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전? NO…장보고호 탐사
등록 2009.12.31.(신광영 기자) 지구 한 바퀴 거리인 다윈의 항로를 따라 지구 변화를 탐사하겠다는 권 박사의 도전은 무모하다고 보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8년 10월 미국 아나폴리스에서 소형 요트인 장보호고를 타고 출항해 대서양 카리브해를 지난 뒤 남미 해협을 돌아 415일 만에 갈라파고스에 도착했습니다. 다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항해는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시도였는데요. 권 박사가 항해한 경로를 따라 수집한 이산화탄소와 메탄 농도 등 방대한 데이터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과 바다 속 자원 분포를 포괄적으로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김현수 앵커) 갈라파고스하면 다윈의 진화론이 탄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생소한 곳인데요. 어떤 곳이지 먼저 소개해주시죠.
(신 광영 기자)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아메리카에 있는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약 1000km 떨어져 있는데요. 지리적인 고립 때문에 자연이 원시 상태로 잘 보존돼 생물의 진화를 연구할 수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갈라파고스의 관광수입이 에콰도르 전체 외화 수입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 관광객들이 급증했는데요. 그로 인해 부동산 투기 붐이 일면서 땅 값도 5년 전 보다 10배 가량 오르고 본토의 두 배 가까운 임금을 보고 이주민까지 몰려들면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생물의 낙원이었던 갈라파고스가 인간들의 천국이 된 셈입니다.
(박 앵커) 바다가 워낙 예측 불가능하다보니 갈라파고스에 가기까지 위기 상황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작은 돛단배로 망망대해를 가다보면 예상치 못한 고비가 많았습니다. 카리브해를 지나던 지난 200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배가 4~5m가량 튀어 올랐다가 자유낙하를 할 정도로 큰 폭풍을 만났는데요. 그날은 선실에 웅크려 밤새도록 바람이 멎기만 기다렸습니다. 또 전자해도가 잘못돼 배가 암초에 부딪힐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인터뷰) 권상수 대원
"우리가 멕시코 출항해서 갈라파고스로 오는 도중에 예상치 못한 강풍, 바람이 없어야 할 무풍지대 구간에서 예상치 못한 강풍을 만나가지고 보조 덫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2009년 초에는 강한 파도에 맞아 배가 파손되면서 함께 하던 대원이 떠났고, 오랜 항해로 척추가 휘어질 정도로 건강도 크게 악화됐습니다. 때문에 지난 3월부터 석 달 동안 육로로 탐사를 진행했고 7월에 어렵게 중고 배를 마련했습니다. 때마침 항해 경험이 풍부한 지준명, 권상수 씨까지 죽음의 항해를 함께 하겠다며 자원하면서 권 박사는 항해를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김 앵커) 권 박사팀이 무사히 갈라파고스까지 도착한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그동안 탐사 성과가 좀 나왔습니까?
(신 기자) 권 박사가 항해에 나선 건 지구의 변화를 현장에서 탐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항해하는 동안 권 박사 일행은 지구 온난화의 현실을 실감했습니다. 통상 해수 온도가 26도 이하여야만 허리케인이 없고 10월 말에는 수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는데 최근 이상 고온으로 11월 멕시코 출항 당시 해수 온도는 30도가 가까이 됐습니다. 실제로 허리케인 `릭`이 불어 닥치면서 배가 쓸려나갈 뻔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큰 바람을 만날 때마다 허리케인이 아닐까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권 박사는 바닷물의 용존 메탄량과 이산화탄소 농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했는데요. 갈라파고스 도착 직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권 박사
" 용존 메탄량을 메탄 센서로 측정을 해보니까 3.7마이크로 몰 퍼 리터로 아주 높은 값을 나타냈습니다. 이것은 해수면에서 측정한 값이기 때문에 실제로 해저면에서는 더 높은 값을 가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높은 값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해저에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있던지 아니면 화산활동에 의한 작용으로 해석됩니다."
권 박사가 발견한 지역이 메탄 밀집지로 확인될 경우 권 박사는 연구원 시절이던 지난 2007년 동해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발견한 데 이어 해외에서 대체 에너지를 발굴하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박 앵커) 배 안에서 세 남자가 생활하다보면 별별이 다 있을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신 기자) 항해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진정 잃고 싶지 않은 친구와는 절대로 함께 항해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그만큼 퇴로가 없는 좁은 배위에서 서로 부대끼다보면 미묘한 신경전이 많기 때문인데요. 배 안에서는 모든 것이 이해가 상충된다고 합니다. 적도 부근을 항해하다보면 낮 기온이 섭씨 40도 이상 올라가는 데요. 그늘에는 한 사람만 앉을 수 있기 때문에 쟁탈전이 치열합니다. 또 탐사 장비를 가동해하는 권 박사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른 전기를 모두 끄길 원하지만 선실 주방장인 지준명 선장은 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를 켜다보니 티격태격 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배 위에선 서로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감정이 상해 며칠 간 말문을 닫았다가도 멀리서 목적지가 육지가 보이면 그간의 갈등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고 합니다.
(박 앵커) 권 박사팀이 3월말 많은 연구 성과를 안고 무사 귀환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신 기자, 멀리까지 출장 가서 고생했습니다.
