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포퓰리즘으로 흘러가는 반값 등록금

등록 2011.06.08.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과 일부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며 열흘째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고려대 등 4개 대학 학생회는 반값 등록금을 촉구하는 동맹휴업을 결의했습니다. 다른 대학들의 동참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반값 등록금 문제로 대학가가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비싸 서민은 물론 중산층에게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해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겪는 등록금 고통을 덜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지만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해법이 진지한 논의보다는 포퓰리즘 경쟁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6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해 저소득층 하위 50%를 대상으로 반값 등록금제를 실시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가 "한나라당과 다른 게 무엇이냐"는 대학생들의 야유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놀랐는지 이튿날 손 대표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반값 등록금을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소득층 부담 경감에 초점을 뒀던 기존 등록금 지원책을 하루 만에 수정한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 문제를 들고 나온 것부터가 포퓰리즘적 행보입니다. 황 대표는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민심 수습책으로 등록금 정책을 꺼내들었습니다. 당내는 물론 정부와도 충분한 사전협의가 없어 정부가 당황했을 정도입니다.

반값 등록금 문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표심을 좌우할 폭발력을 가진 이슈입니다.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놓는다면 이것만으로도 얼마가지 않아 나라 재정이 거덜 날 것입니다. 더욱이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은 여유 있는 계층까지 예산으로 학자금을 대주는 것인 만큼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 젊은 세대의 건강한 정신을 멍들게 하고 결국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어버리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과 일부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며 열흘째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고려대 등 4개 대학 학생회는 반값 등록금을 촉구하는 동맹휴업을 결의했습니다. 다른 대학들의 동참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반값 등록금 문제로 대학가가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비싸 서민은 물론 중산층에게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해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겪는 등록금 고통을 덜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지만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해법이 진지한 논의보다는 포퓰리즘 경쟁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6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해 저소득층 하위 50%를 대상으로 반값 등록금제를 실시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가 "한나라당과 다른 게 무엇이냐"는 대학생들의 야유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놀랐는지 이튿날 손 대표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반값 등록금을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소득층 부담 경감에 초점을 뒀던 기존 등록금 지원책을 하루 만에 수정한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 문제를 들고 나온 것부터가 포퓰리즘적 행보입니다. 황 대표는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민심 수습책으로 등록금 정책을 꺼내들었습니다. 당내는 물론 정부와도 충분한 사전협의가 없어 정부가 당황했을 정도입니다.

반값 등록금 문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표심을 좌우할 폭발력을 가진 이슈입니다.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놓는다면 이것만으로도 얼마가지 않아 나라 재정이 거덜 날 것입니다. 더욱이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은 여유 있는 계층까지 예산으로 학자금을 대주는 것인 만큼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 젊은 세대의 건강한 정신을 멍들게 하고 결국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어버리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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