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뮌헨쇼핑몰 총격사건…사망 9명중 7명이 10대 청소년

등록 2016.07.25.
獨 뮌헨쇼핑몰 총격 9명 사망/동정민 특파원 현장 르포]

사망 9명중 7명이 10대 청소년

뮌헨 출생 이민2세 범인은 자살… 학교서 왕따… 우울증 치료 전력도

경찰 “길거리 나오지 말라” 경고

대중교통 올스톱… 공포의 6시간… 對테러부대 등 2800명 투입

獨 “더이상 테러 안전지대 아니다”

경찰 “이민자-난민 무관” 강조에도 ‘난민 종착역’ 국민들 불안 증폭

“범인이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른다. 길거리에 다니지 말고 집에 있어라.”

22일 독일 3대 도시로 꼽히는 뮌헨의 올림피아쇼핑센터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두 시간이 지나 경찰이 트위터에 띄운 글이다.

뮌헨은 사건이 발생한 오후 5시 50분부터 사건 종료를 선언한 밤 12시까지 6시간여 동안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한동안 범인이 잡히지 않고 공범이 2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가전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중교통은 운행이 중단됐고, 택시운전사들에게는 “손님을 태우지 말라”는 지침이 떨어졌다. 독일 정부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도움을 받아 경찰 2800명을 즉각 투입했다. 헬기와 대테러부대도 동원됐다.

24일 두 아들과 함께 참사 현장을 찾은 주부 울리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눈물부터 흘렸다. 그는 사건 현장 근처 집 안에서 총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일곱 살 아들은 나와 함께 있었지만 아홉 살 아들은 친구 집에 가고 없었다. 너무 무서웠다. 도시 곳곳에서 총기 난사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데 큰애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사건은 서머타임으로 대낮처럼 밝은 저녁 시간 대형 쇼핑센터에서 발생했다.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범인 알리 존볼리(18)는 시민들에게 9mm 글록 17 권총을 난사했다. 범인은 경찰에 쫓기다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참사 상황을 목격한 케밥 가게 주인 아하트 씨는 “갑자기 우리 가게 옆 맥도널드에서 총성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이 울면서 뛰쳐나오고 바닥에 넘어졌다. 급하게 가게 문을 닫고 뒤쪽에 숨어 있다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독일 경찰은 존볼리의 집에서 ‘왜 아이들은 살인을 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그가 노르웨이 대학살을 연구한 점에 비춰 광기를 지닌 살인범이라고 발표했다. 범행이 일어난 22일은 2011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아네르스 브레이비크가 좌파 노동당이 개최한 청소년 여름캠프에서 총기를 난사해 77명이 사망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존볼리의 부모는 이란에서 독일로 이민을 왔고, 그는 뮌헨에서 태어나 자랐다. 신문 배달을 하며 성실하게 살았지만 점점 사회 부적응자로 바뀌었다. 학교에선 왕따였고, 또래들에게 맞거나 강도를 당해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서를 찾기도 했다. 폭력적인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었고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전력도 있다.

존볼리는 한 여성의 페이스북을 해킹해 “오늘 올림피아쇼핑센터 맥도널드로 오후 4시에 와. 뭘 원하든 내가 사줄게”라는 글을 올려 10대들을 유인했다. 사망자 9명 중 7명이 20세 미만이었다.

독일 경찰은 수사 중간발표를 하면서 “이민자나 난민과 무관한 정신병자의 소행”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내무장관도 존볼리가 어떻게 불법으로 권총과 실탄 300발을 챙겼는지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반(反)난민 정서가 퍼질 것을 우려하는 정부의 고심이 엿보였다.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프라우케 페트리 대표는 트위터에 “이것이 2016년의 일상이라면 나는 더 이상 일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페트리 대표는 독일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은 경찰이 총으로 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우 인사다.

테러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독일에서 나흘 전 통근열차 도끼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직후 또다시 대형 총기 사건이 발생하자 국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뮌헨은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조사할 때마다 늘 5위 안에 들어가는 곳이어서 충격이 크다. 든든한 치안은 뮌헨 시민의 자부심이었다. 지난해 유럽 난민 위기 때 뮌헨 기차역에 하루 수천 명씩 난민열차가 들어와도 반갑게 맞을 수 있었던 건 이런 자신감 덕분이었다. 울리 씨는 “(정치적 목적의) 테러는 아니라지만 언제든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무섭다”고 했다.

