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간판 내려야 할 시민단체들

등록 2009.10.08.
정부가 시민단체에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입니다. 민주화 이후 시민단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활동영역도 넓어지자 당시 김대중 정부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만들어 보조금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건전한 시민단체로의 성장을 지원하고 공익 증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토록 한다는 것이 그 취지였습니다.

시민단체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는 것은 시민운동의 순수성 측면에서 보면 옳은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가 일일이 다 손길을 미칠 수 없는 분야에서 시민단체들이 대신 공익적인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정당한 측면도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다양한 공익사업으로 사회에 유익한 기여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성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가 작년 11월 발표한 신뢰도 조사를 보면 여론주도층의 70%는 시민단체가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80%가 이런 평가에 동의했으니 시민단체들의 현주소가 어떠한지 짐작할 만 합니다.

이런 추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시민을 배제한 시민운동, 낙천 낙선운동을 벌이고 불법 폭력시위에 동참하는 등의 정파적 이념적 편향성, 시민단체 스스로의 권력화가 주된 이유로 꼽힙니다. 여기에다 투명하지 못한 단체의 운영과 도덕성 문제도 무시하지 못할 이유입니다. 보조금만 타내고는 신청한 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고, 보조금을 사적으로 착복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감사원이 2006년부터 3년간 매년 8000만 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543개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최근 감사를 벌인 결과 30~40명의 횡령 의혹을 적발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안타깝고도 한심한 일입니다.

시민단체는 도덕성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시민단체들이 스스로 자정운동에 나서야 하고, 그럴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차라리 간판을 내리는 게 옳을 것입니다. 정부도 무작정 돈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사전 사업심사와 사후 관리에 좀더 철저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세금이 허투로 쓰이게 해서는 안 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정부가 시민단체에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입니다. 민주화 이후 시민단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활동영역도 넓어지자 당시 김대중 정부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만들어 보조금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건전한 시민단체로의 성장을 지원하고 공익 증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토록 한다는 것이 그 취지였습니다.

시민단체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는 것은 시민운동의 순수성 측면에서 보면 옳은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가 일일이 다 손길을 미칠 수 없는 분야에서 시민단체들이 대신 공익적인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정당한 측면도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다양한 공익사업으로 사회에 유익한 기여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성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가 작년 11월 발표한 신뢰도 조사를 보면 여론주도층의 70%는 시민단체가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80%가 이런 평가에 동의했으니 시민단체들의 현주소가 어떠한지 짐작할 만 합니다.

이런 추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시민을 배제한 시민운동, 낙천 낙선운동을 벌이고 불법 폭력시위에 동참하는 등의 정파적 이념적 편향성, 시민단체 스스로의 권력화가 주된 이유로 꼽힙니다. 여기에다 투명하지 못한 단체의 운영과 도덕성 문제도 무시하지 못할 이유입니다. 보조금만 타내고는 신청한 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고, 보조금을 사적으로 착복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감사원이 2006년부터 3년간 매년 8000만 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543개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최근 감사를 벌인 결과 30~40명의 횡령 의혹을 적발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안타깝고도 한심한 일입니다.

시민단체는 도덕성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시민단체들이 스스로 자정운동에 나서야 하고, 그럴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차라리 간판을 내리는 게 옳을 것입니다. 정부도 무작정 돈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사전 사업심사와 사후 관리에 좀더 철저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세금이 허투로 쓰이게 해서는 안 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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