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의정부 아파트 화재…대피소의 이재민들
등록 2015.01.12.“요리도 배우고 신부 수업 받는다며 즐거워하던 사람이에요. 이달 말에 웨딩 촬영 하기로 했는데…”
결혼을 두 달여 앞둔 11일 화마(火魔)에 아리따운 예비신부 윤효정 씨(29)를 잃은 김모 씨(31)는 의정부백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애써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전날 밤 영상통화로 봤던 윤 씨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김 씨는 “직장이 지방이라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는 게 고작이었지만 서로 의지하며 2년 넘게 만났다”며 “결혼 날짜를 3월 21일로 잡아놓고 다음 달이면 집도 옮길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10일 화재로 화상을 입은 윤 씨는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버지 윤원진 씨(56)는 “지난해 내가 쓰러졌을 때 딸아이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병원에서 나를 간호했다”며 “사고 전날 집에 와서 요리를 배우고 갔는데 그날 재우고 보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6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택시 운전을 하던 안현순 씨(68·여)도 이번 화재로 희생됐다. 안 씨는 사고 당일 새벽까지 일을 하고 집에서 잠을 자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 때부터 안 씨를 알고 지내던 한 지인은 “맨발로 도망치다 실패했는지 병원에 왔을 때 발바닥이 새까맣게 재로 얼룩져 있었다. 이달 말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은 모두 296명. 대부분이 원룸과 투룸에 혼자 사는 20, 30대 직장인과 대학생이다. 화재 현장 인근 경의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는 40여 명이 대피해 있다. 나머지 주민들은 찜질방이나 친척집 등을 전전하고 있다.
대피소에서 만난 김모 씨(32)는 “충남 천안에 일자리를 잡아 이사하기 위해 짐을 옮기던 중이었다”며 “1층에서 불길이 치솟고 차량이 ‘펑펑’ 소리를 내며 폭발해 어쩔 수 없이 모든 걸 내려놓고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의정부=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사고 전날 요리 배워가” 아버지 오열… 새벽까지 운전 女택시기사도 숨져
“요리도 배우고 신부 수업 받는다며 즐거워하던 사람이에요. 이달 말에 웨딩 촬영 하기로 했는데…”
결혼을 두 달여 앞둔 11일 화마(火魔)에 아리따운 예비신부 윤효정 씨(29)를 잃은 김모 씨(31)는 의정부백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애써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전날 밤 영상통화로 봤던 윤 씨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김 씨는 “직장이 지방이라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는 게 고작이었지만 서로 의지하며 2년 넘게 만났다”며 “결혼 날짜를 3월 21일로 잡아놓고 다음 달이면 집도 옮길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10일 화재로 화상을 입은 윤 씨는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버지 윤원진 씨(56)는 “지난해 내가 쓰러졌을 때 딸아이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병원에서 나를 간호했다”며 “사고 전날 집에 와서 요리를 배우고 갔는데 그날 재우고 보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6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택시 운전을 하던 안현순 씨(68·여)도 이번 화재로 희생됐다. 안 씨는 사고 당일 새벽까지 일을 하고 집에서 잠을 자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 때부터 안 씨를 알고 지내던 한 지인은 “맨발로 도망치다 실패했는지 병원에 왔을 때 발바닥이 새까맣게 재로 얼룩져 있었다. 이달 말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은 모두 296명. 대부분이 원룸과 투룸에 혼자 사는 20, 30대 직장인과 대학생이다. 화재 현장 인근 경의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는 40여 명이 대피해 있다. 나머지 주민들은 찜질방이나 친척집 등을 전전하고 있다.
대피소에서 만난 김모 씨(32)는 “충남 천안에 일자리를 잡아 이사하기 위해 짐을 옮기던 중이었다”며 “1층에서 불길이 치솟고 차량이 ‘펑펑’ 소리를 내며 폭발해 어쩔 수 없이 모든 걸 내려놓고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의정부=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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