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아빠, 방관 엄마…“당신들은 범죄인일 뿐”
등록 2013.02.25.《 2008년 겨울 열한 살이던 다영이(가명·여)는 아빠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게 어떤 뜻인지 알지 못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아빠의 행동은 심해졌다. 지난해에야 다영이는 그게 성폭행이라는 것을 알았다. 괴로웠지만 말할 곳이 없었다. 교사와 상담하면서 그동안의 일을 털어놨다. 교사가 이 사실을 성폭력상담소에 알렸고 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다영이가 지난해 9월 아버지 A 씨(45)를 고소했다. A 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지난달 징역 8년에 전자장치 부착 명령 15년을 선고받았다. 》
○ 성폭행한 父, 방관한 母 “부모 자격 없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여주지청 서지현 검사(40·여·사법연수원 33기)는 A 씨를 기소하면서 법원에 친권 상실 심판을 청구했다. ‘아버지가 친딸에게 성폭력을 지속적으로 저질렀고, 구금 생활을 상당 기간 할 것이라 적절히 친권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달 7일 수원지법 여주지원 가사부는 A 씨의 ‘아버지 자격’을 박탈했다. 아이를 보호하고 키울 권리와 의무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수진이(가명·12·여)는 부모가 모두 가해자였다. 지난해 봄부터 9월 사이 성폭행 또는 유사 성행위를 세 차례 당했다. 상대는 새아빠. 엄마 B 씨(34)는 그때마다 자리를 피해 주거나 모른 척했다. 인천지검은 수진이의 새아빠를 구속 기소하고 엄마는 불구속 기소하면서 친권 상실을 청구했다. 인천지법 제1가사부는 지난해 12월 말 수진이 엄마의 친권 상실을 결정했다. 법원은 “남편의 범죄 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했다면 친권자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같은 이유로 친권을 잃는 부모가 매년 150명에 달한다. 친권은 천부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전통적 인식에 안주해 아이를 학대하면 국가가 부모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2008년부터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옛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4조 1항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 가해자가 피해 아동의 친권자인 경우 검사가 법원에 의무적으로 친권 상실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이 2009년 처음 친권 상실을 청구했다. 법원은 검사의 친권 상실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인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정상적인 부모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 대부분이라 친권 상실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법에 따른 친권 상실 청구지만 하기 쉬운 결정은 아니다. 친권을 행사할 다른 부모가 없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지난달 딸 민아(가명·14)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한 아버지 C 씨(42)에 대한 친권 상실 심판을 법원에 청구했다. C 씨는 동거녀가 2011년 폐경되자 딸을 성관계 대상으로 삼았다가 구속 기소됐고 지난해 말 징역 8년에 전자장치 부착 명령 10년을 선고받았다.
민아는 보호센터로 보내졌고 검찰에 “아빠와 살기 싫다”라는 편지도 보냈다. 검찰은 빨리 청구서를 제출하려고 했지만 오래전 가출한 어머니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원주지청 관계자는 “친모가 친부의 친권 상실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청구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친권을 행사할 사람이 엄마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행방은 확인해 봐야 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엄마 행방을 찾기 어렵다고 보고 친권 상실을 청구했고 이에 따라 법원은 후견인을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 학대 부모도 친권 상실 청구
앞으로는 아동 학대를 저지른 부모에 대한 친권 상실 청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안미영)는 최근 서울가정법원에 태호(가명·9) 군 아버지 D 씨(36)에 대한 친권 상실을 청구했다. D 씨는 숙제를 안 했다며 물이 담긴 대야에 태호의 머리를 박거나 책을 못 읽는다며 얼굴을 때려 코피가 나게 하는 등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담당 검사는 고민했다. 아무리 나쁜 아빠여도 친권을 상실시키는 게 옳은 일인지 확신하기 쉽지 않았다. 아동 학대로 검사가 친권 상실을 청구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후유증으로 물만 보면 떠는 태호를 보며 결심했다. 담당 검사는 청구서에 “친권은 사랑과 양육을 전제로 합니다. 이에 반대되는 아버지가 계속 친권을 행사하면 아이의 정서나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검사의 친권 상실 청구에 긍정적이다. 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녀에게 성폭력이나 학대를 저지르는 아버지는 아내에게도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아 엄마가 아이의 진술을 번복시키는 경우도 있다”라며 “국가가 가해자와의 접촉을 끊어주지 않으면 아이를 지킬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아이를 학대한 상대의 친권을 빼앗아 달라고 청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성폭력 아빠, 방관 엄마… 당신들은 범죄인일 뿐 더이상 부모가 아니다
