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뚫고 달리는 경주마들의 화려한 독주

등록 2016.02.29.
두 번째 코너를 7위로 돈 4번 말이 레이스의 반환점에 해당되는 800m 지점에서 가속을 내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스피드를 끌어올리며 설원을 질주한 이 말은 3코너에서 선두로 나선 뒤 600m를 독주한 끝에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함박눈을 뚫고 6세 노장 암말 ‘피노누아’가 국내 최고의 경주마 여왕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피노누아’는 28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9경주(1800m)로 열린 제20회 동아일보배 대상경주(총상금 2억5000만 원)에서 박을운 기수(41)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억4000만 원. 2014년 3위, 지난해 4위에 오르며 2년 연속 입상했던 ‘피노누아’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정상과 인연을 맺는 데 성공했다.

4세 이상 국산 암말만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피노누아’는 8필의 출전마 가운데 레이팅(경주마 능력을 1∼120으로 수치화한 지수)이 92로 가장 높았다. 풍부한 경험을 지녔지만 경주마로는 황혼에 접어든 나이 탓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게다가 이날 악천후로 시야 확보가 나쁘고 경주로가 질척거리는 악조건 속에서 ‘피노누아’는 오히려 자신의 장점인 지구력을 앞세워 예상 밖의 완승을 낚아냈다. 1분 57초 2의 기록으로 2위 ‘스마트타임’을 9마신(馬身·말의 몸길이로 1마신은 2.4m) 차로 여유 있게 제쳤다. 박천서 조교사는 “마필이 노령화 기미를 보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상 받을 일이 없을 것 같아) 정장 대신 청바지를 입었는데 기수와 말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다”며 웃었다. 이상유 경마평론가는 “박을운 기수가 ‘피노누아’의 특성을 감안해 앞으로 치고 나가는 타이밍을 일찍 잡은 작전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억6000만 원이 넘는 상금으로 서울 경주마 중 수득상금 1위에 올랐던 ‘메니머니’는 레이스 초반 자리싸움에서 밀리며 4위에 머물렀다.

과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두 번째 코너를 7위로 돈 4번 말이 레이스의 반환점에 해당되는 800m 지점에서 가속을 내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스피드를 끌어올리며 설원을 질주한 이 말은 3코너에서 선두로 나선 뒤 600m를 독주한 끝에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함박눈을 뚫고 6세 노장 암말 ‘피노누아’가 국내 최고의 경주마 여왕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피노누아’는 28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9경주(1800m)로 열린 제20회 동아일보배 대상경주(총상금 2억5000만 원)에서 박을운 기수(41)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억4000만 원. 2014년 3위, 지난해 4위에 오르며 2년 연속 입상했던 ‘피노누아’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정상과 인연을 맺는 데 성공했다.

4세 이상 국산 암말만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피노누아’는 8필의 출전마 가운데 레이팅(경주마 능력을 1∼120으로 수치화한 지수)이 92로 가장 높았다. 풍부한 경험을 지녔지만 경주마로는 황혼에 접어든 나이 탓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게다가 이날 악천후로 시야 확보가 나쁘고 경주로가 질척거리는 악조건 속에서 ‘피노누아’는 오히려 자신의 장점인 지구력을 앞세워 예상 밖의 완승을 낚아냈다. 1분 57초 2의 기록으로 2위 ‘스마트타임’을 9마신(馬身·말의 몸길이로 1마신은 2.4m) 차로 여유 있게 제쳤다. 박천서 조교사는 “마필이 노령화 기미를 보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상 받을 일이 없을 것 같아) 정장 대신 청바지를 입었는데 기수와 말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다”며 웃었다. 이상유 경마평론가는 “박을운 기수가 ‘피노누아’의 특성을 감안해 앞으로 치고 나가는 타이밍을 일찍 잡은 작전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억6000만 원이 넘는 상금으로 서울 경주마 중 수득상금 1위에 올랐던 ‘메니머니’는 레이스 초반 자리싸움에서 밀리며 4위에 머물렀다.

과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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