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발은 언론인의 의무” 미국 老기자, 또다시 펜을 들다
등록 2014.02.19.《 “많은 사람의 궁금증은 ‘북한이 어쩌다 그런 나라가 됐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금석 대위의 귀순을 소재로 북한 독재의 시발점을 파헤치기로 했습니다.” 탈북자 신동혁 씨의 탈출기를 그린 화제작 ‘14 수용소 탈출’로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블레인 하든 전 워싱턴포스트 동아시아 특파원(62)이 차기작으로 6·25전쟁 직후 미그 15 제트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 노금석 대위 탈출기를 집필 중이다. 올 상반기에 집필을 끝내고 연말 또는 내년 초에 발간할 예정이다. 하든 씨는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두 젊은이의 60년 시간차를 뛰어넘은 북한 탈출기를 책으로 내는 것에 대해 “북한 독재의 참상을 고발하는 것은 저널리스트의 의무”라며 “북한 문제는 나에게 개인적인 관심사를 넘어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할 ‘소명(calling)’이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특파원을 지내며 코소보 아프리카 등 위험 지역을 취재해 여러 권의 책을 낸 하든 씨가 하나의 주제(북한)로 연이어 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책의 가제는 ‘위대한 수령과 조종사(the Great Leader and the Pilot)’. 노 대위 귀순 배경을 통해 3대로 이어지는 북한 김씨 일가 독재의 시초를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노 대위는 공군 대위에 임관해 김일성을 세 차례 만났다. 1인 독재 우상화 작업에 주민들을 동원하는 김일성의 통치술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었다.
김일성을 만났을 때의 암울한 경험과 북한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노 대위로 하여금 귀순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하든 씨는 “21세의 나이에 임관해 북한의 엘리트로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던 노 대위가 위험을 무릅쓰고 휴전선을 넘은 사연은 백 마디 말보다 북한 체제의 모순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1953년 9월 북한의 살벌한 감시를 뚫고 휴전선 상공을 넘은 노 대위는 미그기를 몰고 자유세계로 탈출한 첫 사례였다. 당시 기관포에 탄약까지 장전하고 귀순한 노 대위는 미국과 서방세계가 미그기를 연구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노 대위는 미그기에서 내리며 북한군 견장을 떼어 버리며 “공산주의를 떠나 기쁘다”고 말해 남한 사회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번 책은 ‘14 수용소 탈출’을 읽은 노 대위가 직접 연락해 오면서 시작하게 됐다. 올해 82세의 노 대위는 귀순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델라웨어대를 졸업한 그는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미 군수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은퇴해 현재 플로리다에 거주하고 있다. ‘14 수용소 탈출’ 출간 후 하든 씨는 노 대위를 인터뷰하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시애틀에서 플로리다를 10여 차례 방문했다. ‘14 수용소 탈출’ 강연 및 책 사인회와 집필을 병행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노 대위를 만나 얘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고 한다.
통역이 필요했던 신동혁 씨와는 달리 영어로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인터뷰 진도는 빨랐다. 하든 씨는 “노 대위의 탈출 스토리가 워낙 극적이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5, 6시간씩 한자리에서 얘기를 들었다”며 “그의 귀순이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위에 대한 한국 자료를 찾으려고 했지만 거의 찾을 수 없었다”며 “귀순용사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수년 동안 미국에서는 ‘북한 르네상스’라고 할 만큼 북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특파원으로 동아시아를 취재하던 시절 그는 회사로부터 “다른 지역에 대한 기사는 쓸 것도 없다. 북한에만 관심을 가져라”라는 지시를 받았을 정도였다. 동아시아 탈북 루트를 취재하다가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14 수용소 탈출’을 쓰게 된 배경이었다.
