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안 밤샘 순찰… 탈북루트 막혀
등록 2015.02.03.마을 길목부터 삼엄한 3중검문 “탈북 잦은 겨울이라 더 예민”
떠난 주민들 상당수 안돌아와… 사건뒤 北지휘관 줄줄이 처벌說
북한군 탈영병이 중국 조선족 4명을 살해한 사건(지난해 12월 27일)이 일어난 지 한 달여가 지난 1일 사건 현장인 지린(吉林) 성 허룽(和龍) 시 난핑(南坪) 촌으로 가는 길.
허룽 시내를 벗어나 10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이 친 바리케이드가 보이더니 난핑 촌 근방에서 두 차례 더 검문이 이어졌다. 중국 행인들은 “탈영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공안의 검문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국도를 빠져나와 마을 진입로로 들어서자 농가 굴뚝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농가 20여 가구 대부분은 아궁이에 불을 때는 재래식 난방으로 한겨울을 지낸다고 한다. 이날은 영하 17도의 추운 날씨였는데도 연기 나는 굴뚝이 3가구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조선족 살해 사건 이후 주민 상당수가 피신했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건 직후 군과 경찰이 진을 치고 난핑 촌 주민들을 불러 사건 경위를 조사하던 마을 입구의 양로원에는 군경과 순찰차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겉보기엔 조용했지만 밑바닥 민심은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사건 희생자 유족을 잘 알고 있는 소식통들은 “유족이 장례비는 물론이고 시신 부검 비용까지 냈다”며 “중국 정부가 ‘북한에 배상을 요구했으니 (배상금 지급은) 기다려 보자’고 유족에게 알렸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양로원 주변을 지나던 한 주민은 “중국이 주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북한에 강하게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책임 추궁에) 북한이 이 사건 탈영병이 소속된 청진 주둔 27여단장과 무산군 대대장을 비롯해 국경 수비부대의 지휘관을 줄줄이 처벌하거나 제대시켰다는 소문을 들었다”고도 했다. 앞서 NK데일리 등 북한 전문 매체들은 지난달 “이 사건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이 일자 북한이 국경 경비의 책임을 물어 경비총국장(상장)까지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난핑 촌 마을 주민들은 “북한 탈영병 사건 때문에 북-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달 전과는 달리 집집마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해 길에서 만난 주민에게 물어보니 “우리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에 너도나도 개 한두 마리씩 보초를 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탈북자들을 호의적으로 대해줬지만 지금은 공포에 떨며 넌더리를 낸다”며 분노와 공포가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건으로 숨진 허모 씨 집에도 들러보았으나 대문이 꼭 닫힌 채 집은 비어 있었다. 허 씨는 이 집 마당에서, 그의 부인은 부엌에서 북한군 병사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허 씨 집 대문 옆 전봇대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자 민가에 빨간색 변방 부대 깃발이 보였다. 살해범인 북한 탈영병이 이 마을에 들어와 처음 들렀던 차모 씨의 집이었다. 당시 병사에게 100위안(약 1만7000원)을 빼앗겼던 차 씨는 사건 이후 집을 떠났으며 지금도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 집 밖에 오토바이 2대와 군용차 1대가 서 있어 한 주민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아예 중국 군인들이 머물고 있다”고 대답했다. 난핑 촌 촌장 집에도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듯 삼색 경광등이 달려 있었다. 주민들은 “경광등은 밤에도 항상 번쩍인다”며 “오랜 터전이라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을 뿐이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난핑 촌에서 옌지(延吉)로 돌아가는 길에 두만강 건너 북한 칠성리 산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경찰이 난핑 촌 인근에서 나오는 승용차에 대해서는 자가용이나 영업용 택시를 가리지 않고 모든 탑승객의 신분증을 보며 검문을 벌였기 때문이다. 옌지에서 만난 한 소식통은 “두만강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철은 어느 때보다 탈북자가 많이 넘어오는 시기라서 중국 군경의 눈초리가 사나운데, 북한 탈영병 사건까지 터져 극도로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허룽=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北탈영병 中주민 살인사건 한달… 허룽 난핑촌 다시 가보니
마을 길목부터 삼엄한 3중검문 “탈북 잦은 겨울이라 더 예민”
떠난 주민들 상당수 안돌아와… 사건뒤 北지휘관 줄줄이 처벌說
북한군 탈영병이 중국 조선족 4명을 살해한 사건(지난해 12월 27일)이 일어난 지 한 달여가 지난 1일 사건 현장인 지린(吉林) 성 허룽(和龍) 시 난핑(南坪) 촌으로 가는 길.
