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자전거’만 노린 10대들 수법도 기상천외
등록 2009.09.14.(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14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최근 자전거 인구가 늘고 한 대에 수백만 원이 넘는 고가 자전거가 많아지면서 도난 사고도 크게 늘었는데요. 이런 명품 자전거만 전문으로 훔치는 청소년들이 지난달 무더기로 경찰에 잡혔습니다.
(김현수 앵커) 부자동네로 손꼽히는 서울 대치동에서 일어난 사건인데요. 경찰 조사로 10대들의 기발하고 대범한 절도 수법이 밝혀졌습니다. 사건을 단독 취재한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최근 자전거 도난 사고가 어느 정도 는 건가요?
(신광영 기자) 자전거 도난 사고의 심각성은 도난 대수가 얼마나 되는 지 파악하기 조차 힘들다는 데 있습니다. 자전거를 잃어버려도 운이 없거나 스스로 관리에 소홀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경찰에 도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3년 사이 자전거를 10번 이상 잃어버렸다는 한 시민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피해 시민
"(그러면 자전거를 총 몇 대 도난당하신거에요?) 전부해서 열 몇 대 될 거에요. (열 몇 대요?) (그럼 10대 정도를 잃어버리셨는데 신고는 몇 대 하셨어요?) 신고는 마지막에 이거 한 번 하구요. 포기했어요. 자전거하고 너하고는 연이 없는 가보다, 더 이상."
(박 앵커) 이번 경찰 조사 결과 자전거 절도가 조직 범죄라는 점이 밝혀졌는데요. 중학생들이 했다고는 믿겨지지 않습니다.
(신 기자) 10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절도 수법이 지능적이었습니다. 경찰조사를 보면 자전거 절도는 크게 정보제공조와 실행조, 판매조의 합동작업으로 이뤄지는데요. 우선 정보 제공조가 명품 자전거의 위치와 가격대, 잠금 방식 등의 정보를 수집해서 건당 만원을 받고 실행조에 넘깁니다. 실행조가 상황별 매뉴얼에 따라 지목된 자전거를 훔쳐오면 판매조가 인터넷 중고매매 사이트에 매물로 올립니다. 정보제공조가 목표물을 고를 땐 필라나 벤츠 등 명품 브랜드인지, 색상은 무난하게 팔 수 있는 원색 계열인지 등을 꼼꼼히 살핍니다. 엄선한 수백만원짜리 고가 자전거를 10만 원대에 내놓기 때문에 훔친 자전거는 대부분 2~3시간 안에 다 팔립니다.
(김 앵커) 이번에 자전거 절도 수법도 상세하게 조사가 됐는데요. 어떻게 자전거를 훔친 건가요?
(신 기자) 대략 5가지 방법이 밝혀졌습니다. 가장 손쉽게 재물이 된 자전거는 거치대에 묶이지 않은 채 나홀로 선 자전거였는데요. 아무리 튼튼한 자물쇠로 잠겼다 하더라도 한 명이 잠긴 쪽 바퀴를 들고 다른 한 명이 태연히 자전거를 끌고 가는 수법입니다.
두 번째는 페달 돌리긴데요. 고급 자전거일수록 안장을 탈부착하는 게 쉽다는 점에 착안한 겁니다. 안장을 떼고 뒷바퀴에 걸린 자물쇠를 앞쪽으로 넘겨 폐달 아래에 건 뒤 폐달을 밟으면 자물쇠의 연결부분이 쉽게 분리됩니다.
부싯돌 치기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번호키로 된 자물쇠를 열 때 주로 쓰이는데요. 번호키 부분을 망치 위에 올려놓고 둔기로 충격을 주면 바로 자물쇠가 열립니다.
가장 교묘한 방법이 덮씌우긴데요. 따기 쉬운 명품 자전거를 발견했지만 주인이 주변에 있거나 당장 훔치기 어려울 경우 다른 자전거를 가져와 자물쇠로 엮는 방법입니다. 주인이 철물점 등에서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 자신의 자전거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주로 야간에 이뤄지는데요. 주인이 자전거를 포기하고 현장을 떠나면 유유히 나타나 훔쳐가는 겁니다.
(박 앵커) 그렇다면 웬만한 자물쇠 가지고는 도난을 막기가 어려울 거 같은데, 어떻게 보관해야 안심할 수 있습니까?
