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 살인사건’ 차남 아내 자살… 카지노 유혹이 빚은 패륜
등록 2013.09.27.○ 결백 주장하는 유서 남겨
인천 남부경찰서는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 위해 26일 오후 1시 반까지 출석하라고 25일 통보했다. 모자(母子)가 실종되기 사흘 전인 지난달 10일 정 씨가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세정제를 살 때 아내 김 씨가 동행했고, 정 씨가 구입한 비닐을 집에서 함께 접는 등 김 씨를 공범으로 의심할 단서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 김 씨는 남편이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뒤 지난달 14, 15일 강원 정선과 경북 울진에 각각 시신을 버릴 때 현장에 함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김 씨가 출석에 불응하고, 휴대전화도 받지 않자 경찰관들이 정 씨 부부가 살던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빌라를 찾아갔다. 초인종을 눌러도 김 씨가 응답을 하지 않자 119구급대원을 불러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김 씨는 목을 맨 채 이미 숨져 있었다. 김 씨는 자필로 쓴 일기장 2장 분량의 유서에서 ‘남편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자백하게 하기 위해 한 달간 설득했다. 이 일(시신 유기)에 화해여행으로 알고 급히 나갔고,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수면제를 먹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다만 남편이 차 밖으로 나간 것이 기억이 나 증언 및 조사를 받은 것뿐으로 정말 억울하고 한스럽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또 김 씨는 경찰이 조사과정에서 ‘똑바로 서’ ‘우리가 × 같냐’ 등과 같은 모욕과 욕설, 폭언을 했다고 비난하며 징계를 요구했다. 이어 ‘이 밤이 가기 전에 전 주님을 만나러 가겠다’고 적어 25일 오후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은 “25일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바꾼 사실을 알려준 다음 김 씨가 신변을 비관할 것에 대비해 ‘여경을 동숙시키겠다’고 했으나 김 씨가 거절했다”며 “김 씨의 집 밖에도 감시요원 2명을 배치했다”고 해명했다. 폭언 주장과 관련해서는 “감찰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카지노의 유혹이 빚은 패륜
경찰은 이날 정 씨가 “도박과 과소비 등으로 생활고를 겪다가 어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아내와 범행을 공모했다”고 자백했다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세정제와 비닐 등을 미리 구입한 정 씨는 지난달 13일 오후 남구 용현동 어머니를 찾아가 대화하다가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당시 정 씨가 아내와 4차례에 걸쳐 80분가량 통화한 사실도 아내가 범행에 가담했음을 의심하는 정황증거로 제시했다. 경찰은 또한 7월 말경 정 씨와 아내 김 씨의 카카오톡 대화 중에 ‘땅을 파고 자갈을 깔고 불이 번지지 않게’라는 문구를 확보했다.
어머니의 시신을 집 안에 숨긴 정 씨는 퇴근한 형(32)에게 수면제를 탄 맥주를 마시게 한 뒤 잠이 들자 살해했다. 그리고 비닐과 이불, 가방 등을 이용해 모자의 시신을 포장했다. 그 다음 날 아내 김 씨와 함께 형의 승용차를 타고 경북 울진과 강원 정선에서 형과 어머니의 시신을 각각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정 씨의 어머니(58)는 2011년 차남 부부가 결혼할 때 1억 원을 들여 빌라를 사줬으나 최근 정 씨가 도박에 빠져 빌라를 몰래 팔면서 모자 관계가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퀵서비스 배달원인 정 씨와 김 씨가 1월부터 정선카지노를 32차례나 함께 드나들었으며 한 번 갈 때마다 바카라도박에 150만 원을 날려 8000만 원에 이르는 빚을 지고 있는 사실도 밝혀냈다. 정 씨는 24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범행 동기를 묻자 “생활형편이 어려워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정 씨 부부는 도박에 빠진 뒤 생활고를 겪으며 함께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려 수면제를 처방받아 자주 복용해 왔다. 지난달 13일 모자가 실종된 뒤 경찰은 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같은 달 22일 정 씨를 긴급체포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했다. 그 뒤 경찰이 증거를 보강해 정 씨를 살해범으로 추정하고, 수사망을 좁혀오자 정 씨는 경찰 출석을 앞둔 이달 18일 집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22일 다시 체포한 정 씨가 줄곧 범행을 부인하며 묵비권을 행사하자 실종된 모자의 시신을 찾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김 씨를 참고인으로만 조사했다. 이어 경찰은 범행을 자백해 정 씨를 구속한 다음 날인 25일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김 씨가 그동안 경찰에 “수면제를 자주 먹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해 출석을 통보하기에 앞서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신병을 확보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조사를 앞둔 김 씨가 집에 혼자 있다가 심리적 부담감을 느껴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씨의 가족들은 “경찰이 무리한 수사로 딸을 압박해 목숨을 끊게 만들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버지는 10년 전 타계하고 홀어머니와 두 아들로 이뤄졌던 이 가족은 어머니와 미혼인 큰아들, 둘째 아들의 아내가 숨짐에 따라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정 씨가 노린 어머니의 10억 원대 재산은 숨진 어머니나 형의 친족들이 상속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씨가 유일한 혈육이지만 민법상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등을 살해하거나 이를 시도하면 상속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 도박 중독 심각
이번 사건처럼 도박 중독이 일으킨 사회적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민의 7.2%가 도박 중독증 진단을 받았다. 2010년 6.1%보다 1%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2010년 영국은 국민의 2.5%, 호주는 2.4%, 프랑스는 1.3%만이 도박 중독 진단을 받았다.
