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나타난 김정남
등록 2014.09.30.김정남은 최근 북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진짜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국가 운영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을 하다 “잘 모르고, 할 말이 없다”면서도 “언제 어떻게 인터뷰하겠다는 약속은 못 하지만 생각을 정리해서 마음이 내키면 (기자의 명함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생각이 있지만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라는 표정과 말투였다.
▼ 김정남 “내 건강상태? 아직 쓸만해 보이지 않나” 농담도 ▼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하던 김정남은 장성택 이야기를 꺼내자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장 부위원장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돌리면서 푹 숙였다. 또 표정도 굳어지며 걸음이 빨라졌다. 아랫입술도 살짝 깨물었다. 그러고는 단호한 목소리로 “정말 할 말 없다. 이제 그만하시라”고 했다.
검은색 얇은 점퍼와 회색 티셔츠, 청바지를 입고 있었던 김정남은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 건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지금 보시는 대로다. 보니까 어떤가? 아직 쓸 만해 보이지 않느냐”고 살짝 웃으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과 가족에 대한 질문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주로 싱가포르와 마카오 쪽에 있느냐’와 ‘거주지에 큰 변화(망명 등)를 줄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김정남은 “개인 프라이버시라 절대 말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동행한 여성에 대해서도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하여튼 같이 온 사람이다. 그리고 이건 프라이버시니 더 묻지 말라”고 말을 끊었다. 촬영을 해도 되는지 묻자 “절대 안 된다”며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정남과 동행했던 여성은 빨간색 긴팔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얀 피부에 코가 오뚝한 얼굴이었다. 북한 또는 남한 여성으로 추정됐다. 160cm 중후반 정도의 키에 검은색 긴 생머리였다. 이 여성은 기자가 김정남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자 시선을 피하며 굳은 표정으로 먼저 식당으로 이동했다.
김정남의 이번 파리 방문에 대해선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지만 그동안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목격됐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2007년 11월과 2008년 10월 파리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일부 외신에 공개된 게 전부다. 그는 2007년에는 치과 치료를 위해, 2008년에는 당시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을 치료할 의사를 찾기 위해 파리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의 이번 프랑스 방문은 현재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르아브르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 한솔 군(19)과 만나기 위한 게 아니었겠느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파리정치대학은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그랑제콜 중 하나다. 한솔 군은 지난해 9월 시앙스포에 입학해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을 배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인 지난해 5월 보스니아 국제학교인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를 졸업했다.
김정남의 이번 파리 방문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머물고 있는 호텔이 주로 출장이나 관광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묵는 곳이어서 자신의 모습이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리에 오래 머물 계획이었다면 아파트같이 좀 더 사생활이 보호될 수 있는 시설을 빌렸을 가능성이 높다.
파리의 한 교민은 “관광객과 출장자들로 붐비는 샹젤리제 거리 근처 유명 호텔에 장기간 머물면서 신변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김정남이) 그리 오랜 기간 머물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파리=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전승훈 특파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으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이복형인 김정남(43·사진)이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 나타났다. 그는 29일(현지 시간) 오전 8시 반 파리 샹젤리제 거리 근처 르메르디앙 에투아 호텔 로비에서 이 여성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러 가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김정남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던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숙청된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 1월과 5월 각각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입국했다는 게 가장 최근에 알려진 김정남의 근황이다.
김정남은 최근 북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진짜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국가 운영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을 하다 “잘 모르고, 할 말이 없다”면서도 “언제 어떻게 인터뷰하겠다는 약속은 못 하지만 생각을 정리해서 마음이 내키면 (기자의 명함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생각이 있지만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라는 표정과 말투였다.
▼ 김정남 “내 건강상태? 아직 쓸만해 보이지 않나” 농담도 ▼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하던 김정남은 장성택 이야기를 꺼내자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장 부위원장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돌리면서 푹 숙였다. 또 표정도 굳어지며 걸음이 빨라졌다. 아랫입술도 살짝 깨물었다. 그러고는 단호한 목소리로 “정말 할 말 없다. 이제 그만하시라”고 했다.
검은색 얇은 점퍼와 회색 티셔츠, 청바지를 입고 있었던 김정남은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 건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지금 보시는 대로다. 보니까 어떤가? 아직 쓸 만해 보이지 않느냐”고 살짝 웃으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과 가족에 대한 질문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주로 싱가포르와 마카오 쪽에 있느냐’와 ‘거주지에 큰 변화(망명 등)를 줄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김정남은 “개인 프라이버시라 절대 말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동행한 여성에 대해서도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하여튼 같이 온 사람이다. 그리고 이건 프라이버시니 더 묻지 말라”고 말을 끊었다. 촬영을 해도 되는지 묻자 “절대 안 된다”며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정남과 동행했던 여성은 빨간색 긴팔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얀 피부에 코가 오뚝한 얼굴이었다. 북한 또는 남한 여성으로 추정됐다. 160cm 중후반 정도의 키에 검은색 긴 생머리였다. 이 여성은 기자가 김정남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자 시선을 피하며 굳은 표정으로 먼저 식당으로 이동했다.
김정남의 이번 파리 방문에 대해선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지만 그동안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목격됐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2007년 11월과 2008년 10월 파리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일부 외신에 공개된 게 전부다. 그는 2007년에는 치과 치료를 위해, 2008년에는 당시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을 치료할 의사를 찾기 위해 파리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의 이번 프랑스 방문은 현재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르아브르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 한솔 군(19)과 만나기 위한 게 아니었겠느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파리정치대학은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그랑제콜 중 하나다. 한솔 군은 지난해 9월 시앙스포에 입학해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을 배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인 지난해 5월 보스니아 국제학교인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를 졸업했다.
김정남의 이번 파리 방문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머물고 있는 호텔이 주로 출장이나 관광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묵는 곳이어서 자신의 모습이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리에 오래 머물 계획이었다면 아파트같이 좀 더 사생활이 보호될 수 있는 시설을 빌렸을 가능성이 높다.
파리의 한 교민은 “관광객과 출장자들로 붐비는 샹젤리제 거리 근처 유명 호텔에 장기간 머물면서 신변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김정남이) 그리 오랜 기간 머물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파리=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전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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