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동독” “잘난체 서독” 마음의 장벽 아직도…
등록 2010.09.27.다음달 3일이면 독일 통일 20주년을 맞습니다. 분단된 지 어언 65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에게 독일 통일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구가인 앵커) 독일은 통일 20년 만에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통일 이후 국가의 면모를 크게 일신한 독일을 국제부 하종대 차장이 지난 12일부터 일주일간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박 앵커) 하 차장, 독일이 통일된 지 20년이 지났는데요. 현재의 독일 모습, 통일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하 종대 차장)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독일 경제입니다. 국제통화기금 통계에 따르면 통일 당시인 1990년 1조5470억 달러에 불과했던 독일의 국내총생산은 2008년 3조6731억 달러로 두 배 넘게 크게 늘었습니다. 1인당 소득 역시 통일 당시엔 2만 달러에 못 미쳤으나 2007년 이미 4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동독 지역은 통일 직전 소득이 서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근엔 서독 지역의 80%까지 올라가는 등 양 지역간 격차도 크게 줄었습니다.
국제무대에서의 독일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독일 통일을 계기로 탄생한 유럽연합(EU) 내에서, 독일은 영국 프랑스와 더불어 지도국가로 발돋움했습니다. 또 이라크와 이란 문제나 금융위기 대처 등 국제문제를 둘러싸고 패권국가인 미국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고 있습니다.
(구 앵커) 하지만 동서독 주민 사이에서는 새롭게 `마음의 장벽`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던데 왜 그런가요.
(하 차장) 동서독 주민 사이에서는 최근 들어 동서독 격차 해소에 대한 비관론이 늘면서 `마음의 장벽`이 생기고 있는데요, 이는 무엇보다도 양 지역의 격차 해소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 정부는 통일 이후 20년간 무려 2조 유로, 우리 돈으로 약 3000조 원을 동독 지역에 쏟아 부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3년 치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 이를 통해 동독 지역의 소득은 서독의 80%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들어 이 격차의 감소 속도가 계속 줄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언제까지 이같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야 동독 지역이 서독 지역만큼 잘 살 수 있을 지 예상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박 앵커) 그렇다면 두 지역의 격차는 대체 언제쯤 해소될까요?
(하 차장) 독일 국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통일 직후엔 양 지역의 격차가 6년에서 8년이면 해소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최근엔 15년에서 20년 뒤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독 지역에서는 언제까지 이런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지에 대한 불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언론 조사에 따르면 동서독 주민 모두 상대 지역 주민을 자국민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70%에서 8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 서독 주민은 동독인을 `게으르고 불평만 늘어놓는 동독인`이라는 뜻으로 `오시(Ossi)`라고 부르고, 동독인은 `거드름이나 피우며 잘난체하는 서독 놈`이라는 뜻으로 `베시(Wessi)`라고 부르며 서로 멸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 앵커) 이런 통일 독일의 모습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적잖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독일은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어떤 조언을 하고 있나요.
(하 차장) 일주일간 독일에서 취재하면서 독일 지도층 인사를 만날 때마다 한국 정부와 우리 국민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들이 강조한 점은 먼저, 독일은 갑작스럽게 통일을 맞이하는 바람에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1989년 11월만 해도 독일인은 대부분 10년쯤 지나야 통일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1년이 채 안 돼 통일됐습니다. 이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빨리 동독 주민을 서독 주민과 같이 잘 살게 만들어야 하겠다는 일념 아래, 시장에서 4~5배 차이가 나는 동서독 화폐를 처음엔 1대 1, 나중엔 2대 1로 바꿔줬는데, 이것이 되레 동독 지역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산업의 붕괴를 야기했다는 사실입니다. 또 동서독 주민의 이주를 처음부터 자유롭게 허용한 것도, 결과적으로 동독 경제를 붕괴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박 앵커) 그러면 통일 직후 동서독 간 자유로운 이주가 독이 된 경우군요.
(하 차장) 네. 하지만 통일 전에 상호 교류 등 미리 준비를 하면 통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분단돼 있더라도 상호 교류가 계속되면 이질화를 막을 수 있고 이는 통일 이후 비용을 줄이는 큰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경제적 격차가 클수록 통일 비용이 느는 만큼 통일 전에 격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충고를 잊지 않았습니다. 통일 당시 1인당 소득이 3배 차이가 났던 동서독과 달리 이미 20배 가까이 차이 나는 남북한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독일인의 충고는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하겠습니다.
