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인사 파동, 비선 라인 사고 쳤다면 누군가 물러나야”

등록 2014.07.21.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새바위)가 출범한 지 20일이 지났다.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멤버로 참여한 20대 벤처사업가 이준석(29)이 또 등장했다. 비대위에선 일개 위원이었지만 이번엔 위원장이다. “7·30 재·보선을 앞두고 또 정치쇼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대선이 끝나자마자 당을 떠났던 그가 왜 여의도로 돌아왔을까. 이번엔 보수 혁신의 전사(戰士)가 될 수 있을까. 1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그를 만났다.



여친 집 가까운 여의도서 인턴

―벤처회사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를 맡고 있다. 돈은 좀 버나.

“자본금 1억7000만 원으로 정부지원금이 7000만 원이다. 교육 관련 스마트폰앱과 웹 개발 매출액이 직원 월급에 조금 못 미친다. 벤처회사는 설립 후 3, 4년 동안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쉽지 않다. 자본금을 좀 까먹은 상태다.”

―정치활동이 사업에 도움이 되나.

“오히려 제약을 받는다. 술자리도 가려서 가야 한다. 내가 ‘박근혜 남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관공서에 가서 영업하기도 어렵다. 벤처 창업 후 3, 4년이 지나면 정부지원금을 2억∼3억 원 받는데 의심을 살까 봐 한 푼도 안 받았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할 생각은 안 했나.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기 쉬웠다. 연봉도 15만 달러 준다고 했다. 그런데 나한테 ‘닭대가리’ 같은 기질이 있다. 한 가지 일에 만족을 못 한다. 대기업 임원을 목표로 살기가 싫었다.”

―새누리당과 어떻게 인연 맺었나.

“2004년 여름방학 때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방에서 대학생 인턴을 했다. 여자친구 집과 가까운 여의도에 인턴을 구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여의도연구소에서 인턴 자리를 알아봐 줬다. 증권사 다녔던 아버지도, 집안 성향도 새누리당이다.”

―젊은층은 새누리당을 ‘보수 꼴통’으로 본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굉장히 계몽적이고 독선적이다. ‘젊은 사람이 어떻게 새누리당을 지지하느냐, 공부한 사람이 어떻게 새누리당을 지지하느냐’고 하는데 나는 이런 시각을 아주 안 좋게 본다. 지금 보수는 신자유주의적 방향으로 가면서 사람들에게 너무 차갑게 다가가고 있다. 10년 동안 ‘낙수(落水) 경제론’과 수월성 교육을 강조했는데 양극화가 더 심해지니까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2011년 박근혜 의원이 내건 ‘따뜻한 보수’를 대통령이 실천하지 못해 아쉽다.”

―새누리당이 또 어린 이준석을 데리고 쇼한다는 얘기도 있다.

“냉소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에 혁신이라는 얘기를 전달할 메신저가 적다는 점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준석이 아니면 누구냐에 대해선 대답을 못한다. 개혁은 당을 모르면 못한다. 종편채널 논객들을 불러놓고 당을 개조하라고 하면 아무도 못할 것이다. 진짜 사람이 없다. 내가 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을 때 대중이 잘 받아들인다고 하더라.”

―대선 후 박 대통령이 밥은 한 번 샀나.

“취임식 때 본 뒤 한 번도 못 봤다. 나보다 서열 높은 사람도 못 봤다고 하더라. 대통령이 비대위원과 밥 먹으면 챙겨야 할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밥 안 먹은 것은 깔끔하게 이해한다.”

―새바위는 언제까지 활동하나.

“임기는 정해진 게 없다. 당 지도부가 우리 안을 거부하면 그때가 새바위 종료 시점이 될 것이다. 지금 국회의원과 구의원의 인사검증 강화 방안을 내놨는데 당내 반발이 만만찮다. 한 몇 십 %가 걸려들 수도 있다. 대선 공약도 지금 대충 뭉개고 가려고 하는데 이것도 검증해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새바위 개혁안에 ‘원론적 공감’이라고 대답했다.”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것 아닌가.