2012년 출간된 ‘14 수용소 탈출’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미국 외교 전문가들의 필독서가 될 정도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5월에야 ‘늑장’ 출간됐고 지금까지 총 27개 언어로 번역됐다. 그는 “북한 인권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나라는 한국”이라며 “이번 책은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먼저 빛을 봤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14 수용소 탈출’ 쓴 하든 前 WP기자, 첫 귀순용사 노금석 대위 스토리 집필 중
《 “많은 사람의 궁금증은 ‘북한이 어쩌다 그런 나라가 됐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금석 대위의 귀순을 소재로 북한 독재의 시발점을 파헤치기로 했습니다.” 탈북자 신동혁 씨의 탈출기를 그린 화제작 ‘14 수용소 탈출’로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블레인 하든 전 워싱턴포스트 동아시아 특파원(62)이 차기작으로 6·25전쟁 직후 미그 15 제트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 노금석 대위 탈출기를 집필 중이다. 올 상반기에 집필을 끝내고 연말 또는 내년 초에 발간할 예정이다. 하든 씨는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두 젊은이의 60년 시간차를 뛰어넘은 북한 탈출기를 책으로 내는 것에 대해 “북한 독재의 참상을 고발하는 것은 저널리스트의 의무”라며 “북한 문제는 나에게 개인적인 관심사를 넘어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할 ‘소명(calling)’이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특파원을 지내며 코소보 아프리카 등 위험 지역을 취재해 여러 권의 책을 낸 하든 씨가 하나의 주제(북한)로 연이어 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책의 가제는 ‘위대한 수령과 조종사(the Great Leader and the Pilot)’. 노 대위 귀순 배경을 통해 3대로 이어지는 북한 김씨 일가 독재의 시초를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노 대위는 공군 대위에 임관해 김일성을 세 차례 만났다. 1인 독재 우상화 작업에 주민들을 동원하는 김일성의 통치술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었다.
김일성을 만났을 때의 암울한 경험과 북한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노 대위로 하여금 귀순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하든 씨는 “21세의 나이에 임관해 북한의 엘리트로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던 노 대위가 위험을 무릅쓰고 휴전선을 넘은 사연은 백 마디 말보다 북한 체제의 모순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1953년 9월 북한의 살벌한 감시를 뚫고 휴전선 상공을 넘은 노 대위는 미그기를 몰고 자유세계로 탈출한 첫 사례였다. 당시 기관포에 탄약까지 장전하고 귀순한 노 대위는 미국과 서방세계가 미그기를 연구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노 대위는 미그기에서 내리며 북한군 견장을 떼어 버리며 “공산주의를 떠나 기쁘다”고 말해 남한 사회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번 책은 ‘14 수용소 탈출’을 읽은 노 대위가 직접 연락해 오면서 시작하게 됐다. 올해 82세의 노 대위는 귀순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델라웨어대를 졸업한 그는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미 군수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은퇴해 현재 플로리다에 거주하고 있다. ‘14 수용소 탈출’ 출간 후 하든 씨는 노 대위를 인터뷰하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시애틀에서 플로리다를 10여 차례 방문했다. ‘14 수용소 탈출’ 강연 및 책 사인회와 집필을 병행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노 대위를 만나 얘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고 한다.
통역이 필요했던 신동혁 씨와는 달리 영어로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인터뷰 진도는 빨랐다. 하든 씨는 “노 대위의 탈출 스토리가 워낙 극적이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5, 6시간씩 한자리에서 얘기를 들었다”며 “그의 귀순이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위에 대한 한국 자료를 찾으려고 했지만 거의 찾을 수 없었다”며 “귀순용사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수년 동안 미국에서는 ‘북한 르네상스’라고 할 만큼 북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특파원으로 동아시아를 취재하던 시절 그는 회사로부터 “다른 지역에 대한 기사는 쓸 것도 없다. 북한에만 관심을 가져라”라는 지시를 받았을 정도였다. 동아시아 탈북 루트를 취재하다가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14 수용소 탈출’을 쓰게 된 배경이었다.
2012년 출간된 ‘14 수용소 탈출’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미국 외교 전문가들의 필독서가 될 정도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5월에야 ‘늑장’ 출간됐고 지금까지 총 27개 언어로 번역됐다. 그는 “북한 인권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나라는 한국”이라며 “이번 책은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먼저 빛을 봤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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