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동원 어머니, “아들아, 내 아들로 태어나 고맙다.”
등록 2011.10.09.“내 아들로 태어나 고맙고 네가 있어 행복했다”
“온 가족이 ‘수고했다 사랑한다’ 그말 들은뒤 편안히 눈 감아…
아들 떠나 보낸 아픔 덜어준 부산시민-야구팬 애정 감사”5일 부산 남구 용호동의 한 아파트. 집에 들어서니 벽면에 생전의 큰아들인 그가 활짝 웃고 있다. 액자에는 학생증과 어린 시절 운동장을 달리는 모습, 기사 스크랩 등이 촘촘히 붙어 있다. 장식장에는 그의 500번째, 1000번째 탈삼진 그리고 8월 28일 마지막으로 사인한 야구공과 글러브, 롯데 유니폼, 각종 트로피가 가득하다. 지난달 14일 별세한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어머니 김정자 씨(76)의 집이다.
김 씨는 요즘 마루에서 잠을 청한다고 했다. 벽에 걸린 큰아들의 사진을 보지 않으면 잠이 안 오기 때문이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의 마음은 가시에 찔린 듯 수시로 아프다고 했다.
“동원이가 저세상으로 간 게 지금도 믿어지질 않아요. 하지만 아들을 향한 부산 시민과 야구팬들의 애정이 저의 아픔을 보듬어줬어요. 아들도 하늘에서 지켜보며 고마워할 거예요.”
김 씨는 지난달 30일 사직구장을 찾았다. 전시관에 있는 아들의 유품을 보고 가슴이 짠했다. 이날 롯데구단은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등번호 11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김 씨는 “생전의 동원이는 사인을 할 때면 항상 11번을 적었다. 롯데에서 동원이와 가족을 배려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교육자 출신이다. 45년간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했고 교감으로 은퇴했다. 요즘도 그는 어려운 이웃을 찾아다닌다. 매주 복지관에서 장애어린이에게 예절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고 노인을 대상으로 한글 선생이 돼 준다. 그는 “먼저 떠난 아들을 가슴에 묻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최 전 감독은 생전에 ‘외골수’ ‘고집불통’으로 불렸다. 평소 바른말을 잘했던 탓이다. 그러나 김 씨는 그가 믿음직하고 예의바른 큰아들이었다고 했다. 네 살, 다섯 살 터울인 두 남동생과 고교 때까지 한 방을 쓰면서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말을 거역한 적도 없었다. 고인은 8월 초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을 때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8월 말 “(경기 고양시 일산)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3일간 집에 머물며 “정말 편안하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되면서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 씨는 “14일 새벽 동원이는 눈을 뜨진 못했지만 의식은 있었다. 온 가족이 돌아가며 ‘수고했다. 사랑한다’고 말했고 편안한 모습으로 세상을 떴다”고 전했다.
김 씨는 1984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7차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동원이는 입이 약간 돌아갈 정도로 지쳐 있었어요. 하지만 누구보다 지는 걸 싫어하는 아들의 마음을 알기에 더 가슴이 아팠죠. 롯데가 우승하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은 지금도 생생해요.”
김 씨는 아직도 큰아들이 옆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진을 보면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그런 최 전 감독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동원아, 내 아들로 태어나 고맙다. 네가 있어 행복했다. 짧은 인생이었지만 멋있게 살았어. 이제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렴.”
부산=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내 아들로 태어나 고맙고 네가 있어 행복했다”
“온 가족이 ‘수고했다 사랑한다’ 그말 들은뒤 편안히 눈 감아…
아들 떠나 보낸 아픔 덜어준 부산시민-야구팬 애정 감사”5일 부산 남구 용호동의 한 아파트. 집에 들어서니 벽면에 생전의 큰아들인 그가 활짝 웃고 있다. 액자에는 학생증과 어린 시절 운동장을 달리는 모습, 기사 스크랩 등이 촘촘히 붙어 있다. 장식장에는 그의 500번째, 1000번째 탈삼진 그리고 8월 28일 마지막으로 사인한 야구공과 글러브, 롯데 유니폼, 각종 트로피가 가득하다. 지난달 14일 별세한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어머니 김정자 씨(76)의 집이다.
김 씨는 요즘 마루에서 잠을 청한다고 했다. 벽에 걸린 큰아들의 사진을 보지 않으면 잠이 안 오기 때문이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의 마음은 가시에 찔린 듯 수시로 아프다고 했다.
“동원이가 저세상으로 간 게 지금도 믿어지질 않아요. 하지만 아들을 향한 부산 시민과 야구팬들의 애정이 저의 아픔을 보듬어줬어요. 아들도 하늘에서 지켜보며 고마워할 거예요.”
김 씨는 지난달 30일 사직구장을 찾았다. 전시관에 있는 아들의 유품을 보고 가슴이 짠했다. 이날 롯데구단은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등번호 11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김 씨는 “생전의 동원이는 사인을 할 때면 항상 11번을 적었다. 롯데에서 동원이와 가족을 배려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교육자 출신이다. 45년간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했고 교감으로 은퇴했다. 요즘도 그는 어려운 이웃을 찾아다닌다. 매주 복지관에서 장애어린이에게 예절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고 노인을 대상으로 한글 선생이 돼 준다. 그는 “먼저 떠난 아들을 가슴에 묻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최 전 감독은 생전에 ‘외골수’ ‘고집불통’으로 불렸다. 평소 바른말을 잘했던 탓이다. 그러나 김 씨는 그가 믿음직하고 예의바른 큰아들이었다고 했다. 네 살, 다섯 살 터울인 두 남동생과 고교 때까지 한 방을 쓰면서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말을 거역한 적도 없었다. 고인은 8월 초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을 때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8월 말 “(경기 고양시 일산)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3일간 집에 머물며 “정말 편안하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되면서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 씨는 “14일 새벽 동원이는 눈을 뜨진 못했지만 의식은 있었다. 온 가족이 돌아가며 ‘수고했다. 사랑한다’고 말했고 편안한 모습으로 세상을 떴다”고 전했다.
김 씨는 1984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7차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동원이는 입이 약간 돌아갈 정도로 지쳐 있었어요. 하지만 누구보다 지는 걸 싫어하는 아들의 마음을 알기에 더 가슴이 아팠죠. 롯데가 우승하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은 지금도 생생해요.”
김 씨는 아직도 큰아들이 옆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진을 보면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그런 최 전 감독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동원아, 내 아들로 태어나 고맙다. 네가 있어 행복했다. 짧은 인생이었지만 멋있게 살았어. 이제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렴.”
부산=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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