“혁신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할 때 내가 새누리당을 과연 바꿀 수 있는 위치로 가는 것인가 고민했다. 비대위의 애프터서비스 차원이지 정치적 야심을 갖고 하는 건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사회에서 제도권 정치로 이동했는데 결과물이 잘 안 나온다. 시민단체 활동은 잘했는데 시장 되고 나선 회의적이다. 아직도 시민운동 하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는 정치가 아니냐.”



정치하면 안철수처럼은 안 한다

―정치할 생각은 있나.

“하더라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정치 지론인 ‘새 정치’에 아무 내용이 없다. 나는 ‘국민이 불러서 왔습니다’라며 정치에 뛰어들지는 않겠다. 야당이 정치를 이상하게 하고 있으니까 새 정치를 하겠다? 이런 공허한 얘기는 내 성격상 못한다. 그동안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정치를 통해 교육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정치에 뛰어들 것이다.”

―총리 인사 파동으로 정권이 만신창이가 됐다.

“안대희 후보자는 너무 아깝다. 그만큼 국가 개조의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이 안 후보자에게 공직에 부를 것이라는 신호를 줬어야 했는데…. 청와대에서 연락이 없으니 자기 관리를 안 했던 것 같다. 문창극 인사는 대통령의 ‘깜짝 인사’의 장단점을 다 보여줬다. 대통령이 사람을 못 지켜준 측면도 있다. 빨리 지명 철회를 할 수도 있었는데…. 만약 문 후보자를 고수했다면 여당은 궤멸적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청와대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주변 평판을 들었는지 의심스럽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공천심사 때 모두 나온 얘기였고 비위도, 해명도 당에서 다 알고 있었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이 말한 ‘만만회’ 존재를 믿지 않지만 비선 라인에서 사고를 쳤다면 누군가 물러나야 한다. 비선 라인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큰 사고를 친 것 아닌가.”

―김기춘 왕실장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김 실장이 병목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면 억울하겠지만 용단을 내리셔야 할 것 같다. 김 실장이 다른 자리에 욕심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 개혁을 해도 야당과 유화적으로 했어야 했다. 지금은 외유내강(外柔內剛)이 아니라 외강내강(外剛內剛)이다. 그러면 부러진다. 과거처럼 정치적 반대자를 격리해서 수용할 것이 아니라면 이념적으로 강하게 나간다고 바뀔 것이 없다.”

―박 대통령 취임 1년 반이 지났다.

“이러다간 아무것도 안 될 것 같다. 김용준 낙마, 윤창중 파동에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1년을 허비했다. 2년 차엔 ‘규제는 쳐부숴야 할 원수’라고 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쏙 들어갔다. ‘통일 대박’이나 ‘창조경제’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사 파동으로 또 3개월을 낭비했다. 내년엔 또 당권 싸움이, 4년차는 총선, 5년차엔 대선이다. 대통령이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본인이 해야 할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남이 하라면 싫어해

―박 대통령에게 진언할 게 있나.

“보수대연합 스펙트럼을 빨리 복원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좌클릭 하라는 말이 아니다. 과거 비대위 때는 박 대통령이 경직된 판단을 내리더라도 소통이 됐다. 회의에서 ‘도도도도도’라는 똑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다른 말이 나와도 잘 받아준다. 그런데 일단 ‘도’라고 결론 내렸는데 나중에 ‘아니야 미야’라고 하면 싫어한다. 대통령은 옳다고 생각해도 남이 하라면 싫어한다. 인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얘기하니까 싫어하는 것이다.”

―변희재와 사이가 안 좋은 것 같더라.

“우파에 행동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배타적이어선 안 된다. 나를 ‘좌파’라고 비난하고 야당 행사에 참석하면 ‘종북’이라고 몰아붙였다. 비대위 끝날 무렵 나보고 ‘20대 정신병자’라고 욕했다. 고소할까 하다가 당에서 ‘왜 그런 사람을 띄워 주려 하느냐’고 말려 무시했다. 종편채널 우파 논객 가운데 야당에 몸담고 있다가 돌아선 사람이 많다. 한 번 돌아선 사람은 또 돌아선다. 우파에서 제대로 된 논객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관심 있는 정치인은….

