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홈구장서 뜻맞는 사람들과 축구 한번 해봤으면…
등록 2012.09.10.나는 버킷리스트를 ‘죽을 때까지’ 해야 할 것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죽기 전에’는 구체적인 계획과, 현재의 나의 삶과의 연속성이 결여된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원한다면 ‘죽기 전’까지 기다리지 말고 현재의 나의 삶에 적극적으로 편입시켜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내가 왜 무엇을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그 이유가 이해되고 해결되면 그 무엇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의 능력과 현실을 확장시켜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라면 수긍하고 원하는 것을 변형시켜야 할 것이다. 삶은 우연의 연속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에는 우연이 끼어들 틈이 거의 없으니까.
나의 버킷리스트는 완전히 나에게만 만족스러운 것에서 나와 타인들이 함께 만족하는, 그리고 타인들이 만족함으로써 나도 만족스러운 것으로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
먼저 순수하게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소망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트래퍼드에서 경기를 해보는 것이다. 나는 어릴 적 잡지 ‘새소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958년의 비행기 사고를 극복하고 1968년 유러피안컵에서 우승하는 여정을 그린 글을 읽고 유나이티드의 열성적인 팬이 됐다. 아마도 역전의 명수인 맨유를, 역전을 꿈꾸는 미운 오리 새끼 같던 나와 동일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축구 선수의 꿈은 오래전에 접었고, 백조는 아니지만 오리는 된 까닭인지 맨유에 대한 사랑도 예전 같지는 않지만, 올드트래퍼드에서 잠시라도 뛰어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는 중이다. 돈이 필요하니까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둘째로는 1, 2년에 걸쳐 가족과 ‘잘 가지 않는 길로 가는’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다. 현실을 떠나 ‘내가 아닌 나’로 살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더 기대되는 것은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하며 더 현명해지거나 최소한 더 너그러워진 우리 가족의 모습과, 오랫동안 함께 공유할 추억들이다. 아이들의 등록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때인 15년쯤 후에나 가능할 것이니 일을 하면서도 건강을 잘 관리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장기간 여행을 하고 싶을 만큼 아이들과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아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열정이 넘치도록 키워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아직까지는 대찬성이다.
다음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을 노래 하나를 남기는 것이다. 소수의 사람이 공감하더라도, 그 공감이 강하고 그들의 테마가 될 수 있는 그런 노래 말이다. 나는 정신과 의사라는 정체성을 위해 음악인으로서의 생활을 피해왔는데, 이제는 그렇게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 오히려 음악을 했었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다. 나는 아직도 ‘가장 노래를 못하는 가수’로 알려져 있는데 나를 가수라고 생각해 주는 것으로 여겨져 고맙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노래도 좀 잘해보고 싶기에 발성 연습과 화성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이루기 힘든 꿈일 것 같다.
그 다음은 내 삶의 최소한 3년을 전적으로 봉사에 할애하는 것이다. 다시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새롭게 배우는 시기일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장 기다려지는 시기다. 왜 지금 당장 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면, 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중 아직 ‘수신제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역시 15년쯤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답할 것이다. 직업이 의사라 해도, 소아정신과 의사이기에 봉사할 수 있는 폭이 좁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진료과목들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결국 현실에서 내게 주어진 몫을 열심히 수행하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건강을 관리하고, 나와 세상을 발전시키기 위한 공부를 하는,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삶이 나의 버킷리스트를 가능하게 해줄 조건들이다. 평범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길이 특별히 없을 것 같다. 난 그 결론에 만족하고, 내 꿈들을 잘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김창기 정신과의원 원장·가수
나는 버킷리스트를 ‘죽을 때까지’ 해야 할 것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죽기 전에’는 구체적인 계획과, 현재의 나의 삶과의 연속성이 결여된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원한다면 ‘죽기 전’까지 기다리지 말고 현재의 나의 삶에 적극적으로 편입시켜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내가 왜 무엇을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그 이유가 이해되고 해결되면 그 무엇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의 능력과 현실을 확장시켜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라면 수긍하고 원하는 것을 변형시켜야 할 것이다. 삶은 우연의 연속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에는 우연이 끼어들 틈이 거의 없으니까.
나의 버킷리스트는 완전히 나에게만 만족스러운 것에서 나와 타인들이 함께 만족하는, 그리고 타인들이 만족함으로써 나도 만족스러운 것으로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
먼저 순수하게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소망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트래퍼드에서 경기를 해보는 것이다. 나는 어릴 적 잡지 ‘새소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958년의 비행기 사고를 극복하고 1968년 유러피안컵에서 우승하는 여정을 그린 글을 읽고 유나이티드의 열성적인 팬이 됐다. 아마도 역전의 명수인 맨유를, 역전을 꿈꾸는 미운 오리 새끼 같던 나와 동일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축구 선수의 꿈은 오래전에 접었고, 백조는 아니지만 오리는 된 까닭인지 맨유에 대한 사랑도 예전 같지는 않지만, 올드트래퍼드에서 잠시라도 뛰어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는 중이다. 돈이 필요하니까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둘째로는 1, 2년에 걸쳐 가족과 ‘잘 가지 않는 길로 가는’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다. 현실을 떠나 ‘내가 아닌 나’로 살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더 기대되는 것은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하며 더 현명해지거나 최소한 더 너그러워진 우리 가족의 모습과, 오랫동안 함께 공유할 추억들이다. 아이들의 등록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때인 15년쯤 후에나 가능할 것이니 일을 하면서도 건강을 잘 관리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장기간 여행을 하고 싶을 만큼 아이들과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아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열정이 넘치도록 키워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아직까지는 대찬성이다.
다음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을 노래 하나를 남기는 것이다. 소수의 사람이 공감하더라도, 그 공감이 강하고 그들의 테마가 될 수 있는 그런 노래 말이다. 나는 정신과 의사라는 정체성을 위해 음악인으로서의 생활을 피해왔는데, 이제는 그렇게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 오히려 음악을 했었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다. 나는 아직도 ‘가장 노래를 못하는 가수’로 알려져 있는데 나를 가수라고 생각해 주는 것으로 여겨져 고맙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노래도 좀 잘해보고 싶기에 발성 연습과 화성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이루기 힘든 꿈일 것 같다.
그 다음은 내 삶의 최소한 3년을 전적으로 봉사에 할애하는 것이다. 다시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새롭게 배우는 시기일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장 기다려지는 시기다. 왜 지금 당장 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면, 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중 아직 ‘수신제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역시 15년쯤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답할 것이다. 직업이 의사라 해도, 소아정신과 의사이기에 봉사할 수 있는 폭이 좁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진료과목들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결국 현실에서 내게 주어진 몫을 열심히 수행하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건강을 관리하고, 나와 세상을 발전시키기 위한 공부를 하는,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삶이 나의 버킷리스트를 가능하게 해줄 조건들이다. 평범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길이 특별히 없을 것 같다. 난 그 결론에 만족하고, 내 꿈들을 잘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김창기 정신과의원 원장·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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