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獨 뮌헨쇼핑몰 총격 9명 사망/동정민 특파원 현장 르포]

사망 9명중 7명이 10대 청소년

뮌헨 출생 이민2세 범인은 자살… 학교서 왕따… 우울증 치료 전력도

경찰 “길거리 나오지 말라” 경고

대중교통 올스톱… 공포의 6시간… 對테러부대 등 2800명 투입

獨 “더이상 테러 안전지대 아니다”

경찰 “이민자-난민 무관” 강조에도 ‘난민 종착역’ 국민들 불안 증폭

“범인이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른다. 길거리에 다니지 말고 집에 있어라.”

22일 독일 3대 도시로 꼽히는 뮌헨의 올림피아쇼핑센터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두 시간이 지나 경찰이 트위터에 띄운 글이다.

뮌헨은 사건이 발생한 오후 5시 50분부터 사건 종료를 선언한 밤 12시까지 6시간여 동안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한동안 범인이 잡히지 않고 공범이 2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가전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중교통은 운행이 중단됐고, 택시운전사들에게는 “손님을 태우지 말라”는 지침이 떨어졌다. 독일 정부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도움을 받아 경찰 2800명을 즉각 투입했다. 헬기와 대테러부대도 동원됐다.

24일 두 아들과 함께 참사 현장을 찾은 주부 울리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눈물부터 흘렸다. 그는 사건 현장 근처 집 안에서 총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일곱 살 아들은 나와 함께 있었지만 아홉 살 아들은 친구 집에 가고 없었다. 너무 무서웠다. 도시 곳곳에서 총기 난사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데 큰애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사건은 서머타임으로 대낮처럼 밝은 저녁 시간 대형 쇼핑센터에서 발생했다.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범인 알리 존볼리(18)는 시민들에게 9mm 글록 17 권총을 난사했다. 범인은 경찰에 쫓기다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참사 상황을 목격한 케밥 가게 주인 아하트 씨는 “갑자기 우리 가게 옆 맥도널드에서 총성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이 울면서 뛰쳐나오고 바닥에 넘어졌다. 급하게 가게 문을 닫고 뒤쪽에 숨어 있다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독일 경찰은 존볼리의 집에서 ‘왜 아이들은 살인을 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그가 노르웨이 대학살을 연구한 점에 비춰 광기를 지닌 살인범이라고 발표했다. 범행이 일어난 22일은 2011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아네르스 브레이비크가 좌파 노동당이 개최한 청소년 여름캠프에서 총기를 난사해 77명이 사망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존볼리의 부모는 이란에서 독일로 이민을 왔고, 그는 뮌헨에서 태어나 자랐다. 신문 배달을 하며 성실하게 살았지만 점점 사회 부적응자로 바뀌었다. 학교에선 왕따였고, 또래들에게 맞거나 강도를 당해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서를 찾기도 했다. 폭력적인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었고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전력도 있다.

존볼리는 한 여성의 페이스북을 해킹해 “오늘 올림피아쇼핑센터 맥도널드로 오후 4시에 와. 뭘 원하든 내가 사줄게”라는 글을 올려 10대들을 유인했다. 사망자 9명 중 7명이 20세 미만이었다.

독일 경찰은 수사 중간발표를 하면서 “이민자나 난민과 무관한 정신병자의 소행”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내무장관도 존볼리가 어떻게 불법으로 권총과 실탄 300발을 챙겼는지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반(反)난민 정서가 퍼질 것을 우려하는 정부의 고심이 엿보였다.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프라우케 페트리 대표는 트위터에 “이것이 2016년의 일상이라면 나는 더 이상 일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페트리 대표는 독일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은 경찰이 총으로 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우 인사다.

테러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독일에서 나흘 전 통근열차 도끼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직후 또다시 대형 총기 사건이 발생하자 국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뮌헨은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조사할 때마다 늘 5위 안에 들어가는 곳이어서 충격이 크다. 든든한 치안은 뮌헨 시민의 자부심이었다. 지난해 유럽 난민 위기 때 뮌헨 기차역에 하루 수천 명씩 난민열차가 들어와도 반갑게 맞을 수 있었던 건 이런 자신감 덕분이었다. 울리 씨는 “(정치적 목적의) 테러는 아니라지만 언제든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무섭다”고 했다.

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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