독일인들은 마지막으로 통일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상호주의와 민족 우선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상호주의에 너무 집착하면 민족 문제를 마치 외국과의 관계처럼 다뤄, 한민족의 지상 과제인 통일을 선택의 문제로 생각해 소홀히 다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민족만 앞세우다 보면 상대적 약자인 북한에 질질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박 앵커) 네. 하 차장, 수고했습니다.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27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다음달 3일이면 독일 통일 20주년을 맞습니다. 분단된 지 어언 65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에게 독일 통일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구가인 앵커) 독일은 통일 20년 만에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통일 이후 국가의 면모를 크게 일신한 독일을 국제부 하종대 차장이 지난 12일부터 일주일간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박 앵커) 하 차장, 독일이 통일된 지 20년이 지났는데요. 현재의 독일 모습, 통일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하 종대 차장)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독일 경제입니다. 국제통화기금 통계에 따르면 통일 당시인 1990년 1조5470억 달러에 불과했던 독일의 국내총생산은 2008년 3조6731억 달러로 두 배 넘게 크게 늘었습니다. 1인당 소득 역시 통일 당시엔 2만 달러에 못 미쳤으나 2007년 이미 4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동독 지역은 통일 직전 소득이 서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근엔 서독 지역의 80%까지 올라가는 등 양 지역간 격차도 크게 줄었습니다.
국제무대에서의 독일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독일 통일을 계기로 탄생한 유럽연합(EU) 내에서, 독일은 영국 프랑스와 더불어 지도국가로 발돋움했습니다. 또 이라크와 이란 문제나 금융위기 대처 등 국제문제를 둘러싸고 패권국가인 미국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고 있습니다.
(구 앵커) 하지만 동서독 주민 사이에서는 새롭게 `마음의 장벽`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던데 왜 그런가요.
(하 차장) 동서독 주민 사이에서는 최근 들어 동서독 격차 해소에 대한 비관론이 늘면서 `마음의 장벽`이 생기고 있는데요, 이는 무엇보다도 양 지역의 격차 해소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 정부는 통일 이후 20년간 무려 2조 유로, 우리 돈으로 약 3000조 원을 동독 지역에 쏟아 부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3년 치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 이를 통해 동독 지역의 소득은 서독의 80%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들어 이 격차의 감소 속도가 계속 줄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언제까지 이같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야 동독 지역이 서독 지역만큼 잘 살 수 있을 지 예상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박 앵커) 그렇다면 두 지역의 격차는 대체 언제쯤 해소될까요?
(하 차장) 독일 국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통일 직후엔 양 지역의 격차가 6년에서 8년이면 해소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최근엔 15년에서 20년 뒤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독 지역에서는 언제까지 이런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지에 대한 불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언론 조사에 따르면 동서독 주민 모두 상대 지역 주민을 자국민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70%에서 8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 서독 주민은 동독인을 `게으르고 불평만 늘어놓는 동독인`이라는 뜻으로 `오시(Ossi)`라고 부르고, 동독인은 `거드름이나 피우며 잘난체하는 서독 놈`이라는 뜻으로 `베시(Wessi)`라고 부르며 서로 멸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 앵커) 이런 통일 독일의 모습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적잖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독일은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어떤 조언을 하고 있나요.
(하 차장) 일주일간 독일에서 취재하면서 독일 지도층 인사를 만날 때마다 한국 정부와 우리 국민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들이 강조한 점은 먼저, 독일은 갑작스럽게 통일을 맞이하는 바람에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1989년 11월만 해도 독일인은 대부분 10년쯤 지나야 통일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1년이 채 안 돼 통일됐습니다. 이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빨리 동독 주민을 서독 주민과 같이 잘 살게 만들어야 하겠다는 일념 아래, 시장에서 4~5배 차이가 나는 동서독 화폐를 처음엔 1대 1, 나중엔 2대 1로 바꿔줬는데, 이것이 되레 동독 지역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산업의 붕괴를 야기했다는 사실입니다. 또 동서독 주민의 이주를 처음부터 자유롭게 허용한 것도, 결과적으로 동독 경제를 붕괴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박 앵커) 그러면 통일 직후 동서독 간 자유로운 이주가 독이 된 경우군요.
(하 차장) 네. 하지만 통일 전에 상호 교류 등 미리 준비를 하면 통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분단돼 있더라도 상호 교류가 계속되면 이질화를 막을 수 있고 이는 통일 이후 비용을 줄이는 큰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경제적 격차가 클수록 통일 비용이 느는 만큼 통일 전에 격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충고를 잊지 않았습니다. 통일 당시 1인당 소득이 3배 차이가 났던 동서독과 달리 이미 20배 가까이 차이 나는 남북한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독일인의 충고는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하겠습니다.
독일인들은 마지막으로 통일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상호주의와 민족 우선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상호주의에 너무 집착하면 민족 문제를 마치 외국과의 관계처럼 다뤄, 한민족의 지상 과제인 통일을 선택의 문제로 생각해 소홀히 다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민족만 앞세우다 보면 상대적 약자인 북한에 질질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박 앵커) 네. 하 차장,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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