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안 통과, 정의화 부의장의 변
등록 2011.11.23.한나라당이 야당의 허를 찔렀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이 지난달 31일 야당 의원들에게 점거된 뒤 주도권을 잃었던 한나라당이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전격 처리한 것이다.
덩치만 컸지 움직임이 굼떠 ‘초식공룡’에 비유돼온 한나라당은 모처럼 기민한 모습을 보였다. 17일 식사를 김밥으로 때우며 7시간 넘게 의원총회를 열어 한미 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이 닷새 만에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한나라당은 22일 오후 2시 예산안 관련 의원총회를 열었다. 통상 의총은 국회 본관 246호에서 열리지만 이날은 달랐다. 의총 시작 10분 전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에게 황우여 원내대표 명의의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의총 장소를 예산결산특위 회의장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예결위 회의장은 본회의장 바로 맞은편에 있다. ‘출석을 점검하니 한 분도 빠지지 말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때부터 의원들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예산 의총’ 자체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의총이 시작되자 홍준표 대표는 의례적인 인사말 대신 “국익을 가르는 의총에 나오지 않는 분들이 왜 한나라당 의원으로 출마하느냐. 오늘도 끝장토론을 할 테니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치열함을 보여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출석 체크에 들어갔다.
비공개 회의가 시작되자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30여 분간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방향을 설명했다. 잠시 후 황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라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바로 그 순간 ‘기습작전’은 시작됐다. 이미 감을 잡은 의원들은 별다른 말없이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를 따라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날 ‘007 작전’은 최종 순간까지 홍 대표와 황 원내대표, 이 정책위의장, 이 원내수석부대표 등 4명 정도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의총 공개 인사말에서 “모든 관심사가 한미 FTA 처리에 집중돼 있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예산”이라고 말하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작전 계획’을 비밀에 부쳤다. 홍 대표는 이날 비례대표 의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도 전혀 귀띔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재오 의원이 대구에서 최근 출간한 자신의 책 사인회를 열다가 서둘러 서울로 올라오는 등 지방 행사에 참석한 의원들은 갑작스러운 본회의 개최에 당황했다.
홍 대표는 지난 주말 22일을 D-데이로 잡았다고 한다.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시작되자마자 22일 예산 의총을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어 황 원내대표를 만나 “한미 FTA를 빨리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황 원내대표는 그 자리에서 확답을 주지 않다가 22일 오전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처럼 보안 유지에 각별히 공을 들인 것은 정보가 새면 야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 내 협상파들도 당 지도부의 이런 고민을 알기에 이날 기습작전에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한나라당이 야당의 허를 찔렀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이 지난달 31일 야당 의원들에게 점거된 뒤 주도권을 잃었던 한나라당이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전격 처리한 것이다.
덩치만 컸지 움직임이 굼떠 ‘초식공룡’에 비유돼온 한나라당은 모처럼 기민한 모습을 보였다. 17일 식사를 김밥으로 때우며 7시간 넘게 의원총회를 열어 한미 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이 닷새 만에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한나라당은 22일 오후 2시 예산안 관련 의원총회를 열었다. 통상 의총은 국회 본관 246호에서 열리지만 이날은 달랐다. 의총 시작 10분 전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에게 황우여 원내대표 명의의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의총 장소를 예산결산특위 회의장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예결위 회의장은 본회의장 바로 맞은편에 있다. ‘출석을 점검하니 한 분도 빠지지 말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때부터 의원들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예산 의총’ 자체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의총이 시작되자 홍준표 대표는 의례적인 인사말 대신 “국익을 가르는 의총에 나오지 않는 분들이 왜 한나라당 의원으로 출마하느냐. 오늘도 끝장토론을 할 테니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치열함을 보여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출석 체크에 들어갔다.
비공개 회의가 시작되자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30여 분간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방향을 설명했다. 잠시 후 황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라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바로 그 순간 ‘기습작전’은 시작됐다. 이미 감을 잡은 의원들은 별다른 말없이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를 따라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날 ‘007 작전’은 최종 순간까지 홍 대표와 황 원내대표, 이 정책위의장, 이 원내수석부대표 등 4명 정도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의총 공개 인사말에서 “모든 관심사가 한미 FTA 처리에 집중돼 있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예산”이라고 말하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작전 계획’을 비밀에 부쳤다. 홍 대표는 이날 비례대표 의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도 전혀 귀띔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재오 의원이 대구에서 최근 출간한 자신의 책 사인회를 열다가 서둘러 서울로 올라오는 등 지방 행사에 참석한 의원들은 갑작스러운 본회의 개최에 당황했다.
홍 대표는 지난 주말 22일을 D-데이로 잡았다고 한다.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시작되자마자 22일 예산 의총을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어 황 원내대표를 만나 “한미 FTA를 빨리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황 원내대표는 그 자리에서 확답을 주지 않다가 22일 오전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처럼 보안 유지에 각별히 공을 들인 것은 정보가 새면 야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 내 협상파들도 당 지도부의 이런 고민을 알기에 이날 기습작전에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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