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공직자의 거짓말

등록 2009.07.16.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내정을 철회한 주된 이유가 천 후보자의 `거짓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은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 한 사람을 조사하는 곳인데 다른 곳도 아닌 검찰 최고책임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직자의 거짓말은 정부에 대한 신뢰에 직결되는 만큼 내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는 "처신, 평판 같은 것은 일을 잘하면 불식될 수 있지만 거짓말 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대통령의 원칙"이라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설명과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일만 잘하면 작은 허물을 덮어둘 수 있다`는 것이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이 대통령의 그간 인사 철학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사람을 쓸 때 신중하게 고르고, 한번 일을 맡기면 여간해선 바꾸지 않는 것도 이런 철학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 인물의 처신과 그에 대한 평판은 거짓말 행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출중한 능력을 보여준다 해도 평소 거짓말을 한다면 그의 능력은 곧 의심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거짓말과 속임수로 한두 번은 실적을 낼 수 있겠지만 영속되기는 어렵습니다. 더욱이 평판이란 쌓기는 힘들고, 무너지기는 한 순간인데 거짓말로 좋은 평판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선진국은 공직자의 거짓말을 엄격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국회 인사 청문 대상에 오를 정도의 고위공직자들은 직분에 걸맞는 도덕성을 갖출 것을 요구합니다. 미국에서 주요 공직자의 검증은 까다롭기 그지없습니다. 오랜 시간 자신의 모든 것이 발가벗겨지는 수모를 당해야 공직자 타이틀을 얻습니다. 오죽하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공직) 검증절차는 악몽"이라고 했을까요?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이유도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대한 도청 및 무단침투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를 "몰랐다"며 거짓말했기 때문이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천 내정자의 사퇴가 우리 공직자의 도덕수준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내정을 철회한 주된 이유가 천 후보자의 `거짓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은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 한 사람을 조사하는 곳인데 다른 곳도 아닌 검찰 최고책임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직자의 거짓말은 정부에 대한 신뢰에 직결되는 만큼 내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는 "처신, 평판 같은 것은 일을 잘하면 불식될 수 있지만 거짓말 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대통령의 원칙"이라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설명과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일만 잘하면 작은 허물을 덮어둘 수 있다`는 것이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이 대통령의 그간 인사 철학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사람을 쓸 때 신중하게 고르고, 한번 일을 맡기면 여간해선 바꾸지 않는 것도 이런 철학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 인물의 처신과 그에 대한 평판은 거짓말 행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출중한 능력을 보여준다 해도 평소 거짓말을 한다면 그의 능력은 곧 의심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거짓말과 속임수로 한두 번은 실적을 낼 수 있겠지만 영속되기는 어렵습니다. 더욱이 평판이란 쌓기는 힘들고, 무너지기는 한 순간인데 거짓말로 좋은 평판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선진국은 공직자의 거짓말을 엄격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국회 인사 청문 대상에 오를 정도의 고위공직자들은 직분에 걸맞는 도덕성을 갖출 것을 요구합니다. 미국에서 주요 공직자의 검증은 까다롭기 그지없습니다. 오랜 시간 자신의 모든 것이 발가벗겨지는 수모를 당해야 공직자 타이틀을 얻습니다. 오죽하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공직) 검증절차는 악몽"이라고 했을까요?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이유도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대한 도청 및 무단침투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를 "몰랐다"며 거짓말했기 때문이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천 내정자의 사퇴가 우리 공직자의 도덕수준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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