도박 중독자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사감위에 상담을 요청하며 성별을 밝힌 도박 중독자 중 92.7%가 남성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30∼39세가 38%로 가장 많고, 18∼29세가 20.4%, 40∼49세가 19.8%로 뒤를 이었다.
도박 중독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데엔 카지노 경마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프로토) 등 사행산업이 나날이 커지는 영향도 크다. 사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국내 사행산업의 총매출액은 19조5443억 원에 이른다. 경마가 7조8397억 원으로 가장 많고 복권(3조1854억 원) 체육진흥투표권(2조8435억 원) 순이었다.
이 중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강원랜드 카지노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가 눈에 띈다. 강원랜드의 매출액은 2003년 6561억 원에서 지난해 1조2092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용객도 154만8000명에서 302만5000명으로 약 2배로 늘었다. 하지만 세수를 늘려야 하는 국가로선 강원랜드가 더할 나위 없는 ‘효자’다. 강원랜드가 국가에 내는 세금(국세+지방세)은 2003년 1379억 원에서 지난해 2314억 원으로 증가했다.
김성이 사감위 위원장은 “도박 중독자들은 카지노에 입장하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게 도박에 빠져 부모나 친족까지 등한시하다 보면 인천 모자 살인 사건처럼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다”며 “정부가 도박상담사와 정신의학 전문가, 사회복지 전문가 등을 통합하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황금천 기자·조동주·김성모 기자 kchwang@donga.com
어머니와 형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둘째 아들 정모 씨(29)가 24일 구속된 데 이어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앞둔 정 씨의 아내 김모 씨(29)가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카지노를 드나들며 빚을 지게 되자 재산을 노리고 인륜을 저버린 아들의 범행이 결국 일가족의 처참한 비극으로 귀결됐다.
○ 결백 주장하는 유서 남겨
인천 남부경찰서는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 위해 26일 오후 1시 반까지 출석하라고 25일 통보했다. 모자(母子)가 실종되기 사흘 전인 지난달 10일 정 씨가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세정제를 살 때 아내 김 씨가 동행했고, 정 씨가 구입한 비닐을 집에서 함께 접는 등 김 씨를 공범으로 의심할 단서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 김 씨는 남편이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뒤 지난달 14, 15일 강원 정선과 경북 울진에 각각 시신을 버릴 때 현장에 함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김 씨가 출석에 불응하고, 휴대전화도 받지 않자 경찰관들이 정 씨 부부가 살던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빌라를 찾아갔다. 초인종을 눌러도 김 씨가 응답을 하지 않자 119구급대원을 불러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김 씨는 목을 맨 채 이미 숨져 있었다. 김 씨는 자필로 쓴 일기장 2장 분량의 유서에서 ‘남편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자백하게 하기 위해 한 달간 설득했다. 이 일(시신 유기)에 화해여행으로 알고 급히 나갔고,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수면제를 먹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다만 남편이 차 밖으로 나간 것이 기억이 나 증언 및 조사를 받은 것뿐으로 정말 억울하고 한스럽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또 김 씨는 경찰이 조사과정에서 ‘똑바로 서’ ‘우리가 × 같냐’ 등과 같은 모욕과 욕설, 폭언을 했다고 비난하며 징계를 요구했다. 이어 ‘이 밤이 가기 전에 전 주님을 만나러 가겠다’고 적어 25일 오후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은 “25일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바꾼 사실을 알려준 다음 김 씨가 신변을 비관할 것에 대비해 ‘여경을 동숙시키겠다’고 했으나 김 씨가 거절했다”며 “김 씨의 집 밖에도 감시요원 2명을 배치했다”고 해명했다. 폭언 주장과 관련해서는 “감찰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카지노의 유혹이 빚은 패륜
경찰은 이날 정 씨가 “도박과 과소비 등으로 생활고를 겪다가 어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아내와 범행을 공모했다”고 자백했다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세정제와 비닐 등을 미리 구입한 정 씨는 지난달 13일 오후 남구 용현동 어머니를 찾아가 대화하다가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당시 정 씨가 아내와 4차례에 걸쳐 80분가량 통화한 사실도 아내가 범행에 가담했음을 의심하는 정황증거로 제시했다. 경찰은 또한 7월 말경 정 씨와 아내 김 씨의 카카오톡 대화 중에 ‘땅을 파고 자갈을 깔고 불이 번지지 않게’라는 문구를 확보했다.
