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음란행위 영상 확보” vs 金 “자리 뜬 남성 소행”
등록 2014.08.18.○ 경찰 “사건 현장 주변서 동영상 7, 8개 확보”
여고생 A 양(18)은 12일 밤 귀가하다 제주소방서 인근 김밥집 옆 공터에서 한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린 채 음란행위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A 양은 겁을 먹고 이모와 이모부에게 전화를 걸어 “무서워서 집에 못 가겠다.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A 양은 이 남성이 대로변인 김밥집과 부근을 돌며 10분가량 음란행위를 시도하는 장면을 봤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오후 11시 58분경 신고를 받은 제주 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 경찰관 2명은 순찰차를 타고 출동했다. 김밥집 앞 테이블에 앉았던 남성이 순찰차가 다가가자 자리를 뜨면서 빠른 걸음으로 10여 m를 이동하는 것을 보고 도주하는 것으로 판단해 남성을 검거했다. 당시 순찰차 안에 타고 있던 A 양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김 지검장을 보고 “어두워서 정확하진 않지만 (음란행위를 한 남성과) 차림새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김 지검장은 베이지 바지, 녹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검거 장소는 제주지검에서 250m가량, 지검장 관사에서는 불과 70m 떨어진 대로변이다.
하지만 김 지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산책을 마치고 관사로 돌아가기 직전 김밥집 야외 의자가 보여 잠깐 쉬기로 했다. (먼저) 의자에 앉아있던 남성이 바지춤을 올리는 것 같더니 자리를 떴는데, 내가 바로 그 자리에 앉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김 지검장의 손과 바지에서 정액검사를 했지만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제주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사건 현장 주변에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화면 등 7, 8개의 동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특히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화면은 음란행위가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행위자 식별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지검장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옷차림은 비슷해 보인다”며 “조만간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체포 당시 왜 신원 밝히지 않았나
김 지검장은 13일 0시 45분경 오라지구대로 연행됐지만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신원 확인을 거부했다. 김 지검장은 ‘성명불상 현행범’으로 제주 동부경찰서로 인계됐는데 유치장 입감 직전에 동생 이름을 댔다. 지문조회 결과 사실과 다르게 나타나자 그제야 본명을 밝혔다. 이때도 경찰은 ‘김수창’이 제주지검장인 사실은 몰랐다.
김 지검장은 제주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의 조사를 받고 13일 오전 11시 30분경 귀가했다. 그는 14일 오라지구대에 운전사를 보내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서를 냈다. 진술서를 건넬 당시 운전사와 경찰관 사이에 언성이 높아졌으며 경찰은 운전사를 모욕죄로 현행범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운전사가 검찰 직원으로 드러났고 오후 6시경 인터넷 검색으로 ‘김수창’이 제주지검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지검장은 17일 오전 10시 50분경 서울고검 기자실을 예고 없이 방문해 “하루 이틀 해명하면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검사장이라 그러면 난리가 날 것을 우려했다”면서 “차라리 신분을 밝힐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든다”고 해명했다. 또 “검사장으로서 제 신분이 조금이라도 조사에 방해가 된다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인사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며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 억울하게 실추된 저와 검찰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 지검장이 사실상 제주지검장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퇴를 선뜻 종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에 체포됐을 때 신분을 속인 것 자체가 징계 사유에 해당돼 이를 근거로 사표를 받을 수 있지만 의혹을 서둘러 덮으려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자체 진상조사를 중단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김수창 제주지검장(52·사진)의 길거리 음란행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사건 발생 현장에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에서 한 남성이 성기를 드러내놓고 주변을 배회하는 동영상을 새로 확보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김 지검장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공무원범죄 수사개시 통보 계획을 마련했다. 반면 김 지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다”며 거듭해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 경찰 “사건 현장 주변서 동영상 7, 8개 확보”
여고생 A 양(18)은 12일 밤 귀가하다 제주소방서 인근 김밥집 옆 공터에서 한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린 채 음란행위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A 양은 겁을 먹고 이모와 이모부에게 전화를 걸어 “무서워서 집에 못 가겠다.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A 양은 이 남성이 대로변인 김밥집과 부근을 돌며 10분가량 음란행위를 시도하는 장면을 봤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오후 11시 58분경 신고를 받은 제주 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 경찰관 2명은 순찰차를 타고 출동했다. 김밥집 앞 테이블에 앉았던 남성이 순찰차가 다가가자 자리를 뜨면서 빠른 걸음으로 10여 m를 이동하는 것을 보고 도주하는 것으로 판단해 남성을 검거했다. 당시 순찰차 안에 타고 있던 A 양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김 지검장을 보고 “어두워서 정확하진 않지만 (음란행위를 한 남성과) 차림새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김 지검장은 베이지 바지, 녹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검거 장소는 제주지검에서 250m가량, 지검장 관사에서는 불과 70m 떨어진 대로변이다.
하지만 김 지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산책을 마치고 관사로 돌아가기 직전 김밥집 야외 의자가 보여 잠깐 쉬기로 했다. (먼저) 의자에 앉아있던 남성이 바지춤을 올리는 것 같더니 자리를 떴는데, 내가 바로 그 자리에 앉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김 지검장의 손과 바지에서 정액검사를 했지만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제주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사건 현장 주변에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화면 등 7, 8개의 동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특히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화면은 음란행위가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행위자 식별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지검장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옷차림은 비슷해 보인다”며 “조만간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체포 당시 왜 신원 밝히지 않았나
김 지검장은 13일 0시 45분경 오라지구대로 연행됐지만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신원 확인을 거부했다. 김 지검장은 ‘성명불상 현행범’으로 제주 동부경찰서로 인계됐는데 유치장 입감 직전에 동생 이름을 댔다. 지문조회 결과 사실과 다르게 나타나자 그제야 본명을 밝혔다. 이때도 경찰은 ‘김수창’이 제주지검장인 사실은 몰랐다.
김 지검장은 제주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의 조사를 받고 13일 오전 11시 30분경 귀가했다. 그는 14일 오라지구대에 운전사를 보내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서를 냈다. 진술서를 건넬 당시 운전사와 경찰관 사이에 언성이 높아졌으며 경찰은 운전사를 모욕죄로 현행범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운전사가 검찰 직원으로 드러났고 오후 6시경 인터넷 검색으로 ‘김수창’이 제주지검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지검장은 17일 오전 10시 50분경 서울고검 기자실을 예고 없이 방문해 “하루 이틀 해명하면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검사장이라 그러면 난리가 날 것을 우려했다”면서 “차라리 신분을 밝힐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든다”고 해명했다. 또 “검사장으로서 제 신분이 조금이라도 조사에 방해가 된다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인사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며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 억울하게 실추된 저와 검찰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 지검장이 사실상 제주지검장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퇴를 선뜻 종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에 체포됐을 때 신분을 속인 것 자체가 징계 사유에 해당돼 이를 근거로 사표를 받을 수 있지만 의혹을 서둘러 덮으려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자체 진상조사를 중단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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