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 대통령 “IS 죽음의 네트워크 해체시키겠다”
등록 2014.09.25.유엔연설서 “지금 전장 떠나라” 경고… 국제공조 외쳤지만 英-佛은 주저
“IS 약화가 아사드 정권에 득될라”… 공습도운 중동國은 ‘적의 적’ 딜레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 공습에 대해 “죽음의 네트워크를 해체하는 연합세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국에는 폭력적 이슬람 극단주의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IS 합류자들은 전장에서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고 경고했다.
앞서 22일 전격 이뤄진 IS 공격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오랜만에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유약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도 벗었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꿔놓았다. 미 국방부는 24일에도 시리아 동부의 이라크 접경지역과 이라크의 바그다드, 아르빌 등을 5차례 공습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동부는 IS가 이라크에서 노획한 무기를 들여가는 요충지다. BBC는 이날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도시인 아인알아랍 인근에서도 추가 공습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다. 영국 등 맹방들이 시리아 공습을 주저하고 러시아는 공개 비난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 균열 드러낸 강대국 국제정치
시리아 공습 직후 유엔총회로 향한 오바마 대통령은 각국 대표단을 향해 ‘국제공조’를 외쳤다. 지구촌 분쟁을 동맹국 및 협력국과의 공조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원칙은 올해 5월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제한적 개입주의’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습에 중동 5개 국가가 참여한 것은 외교적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했던 아랍 국가들은 대체로 공습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중동 맹주인 이집트마저 IS 격퇴 작전에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다만 전통 우방국인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아직도 공습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공습이 시리아 정부의 승인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없이 이뤄졌다”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이 공습 지지 태도를 밝힌 것은 미국의 위안이 되고 있다.
○ 중동 내 ‘적과의 동침’ 딜레마
공습에 참여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바레인 카타르 등 수니파 5개국은 ‘적의 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IS의 약화 또는 붕괴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회생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이란-시리아-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로 이어지는 중동의 시아파 세력 연대가 더욱 강력해지는 것을 뜻한다.
아직 핵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지 않은 시아파의 맹주 이란과 공조해야 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란은 IS 퇴치를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지상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로 꼽힌다. 미국은 ‘핵 문제와 IS 공조는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란은 미국이 핵 협상에서 융통성을 보여준다면 IS 격퇴 전략에 협력할 수 있다고 손을 내민다.
한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4일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IS 격퇴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간 정상회담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 돌고 돌아 ‘전쟁 대통령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은 의도와 무관하게 ‘전쟁을 수행한 대통령’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IS 격퇴가 장기전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 상황에 따라선 2017년 1월 퇴임 때까지 IS와 전쟁을 치를 수도 있다. 이는 2008년 대선 레이스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비난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정체성과 충돌한다. 그는 시리아 공습 다음 날인 23일 기자로부터 ‘이번 공습으로 전쟁 대통령(war president)으로 인식되게 생겼는데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자 “고맙다”라고만 답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美, 시리아內 IS공습]
유엔연설서 “지금 전장 떠나라” 경고… 국제공조 외쳤지만 英-佛은 주저
“IS 약화가 아사드 정권에 득될라”… 공습도운 중동國은 ‘적의 적’ 딜레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 공습에 대해 “죽음의 네트워크를 해체하는 연합세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국에는 폭력적 이슬람 극단주의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IS 합류자들은 전장에서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고 경고했다.
앞서 22일 전격 이뤄진 IS 공격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오랜만에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유약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도 벗었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꿔놓았다. 미 국방부는 24일에도 시리아 동부의 이라크 접경지역과 이라크의 바그다드, 아르빌 등을 5차례 공습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동부는 IS가 이라크에서 노획한 무기를 들여가는 요충지다. BBC는 이날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도시인 아인알아랍 인근에서도 추가 공습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다. 영국 등 맹방들이 시리아 공습을 주저하고 러시아는 공개 비난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 균열 드러낸 강대국 국제정치
시리아 공습 직후 유엔총회로 향한 오바마 대통령은 각국 대표단을 향해 ‘국제공조’를 외쳤다. 지구촌 분쟁을 동맹국 및 협력국과의 공조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원칙은 올해 5월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제한적 개입주의’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습에 중동 5개 국가가 참여한 것은 외교적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했던 아랍 국가들은 대체로 공습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중동 맹주인 이집트마저 IS 격퇴 작전에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다만 전통 우방국인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아직도 공습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공습이 시리아 정부의 승인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없이 이뤄졌다”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이 공습 지지 태도를 밝힌 것은 미국의 위안이 되고 있다.
○ 중동 내 ‘적과의 동침’ 딜레마
공습에 참여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바레인 카타르 등 수니파 5개국은 ‘적의 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IS의 약화 또는 붕괴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회생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이란-시리아-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로 이어지는 중동의 시아파 세력 연대가 더욱 강력해지는 것을 뜻한다.
아직 핵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지 않은 시아파의 맹주 이란과 공조해야 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란은 IS 퇴치를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지상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로 꼽힌다. 미국은 ‘핵 문제와 IS 공조는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란은 미국이 핵 협상에서 융통성을 보여준다면 IS 격퇴 전략에 협력할 수 있다고 손을 내민다.
한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4일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IS 격퇴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간 정상회담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 돌고 돌아 ‘전쟁 대통령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은 의도와 무관하게 ‘전쟁을 수행한 대통령’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IS 격퇴가 장기전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 상황에 따라선 2017년 1월 퇴임 때까지 IS와 전쟁을 치를 수도 있다. 이는 2008년 대선 레이스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비난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정체성과 충돌한다. 그는 시리아 공습 다음 날인 23일 기자로부터 ‘이번 공습으로 전쟁 대통령(war president)으로 인식되게 생겼는데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자 “고맙다”라고만 답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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