(신 기자) 능숙한 자전거 절도범들도 철통자물쇠로 잠긴 자전거는 훔치는 걸 포기했습니다. 대략 3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철 소재로 만들어져 4번에 걸쳐 접히는 `4관절` 자물쇠가 있습니다. 또 거치대와 자전거를 강철로 연결해주는 `U자형 자물쇠`, 그리고 오토바이 잠금장치로 자주 쓰이는 `순대형` 자물쇠 같은 경우 현장에서 절단하는 게 불가능하고 둔기 등 외부 충격에도 강해서 절도범들이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피가 크고 사용하기에도 불편해 널리 쓰이는 자물쇠는 아닌데요. 도난을 막기 위해선 이런 철통 자물쇠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아무리 튼튼한 자물쇠를 쓰더라도 거치대에 고정시키지 않고 홀로 세워 둘 경우 절도범들이 끌고 가 특수 장비로 절단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거치대에 묶어야 합니다.
(김 앵커) 이번에 붙잡힌 자전거도둑들은 대부분 서울 대치동에서 부유하게 자란 10대 청소년들인데요. 왜 그런 짓을 한 겁니까?
(신 기자) 이번에 검거된 자전거 털이범 10명은 부모가 사업가나 의사 등 중산층 가정의 중고생들입니다. 조기유학을 다녀온 경우도 상당순데요. 방학만 되면 가출을 해서 무리지어 생활하기 때문에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전거 절도를 기획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대치동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어디에 좋은 자전거가 많이 몰리는지 어느 지역에 폐쇄회로TV가 없는 지 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학생들은 학년별로 조직화가 되어 있는데요. 고교생 선배가 중학생 후배에게 절도 수법을 전수해주고 자전거를 훔치게 한 뒤 수익금 중 일부를 상납받기도 했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유병도 경사 / 대치지구대
"본인이 직접 절취를 하고도 어떠한 죄책감도 없고 경비원한테 들켰음에도 절취한 것을 모면하려고 112에 신고해 (경찰을 부르는) 대범함을 보였습니다."
(박 앵커) 충격적인데요, 튼튼한 자물쇠를 사용하는 것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도난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명품자전거 조직 절도 해부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14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최근 자전거 인구가 늘고 한 대에 수백만 원이 넘는 고가 자전거가 많아지면서 도난 사고도 크게 늘었는데요. 이런 명품 자전거만 전문으로 훔치는 청소년들이 지난달 무더기로 경찰에 잡혔습니다.
(김현수 앵커) 부자동네로 손꼽히는 서울 대치동에서 일어난 사건인데요. 경찰 조사로 10대들의 기발하고 대범한 절도 수법이 밝혀졌습니다. 사건을 단독 취재한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최근 자전거 도난 사고가 어느 정도 는 건가요?
(신광영 기자) 자전거 도난 사고의 심각성은 도난 대수가 얼마나 되는 지 파악하기 조차 힘들다는 데 있습니다. 자전거를 잃어버려도 운이 없거나 스스로 관리에 소홀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경찰에 도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3년 사이 자전거를 10번 이상 잃어버렸다는 한 시민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피해 시민
"(그러면 자전거를 총 몇 대 도난당하신거에요?) 전부해서 열 몇 대 될 거에요. (열 몇 대요?) (그럼 10대 정도를 잃어버리셨는데 신고는 몇 대 하셨어요?) 신고는 마지막에 이거 한 번 하구요. 포기했어요. 자전거하고 너하고는 연이 없는 가보다, 더 이상."
(박 앵커) 이번 경찰 조사 결과 자전거 절도가 조직 범죄라는 점이 밝혀졌는데요. 중학생들이 했다고는 믿겨지지 않습니다.
(신 기자) 10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절도 수법이 지능적이었습니다. 경찰조사를 보면 자전거 절도는 크게 정보제공조와 실행조, 판매조의 합동작업으로 이뤄지는데요. 우선 정보 제공조가 명품 자전거의 위치와 가격대, 잠금 방식 등의 정보를 수집해서 건당 만원을 받고 실행조에 넘깁니다. 실행조가 상황별 매뉴얼에 따라 지목된 자전거를 훔쳐오면 판매조가 인터넷 중고매매 사이트에 매물로 올립니다. 정보제공조가 목표물을 고를 땐 필라나 벤츠 등 명품 브랜드인지, 색상은 무난하게 팔 수 있는 원색 계열인지 등을 꼼꼼히 살핍니다. 엄선한 수백만원짜리 고가 자전거를 10만 원대에 내놓기 때문에 훔친 자전거는 대부분 2~3시간 안에 다 팔립니다.
