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日 ‘안보법제 반대’ 현장… ‘침묵 깬 젊은층’
등록 2015.09.16.14일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헌정기념관 앞. 젊은이 100여 명이 야광봉을 손에 들고 삼삼오오 모였다. 오후 6시가 되자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한 여학생이 확성기 앞에 섰다. CNN 등 내외신 카메라가 일제히 여학생을 향했다.
여학생은 실즈(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 멤버인 조치대 3학년 시바타 마나(芝田万奈) 씨였다. 유튜브에 올라온 그의 연설 영상이 조회수 수만 건을 기록한 유명 인사이다.
‘쟤들이 실즈인가 봐.’
주위에 있던 중장년 시위 참가자들이 속닥거렸다. 프리타(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젊은이) 초식남(연애나 결혼에 소극적인 젊은 남성) 사토리(돈벌이나 출세에 관심이 없는 젊은이) 등 부정적 이미지로 젊은이들을 바라봤던 일본 기성세대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연신 이들의 사진을 찍었다.
일본에서는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중이다. 지난달 30일에는 12만 명, 14일에는 4만5000명이 국회 앞에 모여 ‘아베 정권 퇴진’을 외쳤다. 1960년 안보투쟁 이후 55년 만에 시위대가 국회 앞 도로를 점거한 모습에 일본인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하지만 시위 양상은 반세기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1960년대 일본의 학생 시위가 각목과 헬멧으로 대표되는 과격 조직 위주였다면 지금은 첨단기기와 대중문화를 활용하는 느슨한 연대체계에 가깝다. 변화의 한가운데에 ‘실즈’라는 조직이 있다. 안보법제 반대를 목적으로 5월에 결성된 학생모임 ‘실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고 랩으로 구호를 외친다.
14일 마이크를 잡은 시바타 씨는 시위에 처음 나온 학생들을 위해 “무리하지 말고 빠지고 싶으면 언제든 빠지라. 몸이 아프거나 법적 도움이 필요하면 스태프를 찾으라”는 친절한 주문부터 했다. 자상한 태도에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흐르던 긴장감도 조금씩 풀리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왔을까.
고교 3학년이라는 스즈키 다이키(鈴木大樹·18) 군은 “자위대에 입대한 선배가 있고 입대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이 전쟁터에 파견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불안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국민을 속이면서까지 위헌 법률을 밀어붙이는 걸 보면서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던 중 트위터에서 실즈 멤버로부터 초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30일 처음 시위에 나왔는데 그전에는 시위 비슷한 것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시위대 중에는 지방에서 온 이들도 상당수였다. 오사카(大阪)에서 신칸센을 타고 왔다는 노지마 사토코(野島聰子·28) 씨는 “안보법제에도 반대하지만 무엇보다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에 거리로 나왔다. 연금은 줄고, 일자리는 마땅치 않다. 의료와 복지 서비스도 줄고 있다. 나이 먹는 것 자체가 두렵고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하는 현실에 나 같은 젊은이들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팝아트풍의 포스터를 피켓 대신 들고 나왔다.
시위가 시작되자 이들은 원을 그리고 신나는 음악과 함께 드럼을 치며 랩을 하는 것처럼 구호를 외쳤다. “전쟁 멈춰, 헌법 지켜, 아베 총리 이제 그만!” BBC는 실즈의 활동을 두고 “일본의 젊은 세대가 침묵을 거부하고 눈을 떴다”고 평가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주부들은 유모차에 ‘누구의 아이도 죽게 하지 않겠다’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주부 지하라 마리(千原麻里·31) 씨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전쟁으로 몰고 가는 법안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시위는 경찰과 대치하며 격렬해졌다. 경찰은 시위대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자 물러나 국회의사당 앞에 차벽을 쳤다. 시위대는 승리 표시로 야광봉을 머리 위로 흔들었다. 시위는 안보법안 통과가 예정된 이번 주 내내 이어질 예정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안보법제 반대” 현장 가보니
14일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헌정기념관 앞. 젊은이 100여 명이 야광봉을 손에 들고 삼삼오오 모였다. 오후 6시가 되자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한 여학생이 확성기 앞에 섰다. CNN 등 내외신 카메라가 일제히 여학생을 향했다.