어머니의 시신을 집 안에 숨긴 정 씨는 퇴근한 형(32)에게 수면제를 탄 맥주를 마시게 한 뒤 잠이 들자 살해했다. 그리고 비닐과 이불, 가방 등을 이용해 모자의 시신을 포장했다. 그 다음 날 아내 김 씨와 함께 형의 승용차를 타고 경북 울진과 강원 정선에서 형과 어머니의 시신을 각각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정 씨의 어머니(58)는 2011년 차남 부부가 결혼할 때 1억 원을 들여 빌라를 사줬으나 최근 정 씨가 도박에 빠져 빌라를 몰래 팔면서 모자 관계가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퀵서비스 배달원인 정 씨와 김 씨가 1월부터 정선카지노를 32차례나 함께 드나들었으며 한 번 갈 때마다 바카라도박에 150만 원을 날려 8000만 원에 이르는 빚을 지고 있는 사실도 밝혀냈다. 정 씨는 24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범행 동기를 묻자 “생활형편이 어려워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정 씨 부부는 도박에 빠진 뒤 생활고를 겪으며 함께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려 수면제를 처방받아 자주 복용해 왔다. 지난달 13일 모자가 실종된 뒤 경찰은 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같은 달 22일 정 씨를 긴급체포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했다. 그 뒤 경찰이 증거를 보강해 정 씨를 살해범으로 추정하고, 수사망을 좁혀오자 정 씨는 경찰 출석을 앞둔 이달 18일 집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22일 다시 체포한 정 씨가 줄곧 범행을 부인하며 묵비권을 행사하자 실종된 모자의 시신을 찾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김 씨를 참고인으로만 조사했다. 이어 경찰은 범행을 자백해 정 씨를 구속한 다음 날인 25일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김 씨가 그동안 경찰에 “수면제를 자주 먹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해 출석을 통보하기에 앞서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신병을 확보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조사를 앞둔 김 씨가 집에 혼자 있다가 심리적 부담감을 느껴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씨의 가족들은 “경찰이 무리한 수사로 딸을 압박해 목숨을 끊게 만들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버지는 10년 전 타계하고 홀어머니와 두 아들로 이뤄졌던 이 가족은 어머니와 미혼인 큰아들, 둘째 아들의 아내가 숨짐에 따라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정 씨가 노린 어머니의 10억 원대 재산은 숨진 어머니나 형의 친족들이 상속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씨가 유일한 혈육이지만 민법상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등을 살해하거나 이를 시도하면 상속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 도박 중독 심각
이번 사건처럼 도박 중독이 일으킨 사회적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민의 7.2%가 도박 중독증 진단을 받았다. 2010년 6.1%보다 1%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2010년 영국은 국민의 2.5%, 호주는 2.4%, 프랑스는 1.3%만이 도박 중독 진단을 받았다.
도박 중독자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사감위에 상담을 요청하며 성별을 밝힌 도박 중독자 중 92.7%가 남성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30∼39세가 38%로 가장 많고, 18∼29세가 20.4%, 40∼49세가 19.8%로 뒤를 이었다.
도박 중독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데엔 카지노 경마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프로토) 등 사행산업이 나날이 커지는 영향도 크다. 사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국내 사행산업의 총매출액은 19조5443억 원에 이른다. 경마가 7조8397억 원으로 가장 많고 복권(3조1854억 원) 체육진흥투표권(2조8435억 원) 순이었다.
이 중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강원랜드 카지노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가 눈에 띈다. 강원랜드의 매출액은 2003년 6561억 원에서 지난해 1조2092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용객도 154만8000명에서 302만5000명으로 약 2배로 늘었다. 하지만 세수를 늘려야 하는 국가로선 강원랜드가 더할 나위 없는 ‘효자’다. 강원랜드가 국가에 내는 세금(국세+지방세)은 2003년 1379억 원에서 지난해 2314억 원으로 증가했다.
김성이 사감위 위원장은 “도박 중독자들은 카지노에 입장하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게 도박에 빠져 부모나 친족까지 등한시하다 보면 인천 모자 살인 사건처럼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다”며 “정부가 도박상담사와 정신의학 전문가, 사회복지 전문가 등을 통합하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황금천 기자·조동주·김성모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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