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흡연방… PC사용은 무료” 금연법에 막힌 PC방의 꼼수
등록 2013.07.24.확인해보니 흡연실 갖춘 PC방, 일각 “과도한 규제로 변종업소 등장”
장모 씨(33)는 최근 인천 부평구의 한 PC방을 인수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8일 PC방 흡연을 금지한 ‘금연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전 주인이 매출 급감을 못 이기고 내놓은 가게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오늘의 유머’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귀에 솔깃한 조언을 들었다. “상호를 ‘흡연방’으로 바꾸라”는 것이었다.
장 씨는 개업 하루 전인 11일 건물 창문에 ‘신장개업 흡연방, 1시간 1000원, PC 사용 무료’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PC방 흡연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아예 흡연을 하는 조건으로 요금을 받고 컴퓨터 사용은 공짜로 하자는 주객전도식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가 내건 현수막은 사이버 공간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장 씨가 구상한 방식의 흡연방 운영은 불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PC방으로 허가받지 않은 시설에는 최대 5대 이하의 게임용 컴퓨터만 둘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어서다.
기자가 23일 장 씨의 흡연방을 확인해 보니 여느 PC방과 다르지 않았다. 전 좌석에 금연 스티커가 붙어 있고 담배를 피우려면 별도로 설치된 흡연실에 가야 했다. 고객을 끌려고 PC방에 흡연실만 만들곤 흡연방이라고 홍보하는 꼼수를 부린 셈이다. 장 씨는 “재미삼아 ‘흡연방’ 현수막을 걸었는데 너무 큰 화제가 됐다. 22일 관할 구청과 보건소에서 현수막을 떼라고 연락해와 곧 현수막을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 때문에 산업분류에도 포함되지 않은 흡연방 같은 변종업소가 등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취재팀이 접촉한 수도권 일대 PC방 업주 10명은 “오죽하면 ‘흡연방 마케팅’까지 등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연법 시행 이후 업주들은 매출이 10∼40%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흡연실을 추가로 설치하려면 공사비가 들고 기존의 컴퓨터 공간까지 줄여야 한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PC방 주인 이모 씨(38)는 “당장 흡연실을 만들 돈이 없는 데다 금연을 강제하면 손님이 줄어 흡연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지만 단속에 걸릴까 늘 조마조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PC방 업주들의 단체인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은 “지난해 1월 1만7000여 곳이었던 전국 PC방 수는 올해 7월 1만2000여 곳으로 줄었고 내년엔 7000여 곳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연법 시행 이후 PC방 창업은 줄고 폐업만 늘면서 업계가 희망을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조동주·곽도영 기자 djc@donga.com
인천=문성민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신장개업 가게 현수막 인터넷서 화제
확인해보니 흡연실 갖춘 PC방, 일각 “과도한 규제로 변종업소 등장”
장모 씨(33)는 최근 인천 부평구의 한 PC방을 인수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8일 PC방 흡연을 금지한 ‘금연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전 주인이 매출 급감을 못 이기고 내놓은 가게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오늘의 유머’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귀에 솔깃한 조언을 들었다. “상호를 ‘흡연방’으로 바꾸라”는 것이었다.
장 씨는 개업 하루 전인 11일 건물 창문에 ‘신장개업 흡연방, 1시간 1000원, PC 사용 무료’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PC방 흡연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아예 흡연을 하는 조건으로 요금을 받고 컴퓨터 사용은 공짜로 하자는 주객전도식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가 내건 현수막은 사이버 공간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장 씨가 구상한 방식의 흡연방 운영은 불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PC방으로 허가받지 않은 시설에는 최대 5대 이하의 게임용 컴퓨터만 둘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어서다.
기자가 23일 장 씨의 흡연방을 확인해 보니 여느 PC방과 다르지 않았다. 전 좌석에 금연 스티커가 붙어 있고 담배를 피우려면 별도로 설치된 흡연실에 가야 했다. 고객을 끌려고 PC방에 흡연실만 만들곤 흡연방이라고 홍보하는 꼼수를 부린 셈이다. 장 씨는 “재미삼아 ‘흡연방’ 현수막을 걸었는데 너무 큰 화제가 됐다. 22일 관할 구청과 보건소에서 현수막을 떼라고 연락해와 곧 현수막을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 때문에 산업분류에도 포함되지 않은 흡연방 같은 변종업소가 등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취재팀이 접촉한 수도권 일대 PC방 업주 10명은 “오죽하면 ‘흡연방 마케팅’까지 등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연법 시행 이후 업주들은 매출이 10∼40%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흡연실을 추가로 설치하려면 공사비가 들고 기존의 컴퓨터 공간까지 줄여야 한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PC방 주인 이모 씨(38)는 “당장 흡연실을 만들 돈이 없는 데다 금연을 강제하면 손님이 줄어 흡연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지만 단속에 걸릴까 늘 조마조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PC방 업주들의 단체인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은 “지난해 1월 1만7000여 곳이었던 전국 PC방 수는 올해 7월 1만2000여 곳으로 줄었고 내년엔 7000여 곳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연법 시행 이후 PC방 창업은 줄고 폐업만 늘면서 업계가 희망을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조동주·곽도영 기자 djc@donga.com
인천=문성민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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