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문명] 軍이 걱정된다
등록 2013.11.08.“장 전 사령관의 능력이나 이번 처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무사 내부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견이 많다. 장 전 사령관은 기무사뿐 아니라 군 내·외부에서 대체로 지지를 받던 사람이었다. 이번에 함께 나간 김선일 전 참모장도 군인정신과 능력이 출중한 장군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군에서 내보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또 그는 “이번 일로 기무사 ‘동향보고’ 업무가 의미 없는 것처럼 비치는 게 안타깝다. 기무사는 비록 국방부 산하 기관이지만 업무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되어 있다. 대(對)정부 전복, 대테러 및 대간첩 작전에 관한 첩보 및 군 인사 정보, 국내외 군사 및 방위산업에 관한 첩보를 수집해 처리하는 게 임무다. 군 통수권자 입장에서는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관들의 동향보고를 받는 게 필요하다. 아직까지 군 내부에는 지휘관들의 부정비리나 인사전횡, 기강해이 등이 많고 군 전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도 비일비재하다. 더구나 간첩들이 활개를 치는 세상 아닌가. 엄연한 남북 대치상황에서 대통령은 군 정보기관인 기무사의 보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기무사와 관련 없는 현직 군 장성들과 최근 예편한 장성들도 만나 보았다. 그들의 얘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무사가 과거 보안사 시절 반헌법적인 권력 찬탈의 도구가 되고 정권 안보의 첨병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5년간 신문 사회면에 소개된 각종 비리와 스캔들도 잇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무사 무용론을 외치는 것은 성급하다. 오히려 군인정신으로 무장된 엘리트 군인들로 기무사를 채워 진정한 대방첩 업무를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장 전 사령관이 아무리 맘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취임 6개월 만에 이임식도 하지 못하게 하며 쫓아낸 것은 누가 봐도 ‘모욕 인사’다. 신임 이재수 사령관은 군내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능력 있는 분이지만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씨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배나무 아래서 갓끈 매지 않는다’는 심정으로 좀더 신중하게 처리했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안타깝다.”
군 내 여론을 들으며 기자는 지금 군이 뭔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구나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보근 정보본부장이 북한의 33∼34배에 이르는 국방비(2013년)를 쓰면서도 “남북이 일대일로 붙으면 (남한이) 진다”고 말했던 대목까지 겹치면서 “어떻게 이런 군에 나라를 맡길 수 있나”라고 생각한 사람은 기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차세대 전투기 선정 지연에 국산 신무기들의 잇따른 결함 발견, 전투기 추락사고까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한 현역 장성은 이런 주문을 했다.
“대통령은 현재 국방부 장관인 김관진 장관 체제로 계속 갈 건지, 아니면 후임자를 찾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김병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본의 아니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 아닌가. 김 장관 체제로 계속 가려면 분명한 신임을 표시해 산적한 군 개혁의 현안을 챙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기무사 사태’는 단순한 인사 파동이 아니라 군의 방향성, 목표의식, 지도력의 불안정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angelhuh@donga.com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 전격 교체에 관한 군심(軍心)을 듣기 위해 기무사에서 20년 넘게 일한 전직 장성을 만났다. 그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단순히 장 전 사령관의 항명이 아니다. 기무사령관의 청와대 직(접)보(고)는 기무사 본연의 임무”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장 전 사령관의 능력이나 이번 처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무사 내부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견이 많다. 장 전 사령관은 기무사뿐 아니라 군 내·외부에서 대체로 지지를 받던 사람이었다. 이번에 함께 나간 김선일 전 참모장도 군인정신과 능력이 출중한 장군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군에서 내보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또 그는 “이번 일로 기무사 ‘동향보고’ 업무가 의미 없는 것처럼 비치는 게 안타깝다. 기무사는 비록 국방부 산하 기관이지만 업무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되어 있다. 대(對)정부 전복, 대테러 및 대간첩 작전에 관한 첩보 및 군 인사 정보, 국내외 군사 및 방위산업에 관한 첩보를 수집해 처리하는 게 임무다. 군 통수권자 입장에서는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관들의 동향보고를 받는 게 필요하다. 아직까지 군 내부에는 지휘관들의 부정비리나 인사전횡, 기강해이 등이 많고 군 전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도 비일비재하다. 더구나 간첩들이 활개를 치는 세상 아닌가. 엄연한 남북 대치상황에서 대통령은 군 정보기관인 기무사의 보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기무사와 관련 없는 현직 군 장성들과 최근 예편한 장성들도 만나 보았다. 그들의 얘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무사가 과거 보안사 시절 반헌법적인 권력 찬탈의 도구가 되고 정권 안보의 첨병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5년간 신문 사회면에 소개된 각종 비리와 스캔들도 잇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무사 무용론을 외치는 것은 성급하다. 오히려 군인정신으로 무장된 엘리트 군인들로 기무사를 채워 진정한 대방첩 업무를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장 전 사령관이 아무리 맘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취임 6개월 만에 이임식도 하지 못하게 하며 쫓아낸 것은 누가 봐도 ‘모욕 인사’다. 신임 이재수 사령관은 군내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능력 있는 분이지만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씨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배나무 아래서 갓끈 매지 않는다’는 심정으로 좀더 신중하게 처리했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안타깝다.”
군 내 여론을 들으며 기자는 지금 군이 뭔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구나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보근 정보본부장이 북한의 33∼34배에 이르는 국방비(2013년)를 쓰면서도 “남북이 일대일로 붙으면 (남한이) 진다”고 말했던 대목까지 겹치면서 “어떻게 이런 군에 나라를 맡길 수 있나”라고 생각한 사람은 기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차세대 전투기 선정 지연에 국산 신무기들의 잇따른 결함 발견, 전투기 추락사고까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한 현역 장성은 이런 주문을 했다.
“대통령은 현재 국방부 장관인 김관진 장관 체제로 계속 갈 건지, 아니면 후임자를 찾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김병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본의 아니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 아닌가. 김 장관 체제로 계속 가려면 분명한 신임을 표시해 산적한 군 개혁의 현안을 챙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기무사 사태’는 단순한 인사 파동이 아니라 군의 방향성, 목표의식, 지도력의 불안정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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