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논평] 교육현장의 도덕성 아직 멀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가운데 학부모위원과 지역위원 전원이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들은 사퇴 이후 서울시교육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서울시교육청은 감사에 나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퇴한 위원들은 교장이 학교에 교훈석을 세우겠다며 돈을 요구해 700만원을 거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교사들과 상견례를 갖기 위해 출장 뷔페 비용을 학교운영위원회에 요구했다고 합니다. 학교발전기금을 교장이 임의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학교발전기금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집행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교운영위원회가 자발적으로 거둔 돈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주장이 달라 조사를 거쳐야 하겠지만 학교운영위원회가 내부적으로 돈을 거둬 여러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분명합니다. 학부모들은 교장의 성희롱 발언도 문제 삼았습니다. 학교 측은 성희롱 발언 사실을 부인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학교 현장이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교육현장의 도덕성이 비판의 도마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교원 인사와 관련된 비리가 심심치 않게 불거져 나왔고 학부모에게 따로 돈을 거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교사가 자기 자녀의 학교 성적을 조작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교육계는 재발 방지 약속을 거듭했으나 실제 현장은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교장은 학교를 이끌어가는 최고경영자 같은 존재입니다. 새로운 교장이 취임한 뒤 학교 분위기가 확 바뀌고 대학입시 성적이 좋아지는 사례를 종종 봅니다. 교원의 무사안일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열쇠를 교장이 쥐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교장의 리더십을 중시합니다. 외부에서 능력 있는 교장을 초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장이 오히려 돈과 관련된 의혹에 휘말리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