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안철수, 국민과 정치 우습게 봤다”
등록 2013.01.25.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1997년, 2002년, 2007년 대선 때 대선후보였다. 2012년 대선 때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지원 유세를 펼쳤다. 3번 대선에서 주연으로 뛰다 이번 대선에선 조연을 한 것이다. 혹시 아쉬움은 없을까.
24일 오전 서울 시내 개인사무실에서 1시간가량 만난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은 하늘이 내는 자리”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모든 이력을 잊고 나의 원칙, 그리고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그는 이날도 “인터뷰 아니죠?”라고 물었다. 홀로 책을 읽고 있었지만 단정하게 빗어 올린 머리카락과 반듯한 넥타이, 꼿꼿이 허리를 편 자세 등 그는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박근혜와 손잡은 이회창 사진 더보기
―대선 후 언론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지내나.
“책을 읽고 모아놓은 자료도 보고…. 당분간 계속 구름 위에 있으려 한다(웃음). 정치인의 색을 빼야 사물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웃음)”
―3번의 대선에서 주연이었다. 누구를 위해 뛴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또 박근혜 당선인은 2002년 이 전 대표를 ‘제왕적 총재’라고 비판하면서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일도 있는데….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서운한 일이 왜 없겠나. 그러나 나는 내가 생각하는 원칙에 어긋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안 된다는 원칙하에 정말 열심히 뛰었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의 민주통합당이 집권하면 대한민국이 불행해진다고 봤다. 감사원장, 대법관 등을 지낸 이력은 모두 잊었다. 이력은 이력(履歷·거쳐 온 내력)일 뿐, 과거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내 원칙을 지켰다. 대선 때 주로 충청권 등을 돌았는데 만난 사람 상당수가 ‘아버지가 대통령 하면 됐지 딸까지 해야 하나’란 얘기를 하더라. 그때마다 ‘원칙과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정치인이 누구냐’ ‘박근혜, 문재인 중 선택해야 하는 것이 현실 아니냐’라고 얘기를 해줬다.”
이 전 대표는 박 당선인 지지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원칙’이란 용어를 세 번이나 썼다.
―야권 단일화로 여론이 요동칠 때인 지난해 11월 24일 박 당선인이 이 전 대표의 자택을 찾아 명예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제안했다는데….
“내가 평당원으로 뛰겠다고 했다. 내가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도, 무엇을 바라는 사람도 아니고…. 박 당선인에게서 ‘예전보다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선 이후 민주당에선 ‘지기 어려운 선거에서 졌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정희 씨(통합진보당 전 대선후보)가 박 당선인 승리의 1등 공신이지 않나(웃음). 지금 민주당은 내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어찌 보면 시민단체하고 비슷한 것도 같고….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 1997년 대선 끝나고 김대중 씨(당시 당선인)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극복하자며 공적자금 투입 문제를 꺼냈을 때 나는 제시된 금액을 더 올리자고 했다.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종합편성채널 출연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대선 때 마을노인회관을 가 보니 전부 종편 프로그램을 보고 있더라. 공중파 방송이 대선 보도를 안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치를 알고 싶어 했다. 종편이 그 욕구를 대신 채워준 거다. 그러니 출연을 안 하는 민주당이 불리할 수밖에…. 2002년 대선 패배 후 미국에 갔더니 사람들이 공중파 대신 CNN뉴스, 폭스뉴스를 즐겨 보더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변화에 둔감해선 안 된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를 평가한다면….
“국민을, 그리고 정치를 너무 우습게 봤다.”
―여권에선 박 당선인이 대선 공약을 그대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나오는데….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하면 박 당선인에게 두고두고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군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공약은 이행이 쉽지 않겠지만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국가가 존립하기 어렵다)이다.”
―정계 입문 전 국무총리와 감사원장을 지냈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국무총리실 주도로 정부가 재검증에 착수했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감사원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다. 양건 감사원장이 너무 양반인 것 같은데….”
총리실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만큼 양 원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야당은 ‘4대강 사업 문제없다’고 했던 감사원의 2011년 1차 감사 결과 발표 당시 감사원장이 김황식 현 총리란 점도 문제 삼고 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총리 인선에서 중요한 것은….
