한국적 풍토에서는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는 방식입니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수능시험 점수가 1점이라도 낮아 떨어졌다면 입시결과에 승복하지만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평가로 불합격됐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한국 정서에서 입학사정관 제도는 여러 불안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대학들이 경쟁하듯이 도입하겠다는 겁니다. 대학들은 얼마 전까지 논술시험을 크게 칭송했습니다. 21세기 인재를 뽑는데 논술시험 만한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논술시험을 보는 대학은 크게 줄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수능시험 성적이 최고라고 떠받들었습니다.
대학입시는 유행이 아닙니다. 우리 대학들은 입학사정관 제도가 좋다고 하면 우르르 그리로 쏠리고 논술이 최고다 하면 논술시험으로 몰리는 가벼운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학 나름대로 교육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지닌 어른스러운 대학이 아쉽습니다.
교육부는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하는 대학에 거액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당근을 내걸면서 대학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역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입학사정관 제도는 벼락치기로 도입할 일이 아닙니다. 차근차근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점진적으로 시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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