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독일 방문… “50년전 아버지 발자취 따라”
등록 2014.03.27.통일 독일의 현장 베를린 방문… DMZ평화공원 구상 등 의지 다져
28일 드레스덴공대서 통일연설… 서울-평양 사무소설치 제안 가능성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핵안보정상회의와 한미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와 지지를 끌어낸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26일부터 2박 3일간 이뤄질 박 대통령 방독(訪獨)의 최대 화두는 ‘통일 대박론’ 구체화다.
박 대통령은 26일 오전(현지 시간) 공식 환영식과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의 회담 및 오찬을 마친 박 대통령은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직행했다. 독일 베를린 중심가 파리저 광장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은 독일 분단 시절 동서 베를린의 경계였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이후에는 허가를 받은 사람만 이 문을 통해 동·서독을 오갈 수 있었다. 1989년 11월 10만여 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브란덴부르크 문은 냉전 종식과 동서 화해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박 대통령이 첫 개별 일정으로 이 문을 찾은 것은 통일과 관련한 역사적 상징성 때문이다. 지구상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국 대통령으로서 남북통일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데 이보다 좋은 장소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 자신이 내놓은 비무장지대(DMZ) 내 세계평화공원 조성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 동·서독 분단 상황에서 유일한 통로였던 이 문에서 통일의 기운이 움텄듯 DMZ 세계평화공원이 한반도에 통일을 가져오길 기대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뿐 아니라 세계 여러 정상이 브란덴부르크 문의 상징성을 활용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 문 앞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가진 핵무기를 3분의 1씩 감축하자”며 러시아에 핵탄두의 대폭적 감축을 제안했다. 1963년에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라는 명연설을 했다.
1964년 12월 11일 베를린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도 베를린 장벽의 철조망을 바라보며 “베를린 장벽을 통해 북한을 봤다”는 말을 남겼다. 아버지에 이어 50년 만에 독일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한반도 통일’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공식화한다.
그 하이라이트는 28일 드레스덴공대에서의 연설이다. 옛 동독 지역의 대표적 경제·과학 도시인 드레스덴은 1989년 12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5주 뒤 헬무트 콜 당시 서독 총리가 동독 주민 앞에서 통일을 주제로 즉흥 연설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일과 관련해 2, 3가지 새로운 아이템을 놓고 대통령이 고민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어떤 얘기를 얼마나 강하게 할지는 대통령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박 대통령은 북한 주민과의 교류 활성화와 남북 간 정서적, 문화적 이질성 해소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북한 주민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평양에 각각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전격적으로 내놓을 수도 있다. 이는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3월 베를린 자유대에서 ‘독일 통일의 교훈과 한반도 문제’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대규모 대북 경제협력 지원 의사를 밝히고 남북 간 특사교환 등을 제안했다. 이 연설이 있고 나서 3개월 뒤 첫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박 대통령은 26일 방영된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나온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 힘을 합해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 도울 의사가 있다는 얘기를 분명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베를린=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朴대통령 독일 방문]
통일 독일의 현장 베를린 방문… DMZ평화공원 구상 등 의지 다져
28일 드레스덴공대서 통일연설… 서울-평양 사무소설치 제안 가능성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핵안보정상회의와 한미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와 지지를 끌어낸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26일부터 2박 3일간 이뤄질 박 대통령 방독(訪獨)의 최대 화두는 ‘통일 대박론’ 구체화다.
박 대통령은 26일 오전(현지 시간) 공식 환영식과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의 회담 및 오찬을 마친 박 대통령은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직행했다. 독일 베를린 중심가 파리저 광장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은 독일 분단 시절 동서 베를린의 경계였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이후에는 허가를 받은 사람만 이 문을 통해 동·서독을 오갈 수 있었다. 1989년 11월 10만여 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브란덴부르크 문은 냉전 종식과 동서 화해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박 대통령이 첫 개별 일정으로 이 문을 찾은 것은 통일과 관련한 역사적 상징성 때문이다. 지구상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국 대통령으로서 남북통일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데 이보다 좋은 장소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 자신이 내놓은 비무장지대(DMZ) 내 세계평화공원 조성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 동·서독 분단 상황에서 유일한 통로였던 이 문에서 통일의 기운이 움텄듯 DMZ 세계평화공원이 한반도에 통일을 가져오길 기대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뿐 아니라 세계 여러 정상이 브란덴부르크 문의 상징성을 활용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 문 앞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가진 핵무기를 3분의 1씩 감축하자”며 러시아에 핵탄두의 대폭적 감축을 제안했다. 1963년에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라는 명연설을 했다.
1964년 12월 11일 베를린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도 베를린 장벽의 철조망을 바라보며 “베를린 장벽을 통해 북한을 봤다”는 말을 남겼다. 아버지에 이어 50년 만에 독일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한반도 통일’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공식화한다.
그 하이라이트는 28일 드레스덴공대에서의 연설이다. 옛 동독 지역의 대표적 경제·과학 도시인 드레스덴은 1989년 12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5주 뒤 헬무트 콜 당시 서독 총리가 동독 주민 앞에서 통일을 주제로 즉흥 연설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일과 관련해 2, 3가지 새로운 아이템을 놓고 대통령이 고민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어떤 얘기를 얼마나 강하게 할지는 대통령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박 대통령은 북한 주민과의 교류 활성화와 남북 간 정서적, 문화적 이질성 해소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북한 주민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평양에 각각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전격적으로 내놓을 수도 있다. 이는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3월 베를린 자유대에서 ‘독일 통일의 교훈과 한반도 문제’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대규모 대북 경제협력 지원 의사를 밝히고 남북 간 특사교환 등을 제안했다. 이 연설이 있고 나서 3개월 뒤 첫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박 대통령은 26일 방영된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나온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 힘을 합해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 도울 의사가 있다는 얘기를 분명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베를린=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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