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게 맛을 알아?”… 산해진미를 초월한 겨울철 별미[대게찜]
등록 2013.03.04.고려시대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던 이규보는 ‘찐 게를 먹으며(食蒸蟹)’라는 시에서 고대에 8대 진미로 꼽았던 성성이(오랑우탄) 입술과 곰 발바닥 요리도 입맛을 새롭게 하지만 게 맛은 술맛까지 좋게 만든다고 노래했다. 찐 게의 맛을 팔진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별미로 여겼던 것이다.
이규보는 게찜을 무척 좋아했던 모양이다. 또 다른 시에서는 엿처럼 달고, 눈처럼 하얀, 통통한 게다리살을 먹으며 오른손을 다쳐도 왼손으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또 게찜을 먹으며 술에 취해 푹 잠이 들면 통증도 사라지니 진정한 의사는 뜸이나 침이 아니라 바로 게찜이라고 예찬했다.
찐 게는 특히 대게찜이 맛있는데 대게는 겨울철이 별미다. 올해도 2월 말과 3월 초에 걸쳐 영덕과 울진에서 대게 축제가 예정돼 있으니 게 마니아들은 벌써부터 입맛을 다신다. 영덕, 울진과 인근 동해안에서 잡히는 대게가 모두 실하고 좋았는지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삼척에서 나는 대게는 크기가 강아지만 하고 다리는 대나무(竹) 줄기만 하고 맛도 달다고 적었다. 포(脯)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했다.
많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대게는 크기가 커서(大) 생긴 이름이 아니다. 길게 뻗은 다리가 마치 대나무(竹) 마디처럼 이어졌다고 해서 대게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보통 보랏빛 게라는 뜻의 자해(紫蟹)라고 표기한다.
지금도 값이 비싸지만 옛날에도 대게는 먹기가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1930년대 이전에는 대게가 많이 잡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예전 흔하게 잡혔다던 대게는 대게와 비슷한 홍게(紅蟹)였을 뿐이라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진짜 먹음직스러운 커다란 대게는 예나 지금이나 구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 말 목은 이색은 보랏빛 대게는 판서의 잔치에 안주로 내놓을 만큼 고급 음식이라면서 “서해의 등 푸른 생선은 얼마든지 구하지만 동해의 보랏빛 대게는 어찌나 보기가 힘든지…”라는 시를 읊었으니 쉽게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은 아니었다.
조선 초기의 학자인 서거정 역시 보랏빛 대게가 누런 닭보다 낫다고 적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몸에 좋다는 황계(黃鷄)보다도 대게를 더 귀하게 여겼던 것이다. 조선 후기에 명필로 이름을 날린 추사 김정희 역시 “바퀴처럼 생긴 보랏빛 대게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고 노래했다. 대게의 명성은 이처럼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대게 다리를 말려 포를 만든 해각포(蟹脚脯) 역시 예전에는 명물 음식이었다. 허균이 이미 대게의 다리는 포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했는데 일제강점기 최영년의 ‘해동죽지(海東竹枝)’에도 영해(寧海)의 별미로 달고 기름지며 부드러워 세상에서 그 맛을 일품으로 친다고 했다. 간식으로 먹거나 또는 볶거나 국물을 내는 데 쓴다고 한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흔히 간장게장을 밥도둑에 비유하지만 게찜은 품격에서 게장 이상의 맛이다. 예전 문인들은 산해진미를 초월하는 맛이라고 했다.
고려시대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던 이규보는 ‘찐 게를 먹으며(食蒸蟹)’라는 시에서 고대에 8대 진미로 꼽았던 성성이(오랑우탄) 입술과 곰 발바닥 요리도 입맛을 새롭게 하지만 게 맛은 술맛까지 좋게 만든다고 노래했다. 찐 게의 맛을 팔진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별미로 여겼던 것이다.
이규보는 게찜을 무척 좋아했던 모양이다. 또 다른 시에서는 엿처럼 달고, 눈처럼 하얀, 통통한 게다리살을 먹으며 오른손을 다쳐도 왼손으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또 게찜을 먹으며 술에 취해 푹 잠이 들면 통증도 사라지니 진정한 의사는 뜸이나 침이 아니라 바로 게찜이라고 예찬했다.
찐 게는 특히 대게찜이 맛있는데 대게는 겨울철이 별미다. 올해도 2월 말과 3월 초에 걸쳐 영덕과 울진에서 대게 축제가 예정돼 있으니 게 마니아들은 벌써부터 입맛을 다신다. 영덕, 울진과 인근 동해안에서 잡히는 대게가 모두 실하고 좋았는지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삼척에서 나는 대게는 크기가 강아지만 하고 다리는 대나무(竹) 줄기만 하고 맛도 달다고 적었다. 포(脯)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했다.
많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대게는 크기가 커서(大) 생긴 이름이 아니다. 길게 뻗은 다리가 마치 대나무(竹) 마디처럼 이어졌다고 해서 대게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보통 보랏빛 게라는 뜻의 자해(紫蟹)라고 표기한다.
지금도 값이 비싸지만 옛날에도 대게는 먹기가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1930년대 이전에는 대게가 많이 잡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예전 흔하게 잡혔다던 대게는 대게와 비슷한 홍게(紅蟹)였을 뿐이라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진짜 먹음직스러운 커다란 대게는 예나 지금이나 구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 말 목은 이색은 보랏빛 대게는 판서의 잔치에 안주로 내놓을 만큼 고급 음식이라면서 “서해의 등 푸른 생선은 얼마든지 구하지만 동해의 보랏빛 대게는 어찌나 보기가 힘든지…”라는 시를 읊었으니 쉽게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은 아니었다.
조선 초기의 학자인 서거정 역시 보랏빛 대게가 누런 닭보다 낫다고 적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몸에 좋다는 황계(黃鷄)보다도 대게를 더 귀하게 여겼던 것이다. 조선 후기에 명필로 이름을 날린 추사 김정희 역시 “바퀴처럼 생긴 보랏빛 대게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고 노래했다. 대게의 명성은 이처럼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대게 다리를 말려 포를 만든 해각포(蟹脚脯) 역시 예전에는 명물 음식이었다. 허균이 이미 대게의 다리는 포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했는데 일제강점기 최영년의 ‘해동죽지(海東竹枝)’에도 영해(寧海)의 별미로 달고 기름지며 부드러워 세상에서 그 맛을 일품으로 친다고 했다. 간식으로 먹거나 또는 볶거나 국물을 내는 데 쓴다고 한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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