《 2008년 겨울 열한 살이던 다영이(가명·여)는 아빠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게 어떤 뜻인지 알지 못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아빠의 행동은 심해졌다. 지난해에야 다영이는 그게 성폭행이라는 것을 알았다. 괴로웠지만 말할 곳이 없었다. 교사와 상담하면서 그동안의 일을 털어놨다. 교사가 이 사실을 성폭력상담소에 알렸고 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다영이가 지난해 9월 아버지 A 씨(45)를 고소했다. A 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지난달 징역 8년에 전자장치 부착 명령 15년을 선고받았다. 》
○ 성폭행한 父, 방관한 母 “부모 자격 없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여주지청 서지현 검사(40·여·사법연수원 33기)는 A 씨를 기소하면서 법원에 친권 상실 심판을 청구했다. ‘아버지가 친딸에게 성폭력을 지속적으로 저질렀고, 구금 생활을 상당 기간 할 것이라 적절히 친권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달 7일 수원지법 여주지원 가사부는 A 씨의 ‘아버지 자격’을 박탈했다. 아이를 보호하고 키울 권리와 의무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수진이(가명·12·여)는 부모가 모두 가해자였다. 지난해 봄부터 9월 사이 성폭행 또는 유사 성행위를 세 차례 당했다. 상대는 새아빠. 엄마 B 씨(34)는 그때마다 자리를 피해 주거나 모른 척했다. 인천지검은 수진이의 새아빠를 구속 기소하고 엄마는 불구속 기소하면서 친권 상실을 청구했다. 인천지법 제1가사부는 지난해 12월 말 수진이 엄마의 친권 상실을 결정했다. 법원은 “남편의 범죄 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했다면 친권자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같은 이유로 친권을 잃는 부모가 매년 150명에 달한다. 친권은 천부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전통적 인식에 안주해 아이를 학대하면 국가가 부모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2008년부터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옛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4조 1항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 가해자가 피해 아동의 친권자인 경우 검사가 법원에 의무적으로 친권 상실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이 2009년 처음 친권 상실을 청구했다. 법원은 검사의 친권 상실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인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정상적인 부모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 대부분이라 친권 상실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법에 따른 친권 상실 청구지만 하기 쉬운 결정은 아니다. 친권을 행사할 다른 부모가 없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지난달 딸 민아(가명·14)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한 아버지 C 씨(42)에 대한 친권 상실 심판을 법원에 청구했다. C 씨는 동거녀가 2011년 폐경되자 딸을 성관계 대상으로 삼았다가 구속 기소됐고 지난해 말 징역 8년에 전자장치 부착 명령 10년을 선고받았다.
민아는 보호센터로 보내졌고 검찰에 “아빠와 살기 싫다”라는 편지도 보냈다. 검찰은 빨리 청구서를 제출하려고 했지만 오래전 가출한 어머니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원주지청 관계자는 “친모가 친부의 친권 상실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청구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친권을 행사할 사람이 엄마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행방은 확인해 봐야 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엄마 행방을 찾기 어렵다고 보고 친권 상실을 청구했고 이에 따라 법원은 후견인을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 학대 부모도 친권 상실 청구
앞으로는 아동 학대를 저지른 부모에 대한 친권 상실 청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안미영)는 최근 서울가정법원에 태호(가명·9) 군 아버지 D 씨(36)에 대한 친권 상실을 청구했다. D 씨는 숙제를 안 했다며 물이 담긴 대야에 태호의 머리를 박거나 책을 못 읽는다며 얼굴을 때려 코피가 나게 하는 등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담당 검사는 고민했다. 아무리 나쁜 아빠여도 친권을 상실시키는 게 옳은 일인지 확신하기 쉽지 않았다. 아동 학대로 검사가 친권 상실을 청구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후유증으로 물만 보면 떠는 태호를 보며 결심했다. 담당 검사는 청구서에 “친권은 사랑과 양육을 전제로 합니다. 이에 반대되는 아버지가 계속 친권을 행사하면 아이의 정서나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검사의 친권 상실 청구에 긍정적이다. 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녀에게 성폭력이나 학대를 저지르는 아버지는 아내에게도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아 엄마가 아이의 진술을 번복시키는 경우도 있다”라며 “국가가 가해자와의 접촉을 끊어주지 않으면 아이를 지킬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아이를 학대한 상대의 친권을 빼앗아 달라고 청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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