“2011년 이정희와 최재천을 언급했다. 그때 이 의원이 아주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참 열심히 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사태 이후엔 악마처럼 보이지만…. 당내에선 황영철 의원이 개혁 의견을 많이 내고 김세연 민현주 의원, 임해규 전 의원은 정책에 밝다. 인사이트(insight)를 주는 사람이어서 좋다. 야당에선 박수현 의원이 인상적이다. 박지원 의원이 ‘만만회’라는 말을 지어내는 것을 보고 정치 스킬 면에서 탄성이 나올 정도다.”



권은희 공천 주면 김대업도 줬어야

―존경하는 대통령은….

“하버드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수업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교정치학 시간에 박정희와 레닌을 함께 다뤘다. 국가주도 경제에서 박정희는 성공하고 레닌은 왜 실패했는지를 비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전략을 쓰고 있지만 시대가 달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격화된 박정희 대통령은 안 된다. 새누리당이 박정희 공과를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한 쪽에선 신격화를, 또 다른 쪽은 역적으로 몰고 있다.”

―권은희 씨 공천 여진이 간단치 않다.

“만약 새누리당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놓고 대구지역에 후보를 내 민심을 묻겠다고 하면 얼마나 웃기겠나. 권은희의 가치가 무엇인지 아무도 얘기 못하고 있다. 내부 고발자의 용기를 높이 샀다면 과거 대선 후보(이회창)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낙선시킨 김대업에게도 공천을 주었어야 하지 않나. 얼마나 용기 있는 행동인가(웃음). 권은희의 법정 증언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경찰관 14명이 모두 거짓말했다는 소리 아닌가. 그의 공천은 정치적 이익을 위한 갑질 행태다.”

―세월호특별법을 두고 논란이 많다.

“수사권 달라는 것은 법질서보다 센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기소독점권까지 갖겠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요구다. 지금 수사가 불공정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여야가 보상과 특례 입학에서 잘못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 앞으로도 자연재해가 있을 텐데 국민들이 이해를 하겠나. 심리치료나 요양에 국비를 쓴다면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새바위)가 출범한 지 20일이 지났다.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멤버로 참여한 20대 벤처사업가 이준석(29)이 또 등장했다. 비대위에선 일개 위원이었지만 이번엔 위원장이다. “7·30 재·보선을 앞두고 또 정치쇼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대선이 끝나자마자 당을 떠났던 그가 왜 여의도로 돌아왔을까. 이번엔 보수 혁신의 전사(戰士)가 될 수 있을까. 1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그를 만났다.



여친 집 가까운 여의도서 인턴

―벤처회사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를 맡고 있다. 돈은 좀 버나.

“자본금 1억7000만 원으로 정부지원금이 7000만 원이다. 교육 관련 스마트폰앱과 웹 개발 매출액이 직원 월급에 조금 못 미친다. 벤처회사는 설립 후 3, 4년 동안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쉽지 않다. 자본금을 좀 까먹은 상태다.”

―정치활동이 사업에 도움이 되나.

“오히려 제약을 받는다. 술자리도 가려서 가야 한다. 내가 ‘박근혜 남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관공서에 가서 영업하기도 어렵다. 벤처 창업 후 3, 4년이 지나면 정부지원금을 2억∼3억 원 받는데 의심을 살까 봐 한 푼도 안 받았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할 생각은 안 했나.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기 쉬웠다. 연봉도 15만 달러 준다고 했다. 그런데 나한테 ‘닭대가리’ 같은 기질이 있다. 한 가지 일에 만족을 못 한다. 대기업 임원을 목표로 살기가 싫었다.”

―새누리당과 어떻게 인연 맺었나.

“2004년 여름방학 때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방에서 대학생 인턴을 했다. 여자친구 집과 가까운 여의도에 인턴을 구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여의도연구소에서 인턴 자리를 알아봐 줬다. 증권사 다녔던 아버지도, 집안 성향도 새누리당이다.”