“소신 있는 사람이 발탁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박근혜 당선’ 도운 이회창 前 선진당 대표 대선후 처음으로 심경 밝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1997년, 2002년, 2007년 대선 때 대선후보였다. 2012년 대선 때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지원 유세를 펼쳤다. 3번 대선에서 주연으로 뛰다 이번 대선에선 조연을 한 것이다. 혹시 아쉬움은 없을까.
24일 오전 서울 시내 개인사무실에서 1시간가량 만난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은 하늘이 내는 자리”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모든 이력을 잊고 나의 원칙, 그리고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그는 이날도 “인터뷰 아니죠?”라고 물었다. 홀로 책을 읽고 있었지만 단정하게 빗어 올린 머리카락과 반듯한 넥타이, 꼿꼿이 허리를 편 자세 등 그는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박근혜와 손잡은 이회창 사진 더보기
―대선 후 언론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지내나.
“책을 읽고 모아놓은 자료도 보고…. 당분간 계속 구름 위에 있으려 한다(웃음). 정치인의 색을 빼야 사물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웃음)”
―3번의 대선에서 주연이었다. 누구를 위해 뛴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또 박근혜 당선인은 2002년 이 전 대표를 ‘제왕적 총재’라고 비판하면서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일도 있는데….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서운한 일이 왜 없겠나. 그러나 나는 내가 생각하는 원칙에 어긋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안 된다는 원칙하에 정말 열심히 뛰었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의 민주통합당이 집권하면 대한민국이 불행해진다고 봤다. 감사원장, 대법관 등을 지낸 이력은 모두 잊었다. 이력은 이력(履歷·거쳐 온 내력)일 뿐, 과거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내 원칙을 지켰다. 대선 때 주로 충청권 등을 돌았는데 만난 사람 상당수가 ‘아버지가 대통령 하면 됐지 딸까지 해야 하나’란 얘기를 하더라. 그때마다 ‘원칙과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정치인이 누구냐’ ‘박근혜, 문재인 중 선택해야 하는 것이 현실 아니냐’라고 얘기를 해줬다.”
이 전 대표는 박 당선인 지지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원칙’이란 용어를 세 번이나 썼다.
―야권 단일화로 여론이 요동칠 때인 지난해 11월 24일 박 당선인이 이 전 대표의 자택을 찾아 명예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제안했다는데….
“내가 평당원으로 뛰겠다고 했다. 내가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도, 무엇을 바라는 사람도 아니고…. 박 당선인에게서 ‘예전보다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선 이후 민주당에선 ‘지기 어려운 선거에서 졌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정희 씨(통합진보당 전 대선후보)가 박 당선인 승리의 1등 공신이지 않나(웃음). 지금 민주당은 내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어찌 보면 시민단체하고 비슷한 것도 같고….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 1997년 대선 끝나고 김대중 씨(당시 당선인)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극복하자며 공적자금 투입 문제를 꺼냈을 때 나는 제시된 금액을 더 올리자고 했다.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종합편성채널 출연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대선 때 마을노인회관을 가 보니 전부 종편 프로그램을 보고 있더라. 공중파 방송이 대선 보도를 안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치를 알고 싶어 했다. 종편이 그 욕구를 대신 채워준 거다. 그러니 출연을 안 하는 민주당이 불리할 수밖에…. 2002년 대선 패배 후 미국에 갔더니 사람들이 공중파 대신 CNN뉴스, 폭스뉴스를 즐겨 보더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변화에 둔감해선 안 된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를 평가한다면….
“국민을, 그리고 정치를 너무 우습게 봤다.”
―여권에선 박 당선인이 대선 공약을 그대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나오는데….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하면 박 당선인에게 두고두고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군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공약은 이행이 쉽지 않겠지만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국가가 존립하기 어렵다)이다.”
―정계 입문 전 국무총리와 감사원장을 지냈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국무총리실 주도로 정부가 재검증에 착수했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감사원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다. 양건 감사원장이 너무 양반인 것 같은데….”
총리실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만큼 양 원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야당은 ‘4대강 사업 문제없다’고 했던 감사원의 2011년 1차 감사 결과 발표 당시 감사원장이 김황식 현 총리란 점도 문제 삼고 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총리 인선에서 중요한 것은….
“소신 있는 사람이 발탁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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