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前대선후보 롬니, 前챔프 홀리필드와 대결… ‘장애인 위해 링에 오르다’
등록 2015.05.18.“우린 벨트 위로만 주먹 날렸는데 정치에서 그런 규칙 잘 안지켜져”
누리꾼 “세기의 대결보다 낫다”
15일 오후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철도센터 내 특설 링.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68)가 붉은색 가운과 반바지 차림으로 권투 글러브를 휘두르며 등장했다. 이내 가운을 벗어던지고 웃통을 드러내며 연신 주먹을 뻗었다. 전 세계복싱협회(WBA) 헤비급 챔피언인 흑인 복싱 스타 에반더 홀리필드(53)와 시각장애인 돕기 자선 복싱 경기에 나서기 위한 것이다.
팝송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난 살아남을 거야)’를 배경 음악으로 호기롭게 등장한 롬니 전 주지사는 1회가 시작되자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탄탄한 몸매와 빠른 발놀림을 선보여 객석을 열광시켰다. 종종 잽을 던졌고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맞선 홀리필드는 가벼운 주먹에 주저앉는 ‘할리우드 액션’을 선보이는 등 여유를 보였다. 팽팽할 것 같았던 경기는 2회로 들어서자 롬니 전 주지사의 발걸음이 급격히 무거워졌고 일일 트레이너로 등장한 아내 앤 롬니 여사가 기권을 뜻하는 흰 수건을 던지면서 싱겁게 끝났다.
경기 후 롬니 전 주지사는 “홀리필드가 내 벨트 위로만 주먹을 날렸다는 게 다행이다. 정치에서는 (그런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이날 경기로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 원)를 모금했다. 모금액은 전액 개발도상국 시각장애인 수술을 후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일흔을 앞둔 전직 대선 후보의 이례적인 이벤트에 미국 여론은 박수로 화답했다. 민주, 공화당의 날카로운 대립으로 종종 정상 기능을 상실하는 워싱턴 정치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얼마 전 세기의 대결로 기대를 모았다가 졸전으로 끝난 ‘파키아오 대 메이웨더’ 경기보다 더 좋았다” “오랜만에 정치인에게 감동받았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롬니, 前챔프 홀리필드와 대결
“우린 벨트 위로만 주먹 날렸는데 정치에서 그런 규칙 잘 안지켜져”
누리꾼 “세기의 대결보다 낫다”
15일 오후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철도센터 내 특설 링.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68)가 붉은색 가운과 반바지 차림으로 권투 글러브를 휘두르며 등장했다. 이내 가운을 벗어던지고 웃통을 드러내며 연신 주먹을 뻗었다. 전 세계복싱협회(WBA) 헤비급 챔피언인 흑인 복싱 스타 에반더 홀리필드(53)와 시각장애인 돕기 자선 복싱 경기에 나서기 위한 것이다.
팝송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난 살아남을 거야)’를 배경 음악으로 호기롭게 등장한 롬니 전 주지사는 1회가 시작되자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탄탄한 몸매와 빠른 발놀림을 선보여 객석을 열광시켰다. 종종 잽을 던졌고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맞선 홀리필드는 가벼운 주먹에 주저앉는 ‘할리우드 액션’을 선보이는 등 여유를 보였다. 팽팽할 것 같았던 경기는 2회로 들어서자 롬니 전 주지사의 발걸음이 급격히 무거워졌고 일일 트레이너로 등장한 아내 앤 롬니 여사가 기권을 뜻하는 흰 수건을 던지면서 싱겁게 끝났다.
경기 후 롬니 전 주지사는 “홀리필드가 내 벨트 위로만 주먹을 날렸다는 게 다행이다. 정치에서는 (그런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이날 경기로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 원)를 모금했다. 모금액은 전액 개발도상국 시각장애인 수술을 후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일흔을 앞둔 전직 대선 후보의 이례적인 이벤트에 미국 여론은 박수로 화답했다. 민주, 공화당의 날카로운 대립으로 종종 정상 기능을 상실하는 워싱턴 정치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얼마 전 세기의 대결로 기대를 모았다가 졸전으로 끝난 ‘파키아오 대 메이웨더’ 경기보다 더 좋았다” “오랜만에 정치인에게 감동받았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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