허룽 시내를 벗어나 10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이 친 바리케이드가 보이더니 난핑 촌 근방에서 두 차례 더 검문이 이어졌다. 중국 행인들은 “탈영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공안의 검문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국도를 빠져나와 마을 진입로로 들어서자 농가 굴뚝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농가 20여 가구 대부분은 아궁이에 불을 때는 재래식 난방으로 한겨울을 지낸다고 한다. 이날은 영하 17도의 추운 날씨였는데도 연기 나는 굴뚝이 3가구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조선족 살해 사건 이후 주민 상당수가 피신했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건 직후 군과 경찰이 진을 치고 난핑 촌 주민들을 불러 사건 경위를 조사하던 마을 입구의 양로원에는 군경과 순찰차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겉보기엔 조용했지만 밑바닥 민심은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사건 희생자 유족을 잘 알고 있는 소식통들은 “유족이 장례비는 물론이고 시신 부검 비용까지 냈다”며 “중국 정부가 ‘북한에 배상을 요구했으니 (배상금 지급은) 기다려 보자’고 유족에게 알렸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양로원 주변을 지나던 한 주민은 “중국이 주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북한에 강하게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책임 추궁에) 북한이 이 사건 탈영병이 소속된 청진 주둔 27여단장과 무산군 대대장을 비롯해 국경 수비부대의 지휘관을 줄줄이 처벌하거나 제대시켰다는 소문을 들었다”고도 했다. 앞서 NK데일리 등 북한 전문 매체들은 지난달 “이 사건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이 일자 북한이 국경 경비의 책임을 물어 경비총국장(상장)까지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난핑 촌 마을 주민들은 “북한 탈영병 사건 때문에 북-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달 전과는 달리 집집마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해 길에서 만난 주민에게 물어보니 “우리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에 너도나도 개 한두 마리씩 보초를 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탈북자들을 호의적으로 대해줬지만 지금은 공포에 떨며 넌더리를 낸다”며 분노와 공포가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건으로 숨진 허모 씨 집에도 들러보았으나 대문이 꼭 닫힌 채 집은 비어 있었다. 허 씨는 이 집 마당에서, 그의 부인은 부엌에서 북한군 병사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허 씨 집 대문 옆 전봇대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자 민가에 빨간색 변방 부대 깃발이 보였다. 살해범인 북한 탈영병이 이 마을에 들어와 처음 들렀던 차모 씨의 집이었다. 당시 병사에게 100위안(약 1만7000원)을 빼앗겼던 차 씨는 사건 이후 집을 떠났으며 지금도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 집 밖에 오토바이 2대와 군용차 1대가 서 있어 한 주민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아예 중국 군인들이 머물고 있다”고 대답했다. 난핑 촌 촌장 집에도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듯 삼색 경광등이 달려 있었다. 주민들은 “경광등은 밤에도 항상 번쩍인다”며 “오랜 터전이라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을 뿐이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난핑 촌에서 옌지(延吉)로 돌아가는 길에 두만강 건너 북한 칠성리 산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경찰이 난핑 촌 인근에서 나오는 승용차에 대해서는 자가용이나 영업용 택시를 가리지 않고 모든 탑승객의 신분증을 보며 검문을 벌였기 때문이다. 옌지에서 만난 한 소식통은 “두만강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철은 어느 때보다 탈북자가 많이 넘어오는 시기라서 중국 군경의 눈초리가 사나운데, 북한 탈영병 사건까지 터져 극도로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허룽=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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