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기업인 탈세와 경영권 보호
등록 2011.07.14.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편법 증여를 한 기업 사주 등 204명이 국세청에 적발돼 세금을 추징당했습니다.
연간 매출액 1000억~1500억 원 규모의 중견·중소기업이 많았습니다.
부(富)를 대물림하려고 세금을 빼돌리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본을 위협하고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는 행위입니다.
기업인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재산이나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절대 빈곤에 허덕이던 대한민국이 반세기만에 내로라하는 경제대국으로 도약한데는 다음 세대를 위해 `오늘의 안락`을 희생한 그들의 땀이 배어 있습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회사 경영권을 가급적 핏줄에게 넘기려고 하는 심리도 비난할 일만은 아닙니다.
안정적 경영권 승계가 불안한 기업인일수록 회사를 키우는데 관심이 적고 돈을 마구 쓰는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온 나라가 가난 탈출에 목을 매던 과거와, 효율과 공평의 조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지금은 부의 축적 및 대물림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신세계가 2006년 "내야 할 세금을 모두 내고 당당히 경영권을 2세에게 승계하겠다"고 밝혔을 때 큰 호응을 받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기업인들이 탈세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은 현행 상속·증여세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경제계는 항변합니다.
자유기업원은 2008년 세계 123개국의 상속세 제도를 조사한 결과 71개국은 상속세가 없고, 상속세가 있는 52개국의 최고 세율도 평균 21%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한국은 최고 상속세율이 50%인데다 경영권을 넘겨줄 경우의 실질 세율은 최고 65%로 세금부담이 가장 큰 나라라고 덧붙였습니다.
상당수 선진국 기업은 창업 정신을 잇기 위해 대주주 의결권 차등제도를 도입했지만 우리는 그런 경영권 보호 장치도 취약합니다.
탈세를 통한 기업인의 불법·탈법 상속과 증여는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문제와 별도로 기업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보다 심도 있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법과 경제 현실 사이의 적절한 균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shkwon@donga.com
[권순활 논설위원]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편법 증여를 한 기업 사주 등 204명이 국세청에 적발돼 세금을 추징당했습니다.
연간 매출액 1000억~1500억 원 규모의 중견·중소기업이 많았습니다.
부(富)를 대물림하려고 세금을 빼돌리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본을 위협하고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는 행위입니다.
기업인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재산이나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절대 빈곤에 허덕이던 대한민국이 반세기만에 내로라하는 경제대국으로 도약한데는 다음 세대를 위해 `오늘의 안락`을 희생한 그들의 땀이 배어 있습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회사 경영권을 가급적 핏줄에게 넘기려고 하는 심리도 비난할 일만은 아닙니다.
안정적 경영권 승계가 불안한 기업인일수록 회사를 키우는데 관심이 적고 돈을 마구 쓰는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온 나라가 가난 탈출에 목을 매던 과거와, 효율과 공평의 조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지금은 부의 축적 및 대물림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신세계가 2006년 "내야 할 세금을 모두 내고 당당히 경영권을 2세에게 승계하겠다"고 밝혔을 때 큰 호응을 받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기업인들이 탈세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은 현행 상속·증여세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경제계는 항변합니다.
자유기업원은 2008년 세계 123개국의 상속세 제도를 조사한 결과 71개국은 상속세가 없고, 상속세가 있는 52개국의 최고 세율도 평균 21%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한국은 최고 상속세율이 50%인데다 경영권을 넘겨줄 경우의 실질 세율은 최고 65%로 세금부담이 가장 큰 나라라고 덧붙였습니다.
상당수 선진국 기업은 창업 정신을 잇기 위해 대주주 의결권 차등제도를 도입했지만 우리는 그런 경영권 보호 장치도 취약합니다.
탈세를 통한 기업인의 불법·탈법 상속과 증여는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문제와 별도로 기업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보다 심도 있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법과 경제 현실 사이의 적절한 균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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