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별을 따다 두 손에 담아 드려요.”
등록 2012.08.21.1596년 선조는 허준에게 의서 편찬을 명한다. 허준의 나이 58세. 당시 조선은 전란의 와중이었다. 그때 선조는 세 가지를 당부했다. 한의학사(史)를 간결하게 정리할 것, 섭생을 위주로 할 것, 만백성이 두루 활용할 수 있게 할 것. 허준은 선조의 당부를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두 번째, 양생을 의학의 기본으로 삼았다. 질병에서 생명으로!
알다시피, 현대 임상의학은 위생을 중심으로 한다. 그래서 병이 놓인 장소와 병인체(病因體)가 중요하다. 그것만 제거하면 만사 오케이! 마치 레이더망을 통해 적의 요새를 추적하고 다음엔 융단폭격을 하는 식. 그래서 현대의학을 전쟁모델이라고 한다.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도 쓰러진다. 적을 제거하느라 생명의 원기를 다 소진한 탓이다.
양생은 그와 다르다. 양생은 병을 막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원기를 자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요절할 사람은 장수하게 하고 장수할 사람은 신선이 되게 한다.” 이것이 동의보감의 의학적 목표다. 이런 원대한 비전은 어떻게 가능한가? 몸을 ‘생명과 우주의 교차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동양우주론은 음양오행을 기반으로 삼는다. 음양은 해와 달을, 오행은 목화토금수 즉 다섯 개의 별을 뜻한다. 이것은 우주적 동력이자 생명을 주관하는 토대다. 따라서 오장육부 또한 음양오행의 산물이다. 예컨대, 간·담은 목(木), 심·소장은 화(火), 비·위는 토(土), 폐·대장은 금(金), 신·방광은 수(水)다. “둥근 머리는 하늘을 닮았고 네모난 발은 땅을 닮았다. 하늘에 사시(四時)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고, 하늘에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다. 하늘에 해와 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두 눈이 있고, 하늘에 밤과 낮이 있듯이 사람은 잠이 들고 깨어난다.”(‘동의보감’) 요컨대 생명과 우주는 ‘대칭적으로’ 연동되어 있다. 믿기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이런 진술은 어떤가? 현대물리학에 따르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은 C(탄소) H(수소) O(산소) N(질소) 등이다. 그런데 이 요소들은 저 하늘의 별로부터 온 것이다. “먼 과거에 100억 년을 걸쳐 핵 연소 과정을 통해 별에서 생성된 원소들은 지구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 즉,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별이 수없이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 몸의 각종 장기와 조직 속에 있는 탄소, 뼈 안에 있는 칼슘, 피에 들어 있는 철분, 몸의 수분 속에 들어 있는 산소 등과 같이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원소들은 모두 별에서 만들어졌다.”(하인츠 오버훔머, ‘우주의 모든 것’)
보다시피 음양오행론과 현대물리학의 패러다임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별들의 운행을 궁구하고, 현대물리학은 별들의 연소과정을 탐구한다. 그럼에도 최종 결론은 같다. 생명의 원천은 우주다. 고로, 나는 별이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 두 손에 담아 드려요.” 별에 대한 동경과 꿈을 담은 노랫말이다. 하지만 이제부턴 연인을 위해 굳이 별을 따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그가 곧 ‘당신의 별’이고, 당신이 곧 ‘그의 별’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진리를 온몸으로 감지할 수 있는 열정과 경이로움뿐이다.
고미숙 고전평론가
1596년 선조는 허준에게 의서 편찬을 명한다. 허준의 나이 58세. 당시 조선은 전란의 와중이었다. 그때 선조는 세 가지를 당부했다. 한의학사(史)를 간결하게 정리할 것, 섭생을 위주로 할 것, 만백성이 두루 활용할 수 있게 할 것. 허준은 선조의 당부를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두 번째, 양생을 의학의 기본으로 삼았다. 질병에서 생명으로!
알다시피, 현대 임상의학은 위생을 중심으로 한다. 그래서 병이 놓인 장소와 병인체(病因體)가 중요하다. 그것만 제거하면 만사 오케이! 마치 레이더망을 통해 적의 요새를 추적하고 다음엔 융단폭격을 하는 식. 그래서 현대의학을 전쟁모델이라고 한다.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도 쓰러진다. 적을 제거하느라 생명의 원기를 다 소진한 탓이다.
양생은 그와 다르다. 양생은 병을 막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원기를 자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요절할 사람은 장수하게 하고 장수할 사람은 신선이 되게 한다.” 이것이 동의보감의 의학적 목표다. 이런 원대한 비전은 어떻게 가능한가? 몸을 ‘생명과 우주의 교차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동양우주론은 음양오행을 기반으로 삼는다. 음양은 해와 달을, 오행은 목화토금수 즉 다섯 개의 별을 뜻한다. 이것은 우주적 동력이자 생명을 주관하는 토대다. 따라서 오장육부 또한 음양오행의 산물이다. 예컨대, 간·담은 목(木), 심·소장은 화(火), 비·위는 토(土), 폐·대장은 금(金), 신·방광은 수(水)다. “둥근 머리는 하늘을 닮았고 네모난 발은 땅을 닮았다. 하늘에 사시(四時)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고, 하늘에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다. 하늘에 해와 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두 눈이 있고, 하늘에 밤과 낮이 있듯이 사람은 잠이 들고 깨어난다.”(‘동의보감’) 요컨대 생명과 우주는 ‘대칭적으로’ 연동되어 있다. 믿기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이런 진술은 어떤가? 현대물리학에 따르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은 C(탄소) H(수소) O(산소) N(질소) 등이다. 그런데 이 요소들은 저 하늘의 별로부터 온 것이다. “먼 과거에 100억 년을 걸쳐 핵 연소 과정을 통해 별에서 생성된 원소들은 지구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 즉,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별이 수없이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 몸의 각종 장기와 조직 속에 있는 탄소, 뼈 안에 있는 칼슘, 피에 들어 있는 철분, 몸의 수분 속에 들어 있는 산소 등과 같이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원소들은 모두 별에서 만들어졌다.”(하인츠 오버훔머, ‘우주의 모든 것’)
보다시피 음양오행론과 현대물리학의 패러다임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별들의 운행을 궁구하고, 현대물리학은 별들의 연소과정을 탐구한다. 그럼에도 최종 결론은 같다. 생명의 원천은 우주다. 고로, 나는 별이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 두 손에 담아 드려요.” 별에 대한 동경과 꿈을 담은 노랫말이다. 하지만 이제부턴 연인을 위해 굳이 별을 따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그가 곧 ‘당신의 별’이고, 당신이 곧 ‘그의 별’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진리를 온몸으로 감지할 수 있는 열정과 경이로움뿐이다.
고미숙 고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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