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파리 동시다발 테러… ‘피로 얼룩진 파리’
등록 2015.11.16.佛-獨 친선 축구경기장 밖 폭발음… 올랑드 대통령 안전지대 긴급 피신
5분뒤 도심 식당가 연쇄 테러
공연장엔 소총 무장 3명 난입… “알라는 위대하다” 외친뒤 난사
전대미문의 6곳 동시다발 테러로 문화도시 파리는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했다. 생존자들은 “도살장 같았다” “도처가 피바다였다”며 당시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3개 팀으로 나뉜 테러범들은 거의 같은 시간대에 작전을 감행했다.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테러였다.
○ 축구 경기장 세 차례 폭발
대참사의 출발점은 파리 동북쪽 외곽 생드니에 있는 축구장 ‘스타드 드 프랑스’였다. 마치 한일전처럼 프랑스인의 관심이 높은 독일과의 친선 축구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일찌감치 귀빈석에 자리를 잡았다.
전반전 시작 후 20분쯤 지난 오후 9시 20분경 경기장 밖에서 첫 번째 폭발음이 들렸다.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테러범 1명이 경기장 입구에서 이뤄진 몸수색에서 발각되자마자 자살폭탄을 감행하면서 난 폭발음이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 사실을 경호팀으로부터 긴급 보고받고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안전지대로 몸을 피했다. 3분 후쯤 경기장 밖에서 또 한 번의 폭발음이 들렸다. 또 다른 테러범 한 명이 터뜨린 것으로 파악되나 정확한 경위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고 30분 후쯤 경기장 인근 맥도널드 매장 주변에서 세 번째 폭발음이 터졌다. 이 폭발들로 행인 1명이 사망하고 테러범 3명이 자폭했다.
○ 술집 식당 연쇄 총격
경기장의 첫 번째 폭발과 거의 같은 시간. 경기장에서 남쪽으로 16km 정도 떨어진 자동차로 20분 거리의 파리 도심 10구(區)와 11구에서는 연쇄 총격 소리가 이어졌다. 시작은 10구 알리베르 가의 술집 ‘카리용’ 바였다. 오후 9시 25분쯤 차에서 내린 남성 두 명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평범한 복장을 하고 식당으로 걸어갔다. 누가 봐도 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은 식당 앞에서 AK-47 소총을 꺼내 들고 난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술집 맞은편 캄보디아 식당 ‘프티 캉보주’에서도 총격이 울렸다. 두 곳에서 민간인 15명이 사망했다. 여기서 식사를 하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아가트 모로 씨(24)는 “175cm가량의 건장한 남성 두 명이 AK-47 소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얼굴은 북아프리카 타입이었지만 수염도 기르지 않았고 옷차림도 정숙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다시 총성이 울린 곳은 ‘프티 캉보주’에서 2.4km 떨어진, 자동차로 7분 거리의 11구 샤론 가에 있는 술집 ‘벨 에키프’ 바였다. 테러범들이 식당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에게 난사해 19명이 숨졌다. 동시에 여기서 좀 떨어진 퐁텐 오 루아 가의 피자집 ‘카사 노스트라’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손님들도 총격을 받아 5명이 사망했다. 용의자 1명은 11구 볼테르 가의 식당 ‘콩투아르 볼테르’에서 자폭했다.
○ “15초 마다 한명씩 죽였다”
오후 9시 40분쯤 울린 마지막 총성은 가장 처참하고 잔혹한 테러가 일어난 11구 볼테르 가에 있는 공연장 ‘바타클랑’이었다. 1월 테러가 발생했던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부터 500m가량 떨어진 이곳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EODM)’ 공연으로 좌석 1500석이 꽉 차 있었다. 공연 45분을 넘기면서 무대가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를 즈음 검은 옷을 입은 테러범 3명이 무대를 덮쳤다. 이들은 허공에 대고 총을 쏘아대며 프랑스어로 “너희 대통령 올랑드의 잘못이다. 프랑스는 시리아에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소리를 질렀다. “신(알라)은 위대하다. 시리아를 위해”라는 아랍말도 터져 나왔다. 테러범들은 초반에는 관객들을 모아놓고 위협만 하다 두 시간가량 지난 뒤부터 학살극을 벌였는데 이는 축구장 테러가 실패하는 등 여타 테러 장소에서 기대한 만큼 사상자가 나오지 않자 단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테러범들은 14일 0시 30분부터 10∼15분 동안 인질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시작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인질들은 “테러범들이 ‘움직이면 쏜다’고 했다. 실제로 휴대전화가 울리거나 움직임이 포착된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종교와 국적을 물은 뒤 15초마다 한 명꼴로 인간 사냥을 하듯 죽였다”고 증언했다. 겁에 질린 일부 관객들은 피바다가 된 객석에 엎드려 죽은 척을 하거나 스피커 뒤에 숨기도 했다.
칠레 국적인 다비드 괴팅거 씨(23)는 “테러범이 총을 겨누고 프랑스 사람인지를 물어봤다”며 “내가 ‘아니다’고 했더니 살려줬다”고 말했다.
프랑스 경찰이 진입한 것은 테러범들의 총기 난사 직후인 0시 45분쯤. 사망자는 89명에 달했다. 용의자 2명은 자폭했고 1명은 사살됐다.