(박제균 앵커) 400일이 넘도록 배 위에서 항해와 탐사를 병행하느라 권 박사와 대원들이 고생이 많았을 텐데요. 현장을 다녀온 신광영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신 기자, 권 박사 일행이 갈라파고스에 도착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신광영 기자) 지구 한 바퀴 거리인 다윈의 항로를 따라 지구 변화를 탐사하겠다는 권 박사의 도전은 무모하다고 보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8년 10월 미국 아나폴리스에서 소형 요트인 장보호고를 타고 출항해 대서양 카리브해를 지난 뒤 남미 해협을 돌아 415일 만에 갈라파고스에 도착했습니다. 다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항해는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시도였는데요. 권 박사가 항해한 경로를 따라 수집한 이산화탄소와 메탄 농도 등 방대한 데이터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과 바다 속 자원 분포를 포괄적으로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김현수 앵커) 갈라파고스하면 다윈의 진화론이 탄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생소한 곳인데요. 어떤 곳이지 먼저 소개해주시죠.
(신 광영 기자)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아메리카에 있는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약 1000km 떨어져 있는데요. 지리적인 고립 때문에 자연이 원시 상태로 잘 보존돼 생물의 진화를 연구할 수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갈라파고스의 관광수입이 에콰도르 전체 외화 수입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 관광객들이 급증했는데요. 그로 인해 부동산 투기 붐이 일면서 땅 값도 5년 전 보다 10배 가량 오르고 본토의 두 배 가까운 임금을 보고 이주민까지 몰려들면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생물의 낙원이었던 갈라파고스가 인간들의 천국이 된 셈입니다.
(박 앵커) 바다가 워낙 예측 불가능하다보니 갈라파고스에 가기까지 위기 상황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작은 돛단배로 망망대해를 가다보면 예상치 못한 고비가 많았습니다. 카리브해를 지나던 지난 200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배가 4~5m가량 튀어 올랐다가 자유낙하를 할 정도로 큰 폭풍을 만났는데요. 그날은 선실에 웅크려 밤새도록 바람이 멎기만 기다렸습니다. 또 전자해도가 잘못돼 배가 암초에 부딪힐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인터뷰) 권상수 대원
"우리가 멕시코 출항해서 갈라파고스로 오는 도중에 예상치 못한 강풍, 바람이 없어야 할 무풍지대 구간에서 예상치 못한 강풍을 만나가지고 보조 덫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2009년 초에는 강한 파도에 맞아 배가 파손되면서 함께 하던 대원이 떠났고, 오랜 항해로 척추가 휘어질 정도로 건강도 크게 악화됐습니다. 때문에 지난 3월부터 석 달 동안 육로로 탐사를 진행했고 7월에 어렵게 중고 배를 마련했습니다. 때마침 항해 경험이 풍부한 지준명, 권상수 씨까지 죽음의 항해를 함께 하겠다며 자원하면서 권 박사는 항해를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김 앵커) 권 박사팀이 무사히 갈라파고스까지 도착한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그동안 탐사 성과가 좀 나왔습니까?
(신 기자) 권 박사가 항해에 나선 건 지구의 변화를 현장에서 탐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항해하는 동안 권 박사 일행은 지구 온난화의 현실을 실감했습니다. 통상 해수 온도가 26도 이하여야만 허리케인이 없고 10월 말에는 수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는데 최근 이상 고온으로 11월 멕시코 출항 당시 해수 온도는 30도가 가까이 됐습니다. 실제로 허리케인 `릭`이 불어 닥치면서 배가 쓸려나갈 뻔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큰 바람을 만날 때마다 허리케인이 아닐까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권 박사는 바닷물의 용존 메탄량과 이산화탄소 농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했는데요. 갈라파고스 도착 직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권 박사
" 용존 메탄량을 메탄 센서로 측정을 해보니까 3.7마이크로 몰 퍼 리터로 아주 높은 값을 나타냈습니다. 이것은 해수면에서 측정한 값이기 때문에 실제로 해저면에서는 더 높은 값을 가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높은 값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해저에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있던지 아니면 화산활동에 의한 작용으로 해석됩니다."
권 박사가 발견한 지역이 메탄 밀집지로 확인될 경우 권 박사는 연구원 시절이던 지난 2007년 동해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발견한 데 이어 해외에서 대체 에너지를 발굴하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박 앵커) 배 안에서 세 남자가 생활하다보면 별별이 다 있을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신 기자) 항해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진정 잃고 싶지 않은 친구와는 절대로 함께 항해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그만큼 퇴로가 없는 좁은 배위에서 서로 부대끼다보면 미묘한 신경전이 많기 때문인데요. 배 안에서는 모든 것이 이해가 상충된다고 합니다. 적도 부근을 항해하다보면 낮 기온이 섭씨 40도 이상 올라가는 데요. 그늘에는 한 사람만 앉을 수 있기 때문에 쟁탈전이 치열합니다. 또 탐사 장비를 가동해하는 권 박사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른 전기를 모두 끄길 원하지만 선실 주방장인 지준명 선장은 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를 켜다보니 티격태격 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배 위에선 서로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감정이 상해 며칠 간 말문을 닫았다가도 멀리서 목적지가 육지가 보이면 그간의 갈등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고 합니다.
(박 앵커) 권 박사팀이 3월말 많은 연구 성과를 안고 무사 귀환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신 기자, 멀리까지 출장 가서 고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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