―젊은층은 새누리당을 ‘보수 꼴통’으로 본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굉장히 계몽적이고 독선적이다. ‘젊은 사람이 어떻게 새누리당을 지지하느냐, 공부한 사람이 어떻게 새누리당을 지지하느냐’고 하는데 나는 이런 시각을 아주 안 좋게 본다. 지금 보수는 신자유주의적 방향으로 가면서 사람들에게 너무 차갑게 다가가고 있다. 10년 동안 ‘낙수(落水) 경제론’과 수월성 교육을 강조했는데 양극화가 더 심해지니까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2011년 박근혜 의원이 내건 ‘따뜻한 보수’를 대통령이 실천하지 못해 아쉽다.”

―새누리당이 또 어린 이준석을 데리고 쇼한다는 얘기도 있다.

“냉소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에 혁신이라는 얘기를 전달할 메신저가 적다는 점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준석이 아니면 누구냐에 대해선 대답을 못한다. 개혁은 당을 모르면 못한다. 종편채널 논객들을 불러놓고 당을 개조하라고 하면 아무도 못할 것이다. 진짜 사람이 없다. 내가 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을 때 대중이 잘 받아들인다고 하더라.”

―대선 후 박 대통령이 밥은 한 번 샀나.

“취임식 때 본 뒤 한 번도 못 봤다. 나보다 서열 높은 사람도 못 봤다고 하더라. 대통령이 비대위원과 밥 먹으면 챙겨야 할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밥 안 먹은 것은 깔끔하게 이해한다.”

―새바위는 언제까지 활동하나.

“임기는 정해진 게 없다. 당 지도부가 우리 안을 거부하면 그때가 새바위 종료 시점이 될 것이다. 지금 국회의원과 구의원의 인사검증 강화 방안을 내놨는데 당내 반발이 만만찮다. 한 몇 십 %가 걸려들 수도 있다. 대선 공약도 지금 대충 뭉개고 가려고 하는데 이것도 검증해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새바위 개혁안에 ‘원론적 공감’이라고 대답했다.”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것 아닌가.

“혁신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할 때 내가 새누리당을 과연 바꿀 수 있는 위치로 가는 것인가 고민했다. 비대위의 애프터서비스 차원이지 정치적 야심을 갖고 하는 건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사회에서 제도권 정치로 이동했는데 결과물이 잘 안 나온다. 시민단체 활동은 잘했는데 시장 되고 나선 회의적이다. 아직도 시민운동 하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는 정치가 아니냐.”



정치하면 안철수처럼은 안 한다

―정치할 생각은 있나.

“하더라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정치 지론인 ‘새 정치’에 아무 내용이 없다. 나는 ‘국민이 불러서 왔습니다’라며 정치에 뛰어들지는 않겠다. 야당이 정치를 이상하게 하고 있으니까 새 정치를 하겠다? 이런 공허한 얘기는 내 성격상 못한다. 그동안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정치를 통해 교육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정치에 뛰어들 것이다.”

―총리 인사 파동으로 정권이 만신창이가 됐다.

“안대희 후보자는 너무 아깝다. 그만큼 국가 개조의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이 안 후보자에게 공직에 부를 것이라는 신호를 줬어야 했는데…. 청와대에서 연락이 없으니 자기 관리를 안 했던 것 같다. 문창극 인사는 대통령의 ‘깜짝 인사’의 장단점을 다 보여줬다. 대통령이 사람을 못 지켜준 측면도 있다. 빨리 지명 철회를 할 수도 있었는데…. 만약 문 후보자를 고수했다면 여당은 궤멸적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청와대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주변 평판을 들었는지 의심스럽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공천심사 때 모두 나온 얘기였고 비위도, 해명도 당에서 다 알고 있었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이 말한 ‘만만회’ 존재를 믿지 않지만 비선 라인에서 사고를 쳤다면 누군가 물러나야 한다. 비선 라인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큰 사고를 친 것 아닌가.”

―김기춘 왕실장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김 실장이 병목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면 억울하겠지만 용단을 내리셔야 할 것 같다. 김 실장이 다른 자리에 욕심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 개혁을 해도 야당과 유화적으로 했어야 했다. 지금은 외유내강(外柔內剛)이 아니라 외강내강(外剛內剛)이다. 그러면 부러진다. 과거처럼 정치적 반대자를 격리해서 수용할 것이 아니라면 이념적으로 강하게 나간다고 바뀔 것이 없다.”

