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광화문 세월호 집회 현장 ‘서로에 귀막고 자기 주장만…’
등록 2014.09.15.둘로 갈라진 광화문광장 24시
충돌 일상화된 ‘대한민국 심장부’… 대화 門 열어줄 조정자가 없다
13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경찰버스 5대가 일제히 시동을 걸자 ‘부르릉’ 하는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밤새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지키던 버스들이다. 8월 22일 주민센터 농성이 시작된 뒤 유가족과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는 단체의 충돌을 막기 위해 이렇게 경찰버스가 밤마다 농성장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시동소리를 듣고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10여 명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스 소음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시계’가 됐다. 이날 아침식사는 쇠고기 야채죽. 원불교 신도들이 가져왔다. 아들의 학생증을 목에 건 한 어머니는 익숙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숟가락을 떴다. 그는 “밥을 지어본 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아 가끔 집에 가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취재 중인 기자에게 “많이 먹어라”며 자신의 죽을 몇 숟가락이나 덜어줬다.
식사를 마친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민센터보다 한 달 이상 먼저 시작된 광화문광장 농성은 어느덧 14일로 2개월을 맞았다. 한 유가족은 “벌써 두 달이나 지났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그냥 날씨만 바뀐 것 같다”며 “언제까지 더 있을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 ‘위로 격려’ 사라지고 ‘막말 조롱’만
비슷한 시간 광화문광장 건너편 천막도 바빠졌다.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농성장이다. 이날로 13일째다. 이곳의 아침식사 메뉴는 전복죽. ‘성호’라는 법명으로 한때 금당사 주지를 지낸 정한영 씨(56)는 도로 건너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바라보며 “오늘 (그들에 반대하는) 행사가 많아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작은 평온했지만 오후가 되자 광화문광장 일대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후 3시경 농성장 건너 횡단보도 중앙에 ‘세월호 특별법 웬말이냐?’는 현수막 1개가 내걸렸다. 거의 동시에 농성장 뒤편 세종대왕상 근처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회원 등 50여 명이 초콜릿바 4000개를 바닥에 뿌렸다. 이른바 ‘자유시간 배포 퍼포먼스’였다.
‘폭식 투쟁’도 재현됐다. 이번에는 피자와 햄버거뿐 아니라 치킨과 보리음료를 마시는 ‘치맥 파티’까지 등장했다. 오후 8시까지 이어진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위태로운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은 진실을 감추고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법”이라며 “종북세력이 세월호를 이용해 경제를 파탄내고 대한민국을 침몰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노래를 틀고 “MC 무현이 지옥에서 돌아왔다”는 과격한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행사가 이어지는 내내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들은 구호를 외치는 자유대학생연합 회원들의 사진을 찍으며 ‘개××’ 같은 욕설을 퍼부었다.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광장에 초콜릿바를 뿌리는 과정에서도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행히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큰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양 측의 집회는 팽팽한 기 싸움 끝에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일단락됐다. 이런 분위기는 14일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 한쪽도 끝이 보이지 않는 ‘극한 대결’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었다.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시형 씨(41)는 “집회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이렇게까지 하면서 서로를 비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중국인 관광객 리신칭 씨(28·여)도 “(세월호 참사를) 잘 모르지만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데도 아무런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갈등 조정 손놓고 부채질하는 사람들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이 벌써 두 달이 됐지만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는 배경에는 일부 인사들의 막말 탓이 크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막말이 공개된 뒤 배우 이산 씨는 “‘유민이 아빠라는 자’야!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26일 트위터에 “박 대통령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리”라며 “어머니의 마음은 직접 자식을 낳고 키워봐야만 알 수 있다”라는 글을 써 논란을 부추겼다.