(김 앵커) 이번에 자전거 절도 수법도 상세하게 조사가 됐는데요. 어떻게 자전거를 훔친 건가요?
(신 기자) 대략 5가지 방법이 밝혀졌습니다. 가장 손쉽게 재물이 된 자전거는 거치대에 묶이지 않은 채 나홀로 선 자전거였는데요. 아무리 튼튼한 자물쇠로 잠겼다 하더라도 한 명이 잠긴 쪽 바퀴를 들고 다른 한 명이 태연히 자전거를 끌고 가는 수법입니다.
두 번째는 페달 돌리긴데요. 고급 자전거일수록 안장을 탈부착하는 게 쉽다는 점에 착안한 겁니다. 안장을 떼고 뒷바퀴에 걸린 자물쇠를 앞쪽으로 넘겨 폐달 아래에 건 뒤 폐달을 밟으면 자물쇠의 연결부분이 쉽게 분리됩니다.
부싯돌 치기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번호키로 된 자물쇠를 열 때 주로 쓰이는데요. 번호키 부분을 망치 위에 올려놓고 둔기로 충격을 주면 바로 자물쇠가 열립니다.
가장 교묘한 방법이 덮씌우긴데요. 따기 쉬운 명품 자전거를 발견했지만 주인이 주변에 있거나 당장 훔치기 어려울 경우 다른 자전거를 가져와 자물쇠로 엮는 방법입니다. 주인이 철물점 등에서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 자신의 자전거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주로 야간에 이뤄지는데요. 주인이 자전거를 포기하고 현장을 떠나면 유유히 나타나 훔쳐가는 겁니다.
(박 앵커) 그렇다면 웬만한 자물쇠 가지고는 도난을 막기가 어려울 거 같은데, 어떻게 보관해야 안심할 수 있습니까?
(신 기자) 능숙한 자전거 절도범들도 철통자물쇠로 잠긴 자전거는 훔치는 걸 포기했습니다. 대략 3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철 소재로 만들어져 4번에 걸쳐 접히는 `4관절` 자물쇠가 있습니다. 또 거치대와 자전거를 강철로 연결해주는 `U자형 자물쇠`, 그리고 오토바이 잠금장치로 자주 쓰이는 `순대형` 자물쇠 같은 경우 현장에서 절단하는 게 불가능하고 둔기 등 외부 충격에도 강해서 절도범들이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피가 크고 사용하기에도 불편해 널리 쓰이는 자물쇠는 아닌데요. 도난을 막기 위해선 이런 철통 자물쇠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아무리 튼튼한 자물쇠를 쓰더라도 거치대에 고정시키지 않고 홀로 세워 둘 경우 절도범들이 끌고 가 특수 장비로 절단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거치대에 묶어야 합니다.
(김 앵커) 이번에 붙잡힌 자전거도둑들은 대부분 서울 대치동에서 부유하게 자란 10대 청소년들인데요. 왜 그런 짓을 한 겁니까?
(신 기자) 이번에 검거된 자전거 털이범 10명은 부모가 사업가나 의사 등 중산층 가정의 중고생들입니다. 조기유학을 다녀온 경우도 상당순데요. 방학만 되면 가출을 해서 무리지어 생활하기 때문에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전거 절도를 기획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대치동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어디에 좋은 자전거가 많이 몰리는지 어느 지역에 폐쇄회로TV가 없는 지 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학생들은 학년별로 조직화가 되어 있는데요. 고교생 선배가 중학생 후배에게 절도 수법을 전수해주고 자전거를 훔치게 한 뒤 수익금 중 일부를 상납받기도 했습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유병도 경사 / 대치지구대
"본인이 직접 절취를 하고도 어떠한 죄책감도 없고 경비원한테 들켰음에도 절취한 것을 모면하려고 112에 신고해 (경찰을 부르는) 대범함을 보였습니다."
(박 앵커) 충격적인데요, 튼튼한 자물쇠를 사용하는 것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도난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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