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시아파 지도자 처형… ‘종파분쟁 불붙어’
등록 2016.01.04.이란 하메네이 등 시아파 격분
“사우디에 신의 복수…” 보복 천명
사우디아라비아가 2일 반(反)정부 시아파 지도자를 포함한 테러 혐의자 47명을 처형함에 따라 이란이 보복을 천명하고 사우디 정부는 이란 주재 대사를 소환하는 등 중동 내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때 사우디의 시아파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구속된 지도자 셰이크 니므르 알 니므르(56)의 사형을 집행했다. 사우디에서 시아파는 인구의 15%밖에 안 되는 소수다.
사우디와 중동 지역 헤게모니를 놓고 대립해온 ‘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격하게 반응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3일 성명을 내고 “사우디에 신의 복수가 닥칠 것”이라며 강력한 ‘보복’을 천명했다. 하메네이는 “‘순교자’ 니므르는 사람들이 무력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지도 않았고 비밀리에 공격 음모를 꾸미지도 않았다”며 “그가 한 일은 자신의 종교적 열의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에 따르면 니므르의 처형에 극도로 분노한 이란 시위 군중이 이날 일찍 수도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에 난입해 화염병을 던지고 지붕에서 규탄 전단을 뿌렸다. 이란의 제2도시 마슈하드의 사우디 총영사관 앞에선 이란 시위대가 총영사관에 돌을 던지고 사우디 국왕의 사진을 불태웠다. 시아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이라크에서도 지난해 25년 만에 개설한 사우디 대사관을 다시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시아파가 다수인 바레인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집단 헤즈볼라는 “니므르 처형은 암살이자 추악한 범죄”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AP통신은 “중동의 종파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언어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란의 반발에 항의하는 뜻에서 이날 오후 11시(현지 시간) 이란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테러 혐의자 처형에 대한 이란의 비판은 “뻔뻔한 내정간섭”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시아파와 충돌할 것이 뻔한데도 사우디가 니므르의 처형을 감행한 것은 최근 사우디를 둘러싼 ‘위기론’을 잠재우려는 결의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사우디의 사우드 왕가는 유가 급락과 예멘 내전의 장기화로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 인근 이란과 이라크 바레인 레바논 등 ‘시아파 벨트’에 미치는 정치 외교적 파장보다 정권에 도전하는 세력을 엄단하는 의지가 우선임을 대내외에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BBC는 “사우디는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시아파 세력의 확대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배경을 분석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수년째 이어진 예멘과 시리아 내전에서 서로 다른 종파를 지원해 결과적으로 내전을 부추겼다. 또 사우디는 지난해 서방과의 이란 핵협상 당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데 반대하기도 했다.
사우디 동부지역의 시아파 집단거주촌 태생인 니므르는 이란과 시리아 유학 후 귀국해 사우디 왕가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설교로 유명해졌다. 그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사우디 동부와 바레인에서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다.
중동의 대국인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격화하자 서방국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사우디는 종파 갈등과 긴장 완화를 위해 중동지역의 모든 공동체 지도자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사우디의 인권을 무시한 47명 집단처형에 경악한다”고 유감을 표시했고,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이란 시위대에는 자제를 촉구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선동 혐의… 테러범 등과 함께 47명 사형 파문
이란 하메네이 등 시아파 격분
“사우디에 신의 복수…” 보복 천명
사우디아라비아가 2일 반(反)정부 시아파 지도자를 포함한 테러 혐의자 47명을 처형함에 따라 이란이 보복을 천명하고 사우디 정부는 이란 주재 대사를 소환하는 등 중동 내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때 사우디의 시아파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구속된 지도자 셰이크 니므르 알 니므르(56)의 사형을 집행했다. 사우디에서 시아파는 인구의 15%밖에 안 되는 소수다.
사우디와 중동 지역 헤게모니를 놓고 대립해온 ‘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격하게 반응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3일 성명을 내고 “사우디에 신의 복수가 닥칠 것”이라며 강력한 ‘보복’을 천명했다. 하메네이는 “‘순교자’ 니므르는 사람들이 무력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지도 않았고 비밀리에 공격 음모를 꾸미지도 않았다”며 “그가 한 일은 자신의 종교적 열의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에 따르면 니므르의 처형에 극도로 분노한 이란 시위 군중이 이날 일찍 수도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에 난입해 화염병을 던지고 지붕에서 규탄 전단을 뿌렸다. 이란의 제2도시 마슈하드의 사우디 총영사관 앞에선 이란 시위대가 총영사관에 돌을 던지고 사우디 국왕의 사진을 불태웠다. 시아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이라크에서도 지난해 25년 만에 개설한 사우디 대사관을 다시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시아파가 다수인 바레인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집단 헤즈볼라는 “니므르 처형은 암살이자 추악한 범죄”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AP통신은 “중동의 종파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언어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란의 반발에 항의하는 뜻에서 이날 오후 11시(현지 시간) 이란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테러 혐의자 처형에 대한 이란의 비판은 “뻔뻔한 내정간섭”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시아파와 충돌할 것이 뻔한데도 사우디가 니므르의 처형을 감행한 것은 최근 사우디를 둘러싼 ‘위기론’을 잠재우려는 결의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사우디의 사우드 왕가는 유가 급락과 예멘 내전의 장기화로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 인근 이란과 이라크 바레인 레바논 등 ‘시아파 벨트’에 미치는 정치 외교적 파장보다 정권에 도전하는 세력을 엄단하는 의지가 우선임을 대내외에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BBC는 “사우디는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시아파 세력의 확대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배경을 분석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수년째 이어진 예멘과 시리아 내전에서 서로 다른 종파를 지원해 결과적으로 내전을 부추겼다. 또 사우디는 지난해 서방과의 이란 핵협상 당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데 반대하기도 했다.
사우디 동부지역의 시아파 집단거주촌 태생인 니므르는 이란과 시리아 유학 후 귀국해 사우디 왕가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설교로 유명해졌다. 그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사우디 동부와 바레인에서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다.
중동의 대국인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격화하자 서방국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사우디는 종파 갈등과 긴장 완화를 위해 중동지역의 모든 공동체 지도자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사우디의 인권을 무시한 47명 집단처형에 경악한다”고 유감을 표시했고,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이란 시위대에는 자제를 촉구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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