박근혜 대통령 여동생 박근령 씨의 남편 신동욱 씨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장훈은 ‘실험단식(소금과 물만 먹는 단식이라고 설명)’에 참가해 ‘치킨단식’의 불명예를 씻고 국민가수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단식의 신성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동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올렸다. 가수 김 씨가 1차 단식 이후 치킨을 먹은 걸 비꼰 내용이다. 김 씨는 이에 자신의 트위터에 “난 반칙한 것이 없다”며 반발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현재의 갈등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가족 정혜숙 씨(46)는 “유가족에게 막말하는 사람들도 싫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국회가 더 밉다”고 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세월호 국론분열/유족 농성 2개월]
둘로 갈라진 광화문광장 24시
충돌 일상화된 ‘대한민국 심장부’… 대화 門 열어줄 조정자가 없다
13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경찰버스 5대가 일제히 시동을 걸자 ‘부르릉’ 하는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밤새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지키던 버스들이다. 8월 22일 주민센터 농성이 시작된 뒤 유가족과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는 단체의 충돌을 막기 위해 이렇게 경찰버스가 밤마다 농성장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시동소리를 듣고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10여 명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스 소음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시계’가 됐다. 이날 아침식사는 쇠고기 야채죽. 원불교 신도들이 가져왔다. 아들의 학생증을 목에 건 한 어머니는 익숙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숟가락을 떴다. 그는 “밥을 지어본 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아 가끔 집에 가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취재 중인 기자에게 “많이 먹어라”며 자신의 죽을 몇 숟가락이나 덜어줬다.
식사를 마친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민센터보다 한 달 이상 먼저 시작된 광화문광장 농성은 어느덧 14일로 2개월을 맞았다. 한 유가족은 “벌써 두 달이나 지났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그냥 날씨만 바뀐 것 같다”며 “언제까지 더 있을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 ‘위로 격려’ 사라지고 ‘막말 조롱’만
비슷한 시간 광화문광장 건너편 천막도 바빠졌다.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농성장이다. 이날로 13일째다. 이곳의 아침식사 메뉴는 전복죽. ‘성호’라는 법명으로 한때 금당사 주지를 지낸 정한영 씨(56)는 도로 건너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바라보며 “오늘 (그들에 반대하는) 행사가 많아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작은 평온했지만 오후가 되자 광화문광장 일대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후 3시경 농성장 건너 횡단보도 중앙에 ‘세월호 특별법 웬말이냐?’는 현수막 1개가 내걸렸다. 거의 동시에 농성장 뒤편 세종대왕상 근처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회원 등 50여 명이 초콜릿바 4000개를 바닥에 뿌렸다. 이른바 ‘자유시간 배포 퍼포먼스’였다.
‘폭식 투쟁’도 재현됐다. 이번에는 피자와 햄버거뿐 아니라 치킨과 보리음료를 마시는 ‘치맥 파티’까지 등장했다. 오후 8시까지 이어진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위태로운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은 진실을 감추고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법”이라며 “종북세력이 세월호를 이용해 경제를 파탄내고 대한민국을 침몰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노래를 틀고 “MC 무현이 지옥에서 돌아왔다”는 과격한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행사가 이어지는 내내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들은 구호를 외치는 자유대학생연합 회원들의 사진을 찍으며 ‘개××’ 같은 욕설을 퍼부었다.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광장에 초콜릿바를 뿌리는 과정에서도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행히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큰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양 측의 집회는 팽팽한 기 싸움 끝에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일단락됐다. 이런 분위기는 14일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 한쪽도 끝이 보이지 않는 ‘극한 대결’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었다.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시형 씨(41)는 “집회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이렇게까지 하면서 서로를 비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중국인 관광객 리신칭 씨(28·여)도 “(세월호 참사를) 잘 모르지만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데도 아무런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갈등 조정 손놓고 부채질하는 사람들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이 벌써 두 달이 됐지만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는 배경에는 일부 인사들의 막말 탓이 크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막말이 공개된 뒤 배우 이산 씨는 “‘유민이 아빠라는 자’야!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26일 트위터에 “박 대통령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리”라며 “어머니의 마음은 직접 자식을 낳고 키워봐야만 알 수 있다”라는 글을 써 논란을 부추겼다.
박근혜 대통령 여동생 박근령 씨의 남편 신동욱 씨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장훈은 ‘실험단식(소금과 물만 먹는 단식이라고 설명)’에 참가해 ‘치킨단식’의 불명예를 씻고 국민가수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단식의 신성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동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올렸다. 가수 김 씨가 1차 단식 이후 치킨을 먹은 걸 비꼰 내용이다. 김 씨는 이에 자신의 트위터에 “난 반칙한 것이 없다”며 반발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현재의 갈등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가족 정혜숙 씨(46)는 “유가족에게 막말하는 사람들도 싫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국회가 더 밉다”고 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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