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역 ‘12분 칼부림’에 170여명 사상… 兩會 앞둔 中 패닉
등록 2014.03.03.신장독립세력 계획된 테러로 규정… 시진핑 “그들의 날뛰는 기세 꺾어라”
주인 잃은 가방들과 핏자국… 처참한 현장 1일 무차별 테러가 발생한 중국 남부 윈난 성 쿤밍 시 기차역 현장에 희생자들의 가방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폴리스라인 안쪽에 남겨진 주인 잃은 가방과 바닥의 핏자국이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쿤밍=신화 뉴시스
중국 남부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 시에서 무차별 칼부림 테러가 발생해 최소 17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를 이틀 앞두고 총이나 폭탄이 아닌 긴 칼만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중국 사회가 공포에 떨고 있다.
2일 관영 신화(新華)통신 등에 따르면 상춘(常春) 도시 쿤밍이 피로 물든 건 1일 오후 9시 20분경. 쿤밍 시 중심지인 쿤밍 기차역 광장에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한 괴한 10여 명이 길이 60cm∼1m의 칼을 들고 나타났다. 고대 이슬람 전사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둘렀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 올라온 사진에는 광장은 물론이고 역사(驛舍) 안에도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시신들이 보였다. 또 여행객들의 가방과 안경, 휴대전화 등 소지품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이번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양쯔칭(楊自淸) 씨는 “광장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칼 든 사람들이 뛰어 들어와 보이는 사람마다 찔러 죽였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괴한들이 도망가는 사람들의 등을 베거나 상처를 입고 쓰러진 사람들을 다시 찔러 죽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식당 주인은 200여 명의 여행객을 숨겨줘 추가 피해를 막았다. 그럼에도 이날 칼부림 테러 12분 만에 29명이나 숨졌다고 런민(人民)일보는 전했다. 부상자는 경찰 7명을 포함해 143명이다. 괴한 중 4명이 사살됐고 여성 1명이 붙잡혔다. 사망한 괴한 중에도 여성 1명이 있었다. 청두(成都)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현재까지 한국인 희생자는 없다고 전했다.
쿤밍 시 당국은 이번 사건을 ‘신장(新疆) 분리독립 세력의 조직적이고 계획된 테러’로 규정했다. 당국은 사건 현장에서 다수의 증거를 확보하고 붙잡힌 범인을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법에 따라 테러리스트들을 엄벌하고 (그들의) 날뛰는 기세를 강력하게 꺾어 놓아야 한다”면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이번 무차별 테러는 양회를 앞두고 발생한 데다 칼만으로 무장한 테러범들이 대도시 한복판에서 17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는 점에서 중국의 치안 수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테러전문가 리웨이(李偉) 씨는 “테러분자들이 경계가 삼엄한 베이징(北京)이나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 대신 상대적으로 느슨한 쿤밍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이 신장위구르 분리독립 세력의 소행으로 최종 확인되면 2009년 7월 우루무치에서 197명이 사망하고 1700여 명이 부상한 유혈시위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신장 관련 민족분규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러가 발생한 윈난은 우루무치에서 육로로 3600km나 떨어진 곳이어서 위구르족 분리독립 조직의 활동범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지난해 10월에는 베이징(北京)의 심장부인 톈안먼(天安門)에서 차량 자살 테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40명가량이 다쳤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청나라 때 중국에 편입됐다. 국공내전 등으로 중국이 혼란한 틈을 타 위구르족이 1933∼1934년, 1943∼1949년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세운 적이 있다.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 등의 단체가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테러활동을 하고 있다.
위구르족(1006만 명·2012년 말 기준)은 좡(壯)족(1692만 명), 후이(回)족(1058만 명), 만주족(1038만 명)과 함께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4개 소수민족에 속한다. 한족과 외모와 언어가 다르고 이슬람교를 믿는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60cm∼1m 칼 든 복면괴한 10여명 노인-아이 안 가리고 무차별 난자
신장독립세력 계획된 테러로 규정… 시진핑 “그들의 날뛰는 기세 꺾어라”
주인 잃은 가방들과 핏자국… 처참한 현장 1일 무차별 테러가 발생한 중국 남부 윈난 성 쿤밍 시 기차역 현장에 희생자들의 가방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폴리스라인 안쪽에 남겨진 주인 잃은 가방과 바닥의 핏자국이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쿤밍=신화 뉴시스
중국 남부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 시에서 무차별 칼부림 테러가 발생해 최소 17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를 이틀 앞두고 총이나 폭탄이 아닌 긴 칼만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중국 사회가 공포에 떨고 있다.
2일 관영 신화(新華)통신 등에 따르면 상춘(常春) 도시 쿤밍이 피로 물든 건 1일 오후 9시 20분경. 쿤밍 시 중심지인 쿤밍 기차역 광장에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한 괴한 10여 명이 길이 60cm∼1m의 칼을 들고 나타났다. 고대 이슬람 전사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둘렀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 올라온 사진에는 광장은 물론이고 역사(驛舍) 안에도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시신들이 보였다. 또 여행객들의 가방과 안경, 휴대전화 등 소지품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이번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양쯔칭(楊自淸) 씨는 “광장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칼 든 사람들이 뛰어 들어와 보이는 사람마다 찔러 죽였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괴한들이 도망가는 사람들의 등을 베거나 상처를 입고 쓰러진 사람들을 다시 찔러 죽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식당 주인은 200여 명의 여행객을 숨겨줘 추가 피해를 막았다. 그럼에도 이날 칼부림 테러 12분 만에 29명이나 숨졌다고 런민(人民)일보는 전했다. 부상자는 경찰 7명을 포함해 143명이다. 괴한 중 4명이 사살됐고 여성 1명이 붙잡혔다. 사망한 괴한 중에도 여성 1명이 있었다. 청두(成都)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현재까지 한국인 희생자는 없다고 전했다.
쿤밍 시 당국은 이번 사건을 ‘신장(新疆) 분리독립 세력의 조직적이고 계획된 테러’로 규정했다. 당국은 사건 현장에서 다수의 증거를 확보하고 붙잡힌 범인을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법에 따라 테러리스트들을 엄벌하고 (그들의) 날뛰는 기세를 강력하게 꺾어 놓아야 한다”면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이번 무차별 테러는 양회를 앞두고 발생한 데다 칼만으로 무장한 테러범들이 대도시 한복판에서 17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는 점에서 중국의 치안 수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테러전문가 리웨이(李偉) 씨는 “테러분자들이 경계가 삼엄한 베이징(北京)이나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 대신 상대적으로 느슨한 쿤밍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이 신장위구르 분리독립 세력의 소행으로 최종 확인되면 2009년 7월 우루무치에서 197명이 사망하고 1700여 명이 부상한 유혈시위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신장 관련 민족분규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러가 발생한 윈난은 우루무치에서 육로로 3600km나 떨어진 곳이어서 위구르족 분리독립 조직의 활동범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지난해 10월에는 베이징(北京)의 심장부인 톈안먼(天安門)에서 차량 자살 테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40명가량이 다쳤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청나라 때 중국에 편입됐다. 국공내전 등으로 중국이 혼란한 틈을 타 위구르족이 1933∼1934년, 1943∼1949년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세운 적이 있다.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 등의 단체가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테러활동을 하고 있다.
위구르족(1006만 명·2012년 말 기준)은 좡(壯)족(1692만 명), 후이(回)족(1058만 명), 만주족(1038만 명)과 함께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4개 소수민족에 속한다. 한족과 외모와 언어가 다르고 이슬람교를 믿는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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