여학생은 실즈(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 멤버인 조치대 3학년 시바타 마나(芝田万奈) 씨였다. 유튜브에 올라온 그의 연설 영상이 조회수 수만 건을 기록한 유명 인사이다.
‘쟤들이 실즈인가 봐.’
주위에 있던 중장년 시위 참가자들이 속닥거렸다. 프리타(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젊은이) 초식남(연애나 결혼에 소극적인 젊은 남성) 사토리(돈벌이나 출세에 관심이 없는 젊은이) 등 부정적 이미지로 젊은이들을 바라봤던 일본 기성세대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연신 이들의 사진을 찍었다.
일본에서는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중이다. 지난달 30일에는 12만 명, 14일에는 4만5000명이 국회 앞에 모여 ‘아베 정권 퇴진’을 외쳤다. 1960년 안보투쟁 이후 55년 만에 시위대가 국회 앞 도로를 점거한 모습에 일본인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하지만 시위 양상은 반세기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1960년대 일본의 학생 시위가 각목과 헬멧으로 대표되는 과격 조직 위주였다면 지금은 첨단기기와 대중문화를 활용하는 느슨한 연대체계에 가깝다. 변화의 한가운데에 ‘실즈’라는 조직이 있다. 안보법제 반대를 목적으로 5월에 결성된 학생모임 ‘실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고 랩으로 구호를 외친다.
14일 마이크를 잡은 시바타 씨는 시위에 처음 나온 학생들을 위해 “무리하지 말고 빠지고 싶으면 언제든 빠지라. 몸이 아프거나 법적 도움이 필요하면 스태프를 찾으라”는 친절한 주문부터 했다. 자상한 태도에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흐르던 긴장감도 조금씩 풀리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왔을까.
고교 3학년이라는 스즈키 다이키(鈴木大樹·18) 군은 “자위대에 입대한 선배가 있고 입대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이 전쟁터에 파견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불안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국민을 속이면서까지 위헌 법률을 밀어붙이는 걸 보면서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던 중 트위터에서 실즈 멤버로부터 초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30일 처음 시위에 나왔는데 그전에는 시위 비슷한 것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시위대 중에는 지방에서 온 이들도 상당수였다. 오사카(大阪)에서 신칸센을 타고 왔다는 노지마 사토코(野島聰子·28) 씨는 “안보법제에도 반대하지만 무엇보다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에 거리로 나왔다. 연금은 줄고, 일자리는 마땅치 않다. 의료와 복지 서비스도 줄고 있다. 나이 먹는 것 자체가 두렵고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하는 현실에 나 같은 젊은이들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팝아트풍의 포스터를 피켓 대신 들고 나왔다.
시위가 시작되자 이들은 원을 그리고 신나는 음악과 함께 드럼을 치며 랩을 하는 것처럼 구호를 외쳤다. “전쟁 멈춰, 헌법 지켜, 아베 총리 이제 그만!” BBC는 실즈의 활동을 두고 “일본의 젊은 세대가 침묵을 거부하고 눈을 떴다”고 평가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주부들은 유모차에 ‘누구의 아이도 죽게 하지 않겠다’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주부 지하라 마리(千原麻里·31) 씨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전쟁으로 몰고 가는 법안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시위는 경찰과 대치하며 격렬해졌다. 경찰은 시위대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자 물러나 국회의사당 앞에 차벽을 쳤다. 시위대는 승리 표시로 야광봉을 머리 위로 흔들었다. 시위는 안보법안 통과가 예정된 이번 주 내내 이어질 예정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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