―박 대통령 취임 1년 반이 지났다.

“이러다간 아무것도 안 될 것 같다. 김용준 낙마, 윤창중 파동에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1년을 허비했다. 2년 차엔 ‘규제는 쳐부숴야 할 원수’라고 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쏙 들어갔다. ‘통일 대박’이나 ‘창조경제’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사 파동으로 또 3개월을 낭비했다. 내년엔 또 당권 싸움이, 4년차는 총선, 5년차엔 대선이다. 대통령이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본인이 해야 할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남이 하라면 싫어해

―박 대통령에게 진언할 게 있나.

“보수대연합 스펙트럼을 빨리 복원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좌클릭 하라는 말이 아니다. 과거 비대위 때는 박 대통령이 경직된 판단을 내리더라도 소통이 됐다. 회의에서 ‘도도도도도’라는 똑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다른 말이 나와도 잘 받아준다. 그런데 일단 ‘도’라고 결론 내렸는데 나중에 ‘아니야 미야’라고 하면 싫어한다. 대통령은 옳다고 생각해도 남이 하라면 싫어한다. 인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얘기하니까 싫어하는 것이다.”

―변희재와 사이가 안 좋은 것 같더라.

“우파에 행동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배타적이어선 안 된다. 나를 ‘좌파’라고 비난하고 야당 행사에 참석하면 ‘종북’이라고 몰아붙였다. 비대위 끝날 무렵 나보고 ‘20대 정신병자’라고 욕했다. 고소할까 하다가 당에서 ‘왜 그런 사람을 띄워 주려 하느냐’고 말려 무시했다. 종편채널 우파 논객 가운데 야당에 몸담고 있다가 돌아선 사람이 많다. 한 번 돌아선 사람은 또 돌아선다. 우파에서 제대로 된 논객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관심 있는 정치인은….

“2011년 이정희와 최재천을 언급했다. 그때 이 의원이 아주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참 열심히 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사태 이후엔 악마처럼 보이지만…. 당내에선 황영철 의원이 개혁 의견을 많이 내고 김세연 민현주 의원, 임해규 전 의원은 정책에 밝다. 인사이트(insight)를 주는 사람이어서 좋다. 야당에선 박수현 의원이 인상적이다. 박지원 의원이 ‘만만회’라는 말을 지어내는 것을 보고 정치 스킬 면에서 탄성이 나올 정도다.”



권은희 공천 주면 김대업도 줬어야

―존경하는 대통령은….

“하버드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수업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교정치학 시간에 박정희와 레닌을 함께 다뤘다. 국가주도 경제에서 박정희는 성공하고 레닌은 왜 실패했는지를 비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전략을 쓰고 있지만 시대가 달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격화된 박정희 대통령은 안 된다. 새누리당이 박정희 공과를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한 쪽에선 신격화를, 또 다른 쪽은 역적으로 몰고 있다.”

―권은희 씨 공천 여진이 간단치 않다.

“만약 새누리당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놓고 대구지역에 후보를 내 민심을 묻겠다고 하면 얼마나 웃기겠나. 권은희의 가치가 무엇인지 아무도 얘기 못하고 있다. 내부 고발자의 용기를 높이 샀다면 과거 대선 후보(이회창)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낙선시킨 김대업에게도 공천을 주었어야 하지 않나. 얼마나 용기 있는 행동인가(웃음). 권은희의 법정 증언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경찰관 14명이 모두 거짓말했다는 소리 아닌가. 그의 공천은 정치적 이익을 위한 갑질 행태다.”

―세월호특별법을 두고 논란이 많다.

“수사권 달라는 것은 법질서보다 센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기소독점권까지 갖겠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요구다. 지금 수사가 불공정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여야가 보상과 특례 입학에서 잘못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 앞으로도 자연재해가 있을 텐데 국민들이 이해를 하겠나. 심리치료나 요양에 국비를 쓴다면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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