정미경 mickey@donga.com ·이유종 기자
[IS, 파리 동시다발 테러]‘13일의 금요일’ 피로 얼룩진 파리
佛-獨 친선 축구경기장 밖 폭발음… 올랑드 대통령 안전지대 긴급 피신
5분뒤 도심 식당가 연쇄 테러
공연장엔 소총 무장 3명 난입… “알라는 위대하다” 외친뒤 난사
전대미문의 6곳 동시다발 테러로 문화도시 파리는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했다. 생존자들은 “도살장 같았다” “도처가 피바다였다”며 당시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3개 팀으로 나뉜 테러범들은 거의 같은 시간대에 작전을 감행했다.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테러였다.
○ 축구 경기장 세 차례 폭발
대참사의 출발점은 파리 동북쪽 외곽 생드니에 있는 축구장 ‘스타드 드 프랑스’였다. 마치 한일전처럼 프랑스인의 관심이 높은 독일과의 친선 축구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일찌감치 귀빈석에 자리를 잡았다.
전반전 시작 후 20분쯤 지난 오후 9시 20분경 경기장 밖에서 첫 번째 폭발음이 들렸다.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테러범 1명이 경기장 입구에서 이뤄진 몸수색에서 발각되자마자 자살폭탄을 감행하면서 난 폭발음이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 사실을 경호팀으로부터 긴급 보고받고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안전지대로 몸을 피했다. 3분 후쯤 경기장 밖에서 또 한 번의 폭발음이 들렸다. 또 다른 테러범 한 명이 터뜨린 것으로 파악되나 정확한 경위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고 30분 후쯤 경기장 인근 맥도널드 매장 주변에서 세 번째 폭발음이 터졌다. 이 폭발들로 행인 1명이 사망하고 테러범 3명이 자폭했다.
○ 술집 식당 연쇄 총격
경기장의 첫 번째 폭발과 거의 같은 시간. 경기장에서 남쪽으로 16km 정도 떨어진 자동차로 20분 거리의 파리 도심 10구(區)와 11구에서는 연쇄 총격 소리가 이어졌다. 시작은 10구 알리베르 가의 술집 ‘카리용’ 바였다. 오후 9시 25분쯤 차에서 내린 남성 두 명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평범한 복장을 하고 식당으로 걸어갔다. 누가 봐도 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은 식당 앞에서 AK-47 소총을 꺼내 들고 난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술집 맞은편 캄보디아 식당 ‘프티 캉보주’에서도 총격이 울렸다. 두 곳에서 민간인 15명이 사망했다. 여기서 식사를 하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아가트 모로 씨(24)는 “175cm가량의 건장한 남성 두 명이 AK-47 소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얼굴은 북아프리카 타입이었지만 수염도 기르지 않았고 옷차림도 정숙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다시 총성이 울린 곳은 ‘프티 캉보주’에서 2.4km 떨어진, 자동차로 7분 거리의 11구 샤론 가에 있는 술집 ‘벨 에키프’ 바였다. 테러범들이 식당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에게 난사해 19명이 숨졌다. 동시에 여기서 좀 떨어진 퐁텐 오 루아 가의 피자집 ‘카사 노스트라’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손님들도 총격을 받아 5명이 사망했다. 용의자 1명은 11구 볼테르 가의 식당 ‘콩투아르 볼테르’에서 자폭했다.
○ “15초 마다 한명씩 죽였다”
오후 9시 40분쯤 울린 마지막 총성은 가장 처참하고 잔혹한 테러가 일어난 11구 볼테르 가에 있는 공연장 ‘바타클랑’이었다. 1월 테러가 발생했던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부터 500m가량 떨어진 이곳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EODM)’ 공연으로 좌석 1500석이 꽉 차 있었다. 공연 45분을 넘기면서 무대가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를 즈음 검은 옷을 입은 테러범 3명이 무대를 덮쳤다. 이들은 허공에 대고 총을 쏘아대며 프랑스어로 “너희 대통령 올랑드의 잘못이다. 프랑스는 시리아에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소리를 질렀다. “신(알라)은 위대하다. 시리아를 위해”라는 아랍말도 터져 나왔다. 테러범들은 초반에는 관객들을 모아놓고 위협만 하다 두 시간가량 지난 뒤부터 학살극을 벌였는데 이는 축구장 테러가 실패하는 등 여타 테러 장소에서 기대한 만큼 사상자가 나오지 않자 단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테러범들은 14일 0시 30분부터 10∼15분 동안 인질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시작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인질들은 “테러범들이 ‘움직이면 쏜다’고 했다. 실제로 휴대전화가 울리거나 움직임이 포착된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종교와 국적을 물은 뒤 15초마다 한 명꼴로 인간 사냥을 하듯 죽였다”고 증언했다. 겁에 질린 일부 관객들은 피바다가 된 객석에 엎드려 죽은 척을 하거나 스피커 뒤에 숨기도 했다.
칠레 국적인 다비드 괴팅거 씨(23)는 “테러범이 총을 겨누고 프랑스 사람인지를 물어봤다”며 “내가 ‘아니다’고 했더니 살려줬다”고 말했다.
프랑스 경찰이 진입한 것은 테러범들의 총기 난사 직후인 0시 45분쯤. 사망자는 89명에 달했다. 용의자 2명은 자폭했고 1명은 사살됐다.
정미경 mickey@donga.com ·이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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