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 “탄광사고 늘 있다” 망언… 시위 불질러
등록 2014.05.16.총리, 한때 슈퍼마켓으로 피신
터키 소마 탄광 사고로 사망자가 280명을 넘어선 가운데 현장을 찾은 터키 총리가 “이런 사고는 일어나곤 하는 것”이라고 잘못 말해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사진)는 사고 이틀째인 14일 알바니아 방문 일정을 긴급 취소하고 사고 현장을 찾았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고가 가슴 아프지만 탄광에서 사고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고는 다른 작업 현장에서도 일어난다. ‘업무상 재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도 이런 사고가 있다. 영국에서는 1862년 204명, 1866년 361명, 1894년 290명이 죽는 탄광사고가 있었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총리의 발언은 기자회견장 주변에 있던 유족과 실종자 가족 수백 명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에르도안 총리에게 “살인자, 도둑놈”이라고 극언을 외치며 달려들었고 총리는 결국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인근 슈퍼마켓으로 피신했다. 화가 풀리지 않은 일부 가족은 반(反)정부 시위대와 함께 소마 시내에 있는 에르도안 총리가 속한 정의개발당(AKP) 본부로 몰려가 돌로 창문을 깨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사용해 이들을 해산했다.
에르도안 총리의 이날 발언을 두고 미 시사주간 타임은 온라인판 기사에서 “2003년 총리가 된 이후 11년 동안 이보다 더 문제 있는 발언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에르도안 총리가 사고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AP통신도 “완전히 감을 상실했다(tone-deaf)”고 비판했다.
8월로 예정된 대선의 유력 후보인 에르도안 총리는 그간 터키 탄광업계와 유착 관계라는 의혹을 받아 왔다. 지난달 29일에도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이 소마 탄광에 대한 안전 조사를 요구했지만 에르도안 총리가 거부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터키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BBC 등 외신은 온갖 비리 연루 의혹에도 불구하고 4월 지방선거에서 압승해 승승장구하던 에르도안 총리에게 이번 탄광사고가 최대 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15일 구조작업은 계속되고 있지만 생존자는 구출되지 않았으며 사망자는 282명으로 늘었다.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장관은 “유독가스와 연기 때문에 구조작업이 쉽지 않다. 갱도 안에는 여전히 광원 142명이 갇혀 있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일부에서는 이번 사고 사망자가 최대 40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소마 탄광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14일 흑해 연안의 종굴다크에서 탄광이 무너져 광원 1명이 숨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종굴다크에 있는 불법 탄광 천장이 무너져 3명이 갇혔다가 2명만 구조됐다. 숨진 광원은 2년 전 고령으로 은퇴했다가 두 딸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1년 전부터 불법 탄광에서 월급 2000리라(100만 원)를 받고 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사고현장 찾아 ‘업무상 재해’ 궤변… 유족들 “살인자, 도둑놈” 강력 항의
총리, 한때 슈퍼마켓으로 피신
터키 소마 탄광 사고로 사망자가 280명을 넘어선 가운데 현장을 찾은 터키 총리가 “이런 사고는 일어나곤 하는 것”이라고 잘못 말해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사진)는 사고 이틀째인 14일 알바니아 방문 일정을 긴급 취소하고 사고 현장을 찾았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고가 가슴 아프지만 탄광에서 사고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고는 다른 작업 현장에서도 일어난다. ‘업무상 재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도 이런 사고가 있다. 영국에서는 1862년 204명, 1866년 361명, 1894년 290명이 죽는 탄광사고가 있었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총리의 발언은 기자회견장 주변에 있던 유족과 실종자 가족 수백 명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에르도안 총리에게 “살인자, 도둑놈”이라고 극언을 외치며 달려들었고 총리는 결국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인근 슈퍼마켓으로 피신했다. 화가 풀리지 않은 일부 가족은 반(反)정부 시위대와 함께 소마 시내에 있는 에르도안 총리가 속한 정의개발당(AKP) 본부로 몰려가 돌로 창문을 깨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사용해 이들을 해산했다.
에르도안 총리의 이날 발언을 두고 미 시사주간 타임은 온라인판 기사에서 “2003년 총리가 된 이후 11년 동안 이보다 더 문제 있는 발언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에르도안 총리가 사고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AP통신도 “완전히 감을 상실했다(tone-deaf)”고 비판했다.
8월로 예정된 대선의 유력 후보인 에르도안 총리는 그간 터키 탄광업계와 유착 관계라는 의혹을 받아 왔다. 지난달 29일에도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이 소마 탄광에 대한 안전 조사를 요구했지만 에르도안 총리가 거부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터키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BBC 등 외신은 온갖 비리 연루 의혹에도 불구하고 4월 지방선거에서 압승해 승승장구하던 에르도안 총리에게 이번 탄광사고가 최대 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15일 구조작업은 계속되고 있지만 생존자는 구출되지 않았으며 사망자는 282명으로 늘었다.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장관은 “유독가스와 연기 때문에 구조작업이 쉽지 않다. 갱도 안에는 여전히 광원 142명이 갇혀 있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일부에서는 이번 사고 사망자가 최대 40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소마 탄광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14일 흑해 연안의 종굴다크에서 탄광이 무너져 광원 1명이 숨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종굴다크에 있는 불법 탄광 천장이 무너져 3명이 갇혔다가 2명만 구조됐다. 숨진 광원은 2년 전 고령으로 은퇴했다가 두 딸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1년 전부터 불법 탄광에서 월급 2000리라(100만 원)를 받고 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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