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생존학생 ‘71일만의 등교’… “잊지 말아주세요”
등록 2014.06.26.이렇게 긴장되는 등굣길은 처음이었다. 나흘이면 돌아올 줄 알았던 학교에 다시 오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렸다. 마지막 등굣길을 함께 했던 친구들 대부분은 함께 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을 대신해 희생자 부모에게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등교 인사를 했다.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생 가운데 세월호 참사 때 생존한 학생 73명이 25일 처음으로 등교했다. 세월호를 타기 전 등교한 4월 15일 이후 71일 만이다. 이에 앞서 전체 생존학생 75명 가운데 2명은 먼저 복귀했다.
이날 오전 8시 35분경 학생과 부모를 태운 버스 4대가 교문 앞에 도착했다. 사고 이후 학생들은 줄곧 단원구 원곡동 중소기업연수원에서 합숙하며 심리치료 등을 받았다.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학생들은 차례로 버스에서 내렸다. 이들은 친구 혹은 부모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교문으로 옮겼다. 학생들은 손목에 ‘리멤버(remember) 0416’이라고 적힌 노란 팔찌를 차고 있었다.
학생들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아 보였다. 한 여학생은 교문 밖에서 기다리던 여교사를 보자 “안녕하세요”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여교사도 환한 미소로 제자들을 반겼다. 다른 교사들은 낯익은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머리 모양 바꿨네, 잘 어울린다”는 한 교사의 칭찬을 들은 남학생은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등굣길은 잠시 뒤 눈물의 길로 바뀌었다. 이날 교문 안쪽에는 자식을 하늘나라로 보낸 희생자 부모 60여 명이 자리했다. 친구의 부모님 앞에 선 학생들은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아이들은 유가족들에게 미안한 듯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사람이 진짜 죽은 때는, 잊혀질 때라고 합니다.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날 생존 학생을 대표해 나온 한 남학생은 ‘사회에 드리는 글’을 읽어 내려갔다.
“주위 어른들은 잊고 힘내라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떠난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기억하며 추억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듯 국민 여러분도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
얼굴이 빨갛게 변하도록 울음을 참고 편지를 읽던 아이는 결국 눈물을 뚝뚝 흘렸다.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부분은 생존학생 부모가 이어받아 읽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아이들은 하나둘 유족들에게 다가갔다.
“엄마, 아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유족들은 마치 자신의 아들딸인 양 따뜻하게 안아줬다. 애써 환하게 웃던 한 아버지는 끝내 울면서 뒷걸음질쳤다. 한 어머니는 “우리 아이, 내 새끼”를 되뇌며 한동안 부둥켜안은 손을 놓지 못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생존학생 부모들의 얼굴에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학생들이 서서히 교실로 발걸음을 옮기자 유족들의 울음은 통곡으로 바뀌었다. 이날 등굣길을 함께하지 못한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 씨(55)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등교한 학생들에게 ‘살아줘서 고맙다’고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씨는 “우리 자식 같은 아이들이니 상처를 치유해 나갔으면 좋겠다. 학교로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안산=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단원고 생존학생 ‘71일만의 등교’
이렇게 긴장되는 등굣길은 처음이었다. 나흘이면 돌아올 줄 알았던 학교에 다시 오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렸다. 마지막 등굣길을 함께 했던 친구들 대부분은 함께 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을 대신해 희생자 부모에게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등교 인사를 했다.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생 가운데 세월호 참사 때 생존한 학생 73명이 25일 처음으로 등교했다. 세월호를 타기 전 등교한 4월 15일 이후 71일 만이다. 이에 앞서 전체 생존학생 75명 가운데 2명은 먼저 복귀했다.
이날 오전 8시 35분경 학생과 부모를 태운 버스 4대가 교문 앞에 도착했다. 사고 이후 학생들은 줄곧 단원구 원곡동 중소기업연수원에서 합숙하며 심리치료 등을 받았다.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학생들은 차례로 버스에서 내렸다. 이들은 친구 혹은 부모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교문으로 옮겼다. 학생들은 손목에 ‘리멤버(remember) 0416’이라고 적힌 노란 팔찌를 차고 있었다.
학생들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아 보였다. 한 여학생은 교문 밖에서 기다리던 여교사를 보자 “안녕하세요”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여교사도 환한 미소로 제자들을 반겼다. 다른 교사들은 낯익은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머리 모양 바꿨네, 잘 어울린다”는 한 교사의 칭찬을 들은 남학생은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등굣길은 잠시 뒤 눈물의 길로 바뀌었다. 이날 교문 안쪽에는 자식을 하늘나라로 보낸 희생자 부모 60여 명이 자리했다. 친구의 부모님 앞에 선 학생들은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아이들은 유가족들에게 미안한 듯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사람이 진짜 죽은 때는, 잊혀질 때라고 합니다.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날 생존 학생을 대표해 나온 한 남학생은 ‘사회에 드리는 글’을 읽어 내려갔다.
“주위 어른들은 잊고 힘내라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떠난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기억하며 추억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듯 국민 여러분도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
얼굴이 빨갛게 변하도록 울음을 참고 편지를 읽던 아이는 결국 눈물을 뚝뚝 흘렸다.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부분은 생존학생 부모가 이어받아 읽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아이들은 하나둘 유족들에게 다가갔다.
“엄마, 아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유족들은 마치 자신의 아들딸인 양 따뜻하게 안아줬다. 애써 환하게 웃던 한 아버지는 끝내 울면서 뒷걸음질쳤다. 한 어머니는 “우리 아이, 내 새끼”를 되뇌며 한동안 부둥켜안은 손을 놓지 못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생존학생 부모들의 얼굴에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학생들이 서서히 교실로 발걸음을 옮기자 유족들의 울음은 통곡으로 바뀌었다. 이날 등굣길을 함께하지 못한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 씨(55)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등교한 학생들에게 ‘살아줘서 고맙다’고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씨는 “우리 자식 같은 아이들이니 상처를 치유해 나갔으면 좋겠다. 학교로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안산=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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